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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May 02. 2018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자신만의 일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아직 블루보틀을 가보지 않았다. '왜' 인기가 있는 건지, 왜 마셔야 할 '가치'가 있는 브랜드인지 몰랐기에, 미국과 일본에만 있는 매장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쉽다..)


로고가 예쁘고, 라떼가 맛있는 카페

이 곳을 처음 알게 된 건, 2016년쯤이다. 여행을 다녀온 전 회사 동기가 블루보틀에 대해 이야기한 덕분이다. 내가 아는 정보는 두 가지였다. '매장과 로고가 예쁘고, 라떼가 맛있음'. 그리고 최근에 업데이트된 내용은 '교토의 정서와 어울리는 새 매장이 생겼고, 곧 한국의 삼청동에도 생길 예정'이란 것.


블루보틀 커피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주변에서 많이 보고 듣는다. 심지어 지금의 회사 동료 중 한 명도 블루보틀 컵을 써서 거의 매일 파란색 물병의 로고와 마주한다. 이쯤 되면 블루보틀이 대체 왜 인기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때마침 나의 호기심을 충족해줄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책(양도영 저, 스리체어스 출판)을 만났다.


이 책은 단순히 커피 브랜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었다. '실리콘밸리가 사랑하는 커피'라는 카피처럼, 이 책은 자신만의 일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힌트를 주는 책이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이 책을 통해, 블루보틀에선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기본적인 메뉴가 왜 없지 싶었지만, 이유를 알고 나니 왜 사람들이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건지 이해가 된다. 스타벅스처럼 속도가 아닌 품질을 선택했다는 것, 그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파는 것.


'식음료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는 지표 중 한 가지가 바로 '속도'다. 음식이 주문될 때부터 제공될 때까지의 속도를 빠르게 할수록 테이블 회전율이 올라가서 매출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니 고객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특히 스타벅스 같은 카페들은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10p

'프리먼은 속도 대신 품질을 택함으로써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는 최고의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라는 비전으로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스페셜티 원두만을 제공한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느리지만 맛있는 커피가 탄생할 수 있었다' 11p


블루보틀의 철학과 전략은 시대의 흐름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들은 '슬로푸드'라는 메가트렌드를 읽은 것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최고의 디자이너와 일하는 블루보틀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최고의 협업자를 만났기에 블루보틀의 디자인 철학과 공간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블루보틀 매장은 쓰레기통의 위치와 모양까지 고려해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매장에 가본다면 그 동선을 경험해보고 싶다. 블루보틀은 어떻게 최고의 디자이너와 일하게 되었는지, 협업 과정은 어땠는지에 대한 과정도 궁금해진다. 역시 '누구와 어떻게 일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시그니처 메뉴와 시크릿 메뉴

이 책의 저자가 외식업에 종사해온 브랜드 디렉터인 만큼, 외식업계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해준다.

 

'외식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그니처 signature 메뉴가 필요하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 가게만의 독특한 대표 메뉴가 있어야 바이럴이 일어난다. 브랜드의 바이럴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험한 고객에 주변에 이야기를 전파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소재가 바로 시그니처 메뉴다' 41p


나도 새로운 음식점과 카페에 갔을 때 그곳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주로 먹는다.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좋은 선택일지 늘 난항을 겪는 나이기에 '시그니처 메뉴'는 특히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최고의 경험을 하고 싶은 이에게 시그니처 메뉴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보증 메뉴이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다른 업계에서는 '시그니처 메뉴'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지만, 외식업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루보틀은 왜 스타트업인가?

블루보틀이 스타트업으로 분류되는 사실이 의아한 적이 있었다. 내가 IT회사에서 일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IT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일 테다.


'작은 식당을 창업한다면 자영업일 뿐이지만, 1만 개의 매장 개설을 목표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외식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48p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갖춘 회사'라고 하는데, 사실 기술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블루보틀에게 2012년 구글 벤처스 등 좋은 파트너가 생겼고, 더 많은 사람들이 블루보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블루보틀'을 사랑하는 팬덤

사실 블루보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팬덤'인 듯하다. 브랜드에게 팬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며 대단한 일이다. '천 명의 진정한 팬이 있다면, 창작자는 먹고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케빈 켈리의 말처럼 말이다. 물론 팬덤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오랜 시간과 꾸준함, 그리고 차별화된 매력포인트가 필요하다.


'사업을 한다면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파는 곳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 그 가치를 인지해야만 당신의 브랜드를 찾게 될 것이다' 92p


나는 블루보틀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아직은) 팬이 아니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브랜드인 건 분명하다. 한국에 생기는 블루보틀은 어떤 모습일지, 삼청동에 어떻게 녹아들 것인지, 과연 어떤 디자이너와 협업할 것인지, 공간은 어떻게 설계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블루보틀을 직접 경험하는 그날이 기대된다.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첫걸음은 브랜드의 철학을 세우는 것이다. 이는 창업자의 자산과 역량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리지 않는 콘셉트가 만들어지게 되고, 오랜 시간 살아남는다.” 좋아하는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실현할 일을 찾아내는 일. (출판사 서평 중)


출판사 서평 중에, '좋아하는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실현할 일을 찾아내는 일' 이 말이 가슴에 콕 남는다. 나도 언젠가 나만의 일을 시작하고 싶을 때 다시금 이 책을 펼쳐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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