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수 Dec 11. 2023

전국의 베이글 전문점을 찾아서

시장 조사 삼만 리.

 아무리 자신 있는 분야로 창업한다 한들 내 취향만 고집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위험했다. 끝내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나 그전까지는 충분히 식견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세운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최대한 많은 베이커리(베이글) 카페를 가보는 것이었다.

 마침 올해 내가 맡은 학교 업무는 전국 단위 출장이 잦은 업무다. 학기별로 주말을 수차례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우리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의 가게들도 많이 방문해 보리라 다짐했다.

 



 돌아보면 웃긴 일이지만, 나는 베이글 전문점을 창업하겠다고 마음먹을 당시까지도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나 '코끼리 베이글'같은 유명한 곳도 전혀 알지 못했다. 서울의 유명한 곳부터 도장 깨기에 돌입해 보리라 계획을 세우고는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는 동안 대략 삼사십 군데의 베이글 전문점을 다녔다. 일반 베이커리 카페도 적지 않게 다녔으니 꽤 많은 빵과 커피들을 먹어댔던 듯도 싶다.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울산, 경북, 충북, 전북, 강원도, 제주도의 베이글 전문점들을 가보았다. 하도 식사 대신 빵을 먹던 탓에 질릴 법한 날들도 있었다. 연애할 때도 기다리지 않았던 '입장 웨이팅'을 한 시간씩 기다리며 추위에 떨기도 했다. 그래도 제빵기능사 자격증 준비와 취득 과정에서 베이커리에 대해 지식과 관심이 생긴 덕에 먹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대단한 점은 더 대단하게 보였다. 역시 세상은 넓고 배울 점이 있는 전문가는 많다. 그간 다니며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을 대략적으로 적어보겠다.



빵만 팔면 되는 거 아니었어?

 '베이글'에 따라붙는 죽마고우가 '크림치즈'라는 것을 늦게도 배웠다. 게다가 크림치즈의 종류가 이리도 다양하다니. 어떤 사람은 크림치즈가 좋아서 베이글을 먹는단다. 치즈의 특성상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재료를 배합하면 맛이 따로 놀거나 과하게 느끼해짐을 느꼈다. 여태 열심히 개발했던 베이커리 메뉴만큼이나 크림치즈 메뉴를 연구해야 할 필요를 절감했다. 특히 서울의 베이글 최고 핫플레이스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갔을 때는, 빵 맛엔 실망했으나 크림치즈만은 벤치마킹해야겠다 느낄 정도로 맛있었다.

 그런가 하면 수프 같은 따뜻한 메뉴를 판매하는 곳도 더러 있다. 다양한 식생활 기호도 고려하였을뿐더러 이국적인 느낌도 물씬 자아내는 메뉴 구성들을 보며 고민할 거리가 많아졌다.


인테리어, 양날의 검

 개인적으로 카페의 기능은 큰 범주에서 '공간 제공', '간식 섭취', '식사', '예술 향유'의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예술 향유'라는 기능을 고려했을 때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아름다운 인테리어'인 듯싶다. 예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면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기도 하며,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에서 듣는 음악은 평소보다 더 감미롭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 감각적 심미안이 없는 휴게음식점업자는 도태되기 쉬운 것 같다.

 인테리어를 양날의 검이라고 이야기한 까닭은 다름 아닌 예산이다. 창업에 대해 공부할수록 초기 지출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인테리어 경비였다. 흡족할 만한 매장 넓이와 인테리어, 그리고 한정된 예산 사이에서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이 쉬울 것 같지 않다. 여러 매장을 다녀본 바 소위 '허접한 인테리어'로는 재방문 의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접받는 기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을 가는 경우가 아닌 이상 매우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접객이다. 개인 브랜드는 결국 사장이 브랜드 그 자체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에게서 풍기는 느낌으로 인해 '단골이 되느냐'가 결정된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문한 곳들 중 맛과 인테리어가 무난하더라도 묘하게 기분이 산뜻하지 않은 곳들이 있었다. 그런 곳들을 떠올려 보면 어김없이 같은 공통점을 가졌다. 매장에서 접객하는 사람의 표정, 인상, 행동 등에서 긍정적이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음이. 요즘 같은 온라인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 위함이다. 또 보고 싶게끔 만드는 긍정적인 사람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내 빵은 경쟁력이 있다

 몇십 군데의 순위를 일일이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략적으로 맛있었던 곳과 맛없었던 곳이 어디인지는 떠오른다. 그럼에도 들었던 생각은 '내가 만든 빵이 대부분의 곳들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이다. 내 자식 더 예뻐 보이듯 한 왜곡된 시각이 섞여서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여태 여러 가게들을 다니며 '내가 개발한 메뉴들이 더 맛있잖아?'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던 것을 보면, 내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확신은 있다고 여겨져 마음이 놓인다. 혹여나 실패한들 확신을 가졌었기에 조금이라도 덜 아쉽지 않을까.

교사를 그만두리라 마음먹으며 이제 더 이상은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부족함을 상정하려는 경향'을 갖지 않으려 애쓰는 과정에 있다. 내게 멋진 것은 멋진 것이며 내게 맛있는 것은 맛있는 것이다. 많은 빵을 먹으며 느꼈다. 내 빵은 경쟁력 있다.




 무언가를 업으로 삼으려면 그것의 마니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에 빠져 살아보아야 한다고. 나의 식견이 마니아가 되었을 만큼 충분히 넓어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우리나라 '베이글 전문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파악했으려니 싶다.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는 중에 있으니, 참고할 만한 멋진 매장이 있으면 추천해 주시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