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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수 작가 Apr 11. 2021

여보, 우리 파이어족 될까?

파이어족의 빠른 은퇴와 가치투자

가족 간의 인식 공유


이제 행복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가족을 설득해 보자. 행복이라는 우선순위를 잊으면 안 된다. 싱글족을 추구하시는 분은 이 항목에서 자유롭다.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면 되기 때문에 어떠한 선택을 해도 된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뒤에 자산이 크게 증가하게 될 때 결혼 등을 통해서 가족 유형을 바꿀 수도 있는 등 파이어 시행 후까지 자유로운 분들이다.


2인 가족 이상의 경우에는 같이 생활하는 가족과의 의견이 맞아야 한다. 다른 사람은 부족함 없이 쓰고 즐기고 싶은데 혼자만 아끼고자 하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다. 설득을 해서 같이 절약을 하든가, 아니면 내가 생각을 바꿔서 맘 편하게 소비를 하든지 해야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다.


필자나 아내나 성장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큰 부족함은 없었고 돈을 모으고자 하는 동기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골절상을 입어서 수술을 한 후 퇴원 비용 산정을 해보니 당시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고, 지하철 역에서 아내와 껴안고 울었다. 이때부터 경제적 부에 대한 갈망이 마음속에서 강하게 일기 시작했고 돈과 금융에 대한 가치관도 바꾸기 시작했다. 이런 필자와 달리 아내는 여전히 돈이나 절약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절약에 대한 인식 공유가 되지 않으면 크게 2가지 문제점이 나타난다. 첫째로는 현금흐름이 크게 발생하지 않아서 종잣돈의 축적이 더뎌지고 돈 모으는 맛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조바심으로 인해서 투자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 종잣돈의 축적이 늦어지니 투자수익률을 높여서 목표를 빨리 이루려는 욕심이 생기고, 그러면 투자 원칙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가족 간에 절약에 관한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지출 수준에 대한 의견 조율을 해야 한다. 비용 절약은 가족 구성원의 성향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하되, 가족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 너무 심하게 절약하게 되면 불행한 가족이 발생하게 되어서 오랫동안 지속하기가 어렵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감을 느낄 때에만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가족에게 적합한 소비 수준을 결정하자.


설득할 때에는 비전을 같이 제시해 보자. 기업에도 회사의 이념에 따른 비전이 있듯이 가정에서도 파이어족의 철학을 실천할 때에 달성할 수 있는 가시적인 자산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그림에 약한 법이다. 역동적으로 우상향 할 순자산 그래프를 보여주며 설득하자. 처음에는 힘이 들겠지만 절약과 올바른 투자를 실행했을 때의 결과를 보면 마음을 돌릴지도 모른다. 자산이 복리로 증가해서 언제 조기은퇴가 가능하고, 그때의 자산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뒤에는 자산의 크기가 어떻게 바뀔지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


주식투자로 실제 조기은퇴가 가능하다는 비전 제시


결혼했을 때 계좌 잔고가 몇만 원이었고 카드 값을 빼면 순자산은 (-) 상태였다. 돈을 본격적으로 모으는 '나만의 파이어족 생활'을 수행한 6년 동안 반강제적인 절약을 수행했고 아내가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돈을 모아서 새 장가가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 그 이후로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생활을 고려해서 '돈 걱정은 하지 마라'라고 했지만 아내는 '지출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고 써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과소비나 명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돈이 새는 느낌을 계속 받으며 살았다. 그에 대한 부작용은 종잣돈이 모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보다 더 심각하게는 조바심이 생겨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가족 간에 합심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혼자만의 파이어족'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2020년 연말에는 그동안 종잣돈을 모으지 못해서 어려웠고 그로 인해서 투자 실적 또한 좋지 못했노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에 대한 통제를 요청한 상태고,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내의 파이어족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되어 추가 종잣돈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고, 투자 심리 또한 더욱 안정적으로 흘러갔다. 종잣돈이 모이는 기쁨과 자산이 커져가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것이다.


조기 은퇴를 위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아직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아내와의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합의를 해주지 않은 이유는 아이들에게 들어갈 미래 비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인데,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설명을 해줘도 도무지 설득이 안 되었다. 결국 합의를 본 것이 필요한 자금의 2배를 달성하면 조기 은퇴하라는 것이었다. 실현 가능하면서 보수적으로 책정한 금액이지만 그 수치에 안전마진을 100%로 두기를 원하는 것이다. 자산이 지금으로부터 2배가 되면 되기 때문에 대략 3~5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필요 자금의 50% 이상을 달성하면 살짝 부풀려서 조기은퇴를 감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내가 느끼는 안정감도 중요하지만, 길지 않은 내 인생도 그만큼 중요하다.



행복과 절약의 교집합을 찾자


장기간 지속 가능한 생활비


절약과 올바른 투자라는 파이어족의 생활방식을 택하기로 가족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생활비 수준이 지나치게 낮으면 안 된다. 설정하는 생활비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면 가족 간에 마음이 상하게 되어 오랫동안 지속하기 힘들다. 차라리 생활비를 조금 더 쓰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오랫동안 이행할 수 있는 편이 지속성 측면에서 훨씬 낮다.



빠른 종잣돈 마련과 복리효과


종잣돈의 영어 명칭 seed money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돈을 뿌려서 거두어 두는 과정을 통해서 돈이 복리로 불어나게 된다. 종잣돈의 위력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특히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교육비가 늘어나거나 가족 중에 병원비로 많은 지출이 필요할 경우 등의 이유로 현금흐름이 줄어들게 될 경우 초반의 종잣돈의 위력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필자의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악물고 모았던 종잣돈 1억 원이 현재 5억 원이 넘었다. 정말 대단한 복리효과다.



지출액 확인


현재 비용을 확인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여보 가계부 한 달만 써 보는 건 어때?". 돌아오는 답은 싸늘한 반응과 자신을 못 믿느냐는 항의성 말뿐이다. 가족과의 합의가 어려운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출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학원비, 병원비 등 큰 부분은 확인을 하고 나머지 작은 부분은 믿고 맡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지만 파이어족 철학을 공유하지 않으면 이 또한 쉽지 않다.



자녀 학원비 등 지출액이 큰 부분은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확인해 본다. EBS나 기타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거나, 외벌이 부부라면 한 명이 자녀의 교육을 맡아서 지도해 보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다 보면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넓은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자녀와의 관계를 위해서 좋다.


의료비는 금액이 크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지만 여기서도 아낄 수 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술, 담배를 조절한다면 고정 지출액을 아끼고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가족과 좋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나머지 항목은 카드 내역서 등을 봐야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이 방법은 에너지 소모가 커서 추천하지 않는다. 가족 간의 합의가 큰 폭으로 되지 않았다면 대략적인 지출 수준을 확인해서 절감 가능액을 가늠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지난 년도의 세후 연봉을 모두 더한 값에 지난해 초에 받은 연말정산 환급금을 더해준 후(연말정산 때에 세금을 더 냈다면 그 금액만큼 빼주면 된다) 저축한 금액을 빼주면 총 지출한 금액이다. 저축한 금액에 이자나 배당금, 자본이득 등의 수익금이 포함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지출액 = 세후 연봉(연말 정산금 포함) - 저축액(seed money)




조바심은 금물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고 투자를 통해서 자산을 불려 나가는데 조바심은 금물이다. 언젠가는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천천히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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