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물건의집 X 문화역서울284
*벌써 다섯 번째 물건의집을 앞둔 D-9 (이번 플리마켓 정보는 맨 아래에 써두었어요!)
작년에 열렸던 네 번째 물건의집 (밀린) 후기를 씁니다.
어쩌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일 년에 한 번씩 조그마하게 시작했던 물건의집 플리마켓이 이번엔 판이 커졌다. 무려 100평이란 공간에서 열리게 된 것. 스케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문화기획자 해리(@walkandclip)님의 제안 덕분에 문화역서울284 RTO 라는 공간에서 네 번째 물건의 집을 열었다. 처음엔 이 드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 너무 비어보이진 않을지에 대한 걱정과 막막함이 있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너무나 알차게 채워졌다. 공간이 넓어지니 더 많은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었고, 새로운 시도를 도전해 볼 수 있었다.
문화역서울284 RTO란?
RTO는 Railroad Transportation Office의 약자로 옛 서울역 당시 수하물 보관소와 미군장병안내소로 쓰이던 곳이에요. 2011년 원형복원 때 기존 천장과 벽면,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형태로 남겨 문화역서울284에서 원형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로, 현재는 공연, 강연, 영상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번 플리마켓 때 새롭게 시도한 것들
1. '집'에 대한 전시
단순히 물건만 소개하고 파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통해 '각자의 집을 여행해 보세요'라는 콘셉트로 각 셀러의 집 사진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시했다. 집의 모습을 전시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작년에 셀러로 참여한 인엽님(@inyop)이 '물건에서 그 사람의 집의 이미지가 나오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한 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기도 했다. 평소보다 셀러가 많다 보니(지난번보다 무려 2배가 많아진 20팀!)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사진과 설명을 취합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셀러들을 위한 '셀러 가이드'를 만들었고, 구글 드라이브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텍스트 자료를 취합했다. 전시 영상은 고퀄리티로 제대로 영상을 만들까?라는 욕심도 들었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PPT에 이미지와 설명을 얹히고 계속 자동 재생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총 137장의 슬라이드를 3초씩 자동 재생하니 6-7분짜리의 영상이 되었다. 커다란 스크린에 보이는 각자의 집과 물건들의 사진이 마치 어느 무대의 배경처럼 느껴졌다. 마켓의 배경음악은 작사가 림고가 아끼는 캐롤을 가득 담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었다.
2. 영수증 그리고 럭키드로우
플리마켓을 할 때마다 꼭 진행했던 럭키드로우 이벤트. 이번 플리마켓 때는 각자의 셀러에게 직접 계산하는 형식이라, 셀러에게 물건 영수증을 받아서 특정 금액이 넘으면 럭키드로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새로 만든 것은 '영수증'이었다. 물건에 대한 이야기와 가격을 쓸 수 있게끔 메모지 형태로 제작해서 각 셀러에게 나눠주었다. 손님들에게 구매를 인증하는 용도뿐 아니라, 소소하게 간직할 기념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영수증 제작 : 김파카(@kimpaca)
물건에 대한 설명을 쓸 수 있는 여백을 두었다.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김파카가 뚝딱뚝딱 만들어준 영수증!
3. 초안책방 / 일일 책방지기 김키미
2023년은 초안클럽 멤버들과 함께 각자의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10월에는 '퍼블리셔스테이블'을 나갔던 이력이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플리마켓에서도 초안클럽 멤버들과 다른 셀러 친구들의 출판물까지 책방의 형태로 판매해 보기로 했다. 과연 누가 도맡아서 운영할지 고심하던 중에 키미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번 플리마켓 때는 물건을 파는 대신, '초안책방'을 운영해 보겠다며, 각 셀러의 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안까지 멋지게 기획했다. 우리들의 전략가 키미답게, 책을 소개하는 방식도 남달랐는데, 각자의 책의 특징이 드러난 이미지를 스티커로 만들어서, 손님들이 자유롭게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가져가게 했고,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 이미지 큐레이션을 제안했다. 초안책방에는 책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의 날것의 작업기록이 담긴 초안노트를 전시하고, 손수 만든 초안노트를 팔기도 했다. 멤버들이 쓴 원본 초안노트 전시를 보고 새 초안노트를 구매하는 동선과 맘에 드는 스티커를 고르면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 동선. 이 두 가지가 한 공간에 있음으로써 특별한 책방이 완성되었다는 키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부지런한 책방지기 덕분에 더 풍부한 물건의집 플리마켓이 되었다.
