살인범 이야기
그 사람은 잘 잤다
방콕 비행, 살인범과 함께한 날
방콕에서 꿀맛 같은 스테이 후
배부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쇼업했다.
(내 최애 똠양꿈, 얌운센, 파타이!!!)
익숙한 방콕 비행.
늘 그렇듯 똑같은 루틴이었다.
호텔 로비에서의 짧은 브리핑 때
매니저님이 말했다.
“텔레피아 메일을 확인 했는데요,
오늘 범인 송환 있다네요.
경찰이 두 명이 같이 탑승할 예정이래요.”
그 순간 머리를 스친 건
며칠 전 뉴스에서 봤던
그 사건이었다.
공항 게이트 앞,
이미 현장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 태국 경찰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우리나라 경찰들 몇이 있었다.
그 가운데 그 남자.
누가 봐도 그 범인이었다.
시커먼 맨발에 호텔에서 주는 일회용 슬리퍼,
뺨은 꺼져 있었고,
옷은 헐렁했고,
느낌 때문인가
약간의 기괴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승무원들도 왜인지 그 남자에 대해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랑 같은 기분이었을까.
방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밤샘 비행 탓인지
기내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다른 승객들은 모른다.
지금 이 비행기에 살인죄로
송환되는 남자가 타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사람
그 남자… 아주 잘 잤다.
두 경찰 사이,
기내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평화롭게,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자꾸 그 모습을 보게 됐다.
한 인간이,
다른 사람의 가장을 그렇게 무참히 죽여놓고
어떻게 이렇게 깊이 잘 수 있는가.
지쳐서일까.
포기가 몸에 밴 걸까.
아니면 양심이라는 건 애초에 없던 걸까.
기분이 이상했다.
이질감, 역겨움, 분노, 그리고 이상한 허무.
비행기라는 공간은
언제나 수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그리고 그날은,
그 비좁은 기내 안에 피해자 가족의
절규와도 같은 침묵이
한 남자의 코 고는 숨소리에 묻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