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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Dec 01. 2023

창업 아이템 선정의 기준

왜 베이커리카페였는가.

 요식업, 휴게음식점업, 제조업, 소매점업, 서비스업, 공간대여업, 온라인판매업, 광고·마케팅업, 그 밖의 수만 가지 창업 아이템들. 여러 매체에 조금만 에너지를 들이면 어떤 업종이 떠오르고 있고 어떤 업종이 지고 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업종이 유망할지 몰라서'가 아닌, 어떤 업종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창업을 망설이는 게 아닐까. 지레 애정이 생기는 분야가 없으니 수많은 창업 아이템들이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것이다.

 모든 업종은 장·단점이 있을 것이며 사업을 벌이지 않더라도 그 업종의 장·단점이 무엇인가를 미리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창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로는, 갖가지 업종의 단점들, 그중 어떤 단점을 감내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과정이 결국 아이템 선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수고로움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애착 있는 분야인가. 높은 수익성에 주안점을 둔 베테랑 창업가가 아닌 낮은 리스크를 바라야 하는 나 같은 초보 창업가라면 더욱이.




 내가 창업 아이템을 '개인 베이커리 카페'로 선정한 이유는 여럿 있으나 그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결국 내가 '카페'라는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그 공간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뉘앙스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이다.

 

 혹시 동영상 포털에서 '카페 창업'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본 적이 있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못해도 100가지 이상의 영상을 시청한 것 같다. 9할 이상, 조금 과장해서 거의 모든 영상과 댓글이 말하는 핵심은 '카페를 차리면 후회한다'이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동의한다. 공급의 포화, 서비스 제공자만큼이나 전문성을 갖추게 된 고객들, 부동산과 고금리에 대한 부담, 매출과 마진율, 놓치기 쉬운 가구·집기의 감가상각, 터무니없이 치솟는 인건비. 현대 지성인으로서 조금만 합리성을 발휘한다면, 보상 기대치 대비 짊어질 위험도가 흔쾌히 감내할만한 정도는 아니란 사실을 이내 깨닫는다.

 영상과 댓글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좋아하던 카페가 이제는 감옥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비단 휴게음식점업만의 이야기일까? 다른 업종이라고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고 하여 곧장 해당 업종의 창업으로 내딛는 것은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비자로서의 공간과 공급자로서의 공간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며 애초에 우리는 피곤할 만큼 그 공간에 머물러보지 않았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청결한 서비스를 제공받기까지의 불청결한 과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해타산에서 자유로운 소비자 시절엔 마냥 서비스를 즐기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상기 기술한 내용들이 마음속에 벌써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나 또한 카페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여태 카페 창업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목을 끄는 디저트·베이커리 제조와도 전혀 연관 없는 사람이었기에, 아마 생각을 해보았어도 그다지 유망하다고 여기진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한순간에 뒤집힌 계기가 바로 1편에 있다. 베이킹을 배워보았을 때. 그리고 직접 베이킹을 개발해 보았을 때.


 그 과정에서 나는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첫 번째는 수익모델의 개선 가능성이다. 휴게음식점업요식업의 수익모델은 지극히 단순하다. 식품을 제공하고 식대를 받는 일. 그중 휴게음식점업의 가장 큰 단점은 객단가가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해 한두 시간을 보내곤 했으니까. 이런 단점은 나로 하여금 '차라리 한정된 시간에 더 높은 객단가와 회전율로 승부를 보는 요식업이 더 유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도 했다. 하지만 베이커리가 있다면 보완이 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객단가가 5,000원에서 8,000원으로만 뛰어도 객당 수익률이 62% 개선되기 때문이다(휴게음식점업 통상 원가율 30% 기준). 사실 전문가들도 이런 이유로 매력적인 디저트나 베이커리 같은 부가적 수익 상품이 없을 시에는 카페 창업을 상당수 반대하곤 한다.

 두 번째는 인건비 절약 가능성이다. 파티시에를 고용한다면 지출되는 고정비, 파티시에가 예고 없이 그만 둘 경우 생기는 제품 공백. 예비 창업자가 디저트·베이커리 카페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심지어 경력이 있고 실력이 보증된 파티시에는 기본 시급 정도론 협상도 할 수 없으니.

 내가 만들고 내가 판매한다. 이것이 단순하지만 승률을 쉽게 높이는 나의 전략이었다. 제빵 기술과 열정(하루 대부분을 사업에 할애할)이 있었으니 고정비인 인건비를 줄이고 그 대신 내 몸을 갈아 넣자는 다소 무식한 전략이기는 하다. 파티시에 이직의 가능성도 원천 차단되니 일석이조이고, 시스템과 안정성을 갖추고 난 뒤에는 내가 직접 신규 제빵사에게 인수인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섰다. 사실, 쉽게 말해 젊음을 저당 잡아 리스크를 줄였다.


 할 줄 아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할 줄 아는 수준이면 반드시 실패하며 잘하는 수준이 되어야만 그나마 성공할 지라도 있는 듯하다. 결심을 했던 초반 직면한 당면 과제는 '능력 있는 제빵사'가 되는 것이었다. '숙련된'으로는 그치지 않아야 한다. 유연한 '능력'이 필요했다. 사실 몇 차례 더 베이킹을 경험하며 해당 분야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올라가고 있던 터였다. 이 과정에서도 성취와 좌절이 동시에 있었는데, 이 내용은 다음번에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더 유망한 것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업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유명세나 자본을 바탕으로 한 O2O업종이라거나. 좌우지간 온라인이 묻어 있는 업종 말이다. 하지만 보다 덜 유망한 오프라인 업종을 고른 데에도 이유가 있다. 바로 나라는 사람이 전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다. 어릴 때부터 눈치를 많이 보며 성장한 탓인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말과 행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감각을 본능적으로 키웠다. 덕분에 여느 집단에서나 호감 받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재주라고 한다면 재주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이 장점을 효율적(수익 연결적)으로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자신이 있다.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이라거나 '미묘한 변화를 캐치하는 섬세함'과는 조금 다르게, 사람들이 기분 좋아할 만한 말과 행동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나의 강점에 대한 자신감이 나를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사업으로 먼저 이끈 또 하나의 까닭이다.




 '카페'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 사람들이 애정을 가질 만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 이제 부족한 제빵 능력만 갖추면 나머지는 일사천리일 것이라 생각했던 봄 무렵, 불과 몇 개월 전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순수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다분히 낙관적이었던 그때의 선택 덕에 나는 인생 첫 번째 창업의 아이템을, 돌이켜 보면 꽤 수월하게 결정한 듯도 싶다.

 내 선택이 옳았을지 아니면 동영상 포털 사이트의 무수한 영상과 댓글을 좇는 말로일지는, 앞으로 스스로가 증명해 나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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