* 초안책방 운영/기획 : 김키미(@kimmy.pro)
스티커를 포장할 택을 디자인해서 만들고, 1200개의 택 용지를 재단하고, 접고, 타공하고, OPP에 넣어서 포장하는 고난도의 노동을 한 대단히 성실한 사람이자 우리의 든든한 천재 전략가.
물건만 사고 나가는 게 아니라
초안책방을 통해 초안클럽-물건의집의
연결된 세계관을 이해하고 가는 손님이 많아져서 뿌듯했어요.
우리들의 서사를 기억하게 될 테니까.
사실 플리마켓에서 책 파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스티커로 모객 하니까 손님들이 기분 좋게 방문했고,
물건 쇼핑 끝에 여유롭게 영혼/영감을
채워가는 듯한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예상보다 매출도 좋았음!!!
- 키미의 초안책방 후기
키미가 써준 우리들의 초안클럽 이야기, 물건의집에 대한 소개 글을 읽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우리의 서사와 과정이 잘 담겨있어서.
초안클럽 멤버 루시(@lucy_yoon)가
"우리 집에 물건이 많아서"라며 공개한 귀여운 초안이
멤버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플리마켓으로 발전했습니다.
2021년 11월 첫 번째 플리마켓(종로 파고 카페),
2022년 5월 두 번째 플리마켓(성수 밑미홈),
2023년 1월 세 번째 플리마켓(성수 깔깔스튜디오),
그리고 2023년 12월 16일인 오늘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가장 큰 규모로 네 번째 플리마켓을 열게 되었어요.
늘 물건에 담긴 사연을 적어서
새로운 주인에게 보내주었던 아이덴티티를 발전시켜,
이번 마켓에서는 '각자의 집을 여행해 보세요!'라는 콘셉트로 셀러들의 집과 물건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좀 더 나다운 물건을 찾아가는 여정을,
물건들은 제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는
물건의집에서 취향에 꼭 맞는 물건과 연결되길 바랍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켓을 끝내고 멤버들과 후기를 나눴고, 참여했던 셀러 친구들에게도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받았다.
함께 공유하고 싶은 문장/기억을 몇 가지 나눠본다.
(온) 손님들이 물건에 대한 메모를 생각보다 찬찬히 읽어봐 주시더라고요! 읽어보시고 이런저런 리액션해 주시는 게 재밌었고요, 제 경우 손님의 대부분이 지인이었는데 반가운 얼굴들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것도 플리마켓 재미 중 하나겠구나 싶었습니다.
(제이) 초안클럽 멤버들과 다른 셀러분들이 플리마켓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것! 현장 답사를 가고, 전시할 사진들을 모아 슬라이드로 만들고, 함께 모여 명찰과 셀러들의 집 모양을 만들고 공간마다 붙일 사인과 포스터를 준비하고, 미리 가서 의자를 옮기고 공간을 구성하고 준비하고, 셀러들이 먹을 김밥을 기호에 맞게 주문받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감동이었어요:) 함께, 진심으로, 열심히, 즐기면서 하는 멋진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셀러로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감사했던 뿌듯했던 점이었어요!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조원더) 전날 운영팀분들이 행사장 세팅, 꾸미기 해주신 현장 사진 봤을 때의 감동.. 행사장 도착했을 때 착착 세팅된 책상 보고 또 감동..
- 망설임 없이 보자마자 헉 이거 주세요 하고 스웨터 사간 손님
- 막판에 셀러끼리 사고팔고 하던 순간 ㅋㅋㅋ
- 회식도 좋았어요!
(욥) 매번 생각지 못한 물건이 가장 1번으로 주인을 찾아가고 생각지 못한 물건들이 잘 팔리는 것도 신기하였습니당 (목도리가 1등으로 팔리고 반지가 인기가 좋아서 신기하였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이번에 제가 만든 물건은 처음 판매해 보았는데 사람들이 비슷한 물건을 보고 우와라고 말하여서 신기하였고, (주전자..!) 이것도 팔릴까..? 하였던 만든 나무시계가 판매되어서 뿌듯하였어요!!
(수연) ‘초안클럽 세계관’이라는 말이 꽂혔고, 새로운 셀러의 합류도 좋았어요. 새롭고 신선한 물건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건, 새로운 취향이 온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의 세계가 같이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셀러들을 소개하는 콘셉트가 ‘집’이었던 것도, 사연 있는 물건을 판다는 의도가 잘 전달되어 좋았어요. 사전에 인스타그램에 집 사진을 공개하고, 마켓 현장에서 스크린으로 집에 대한 영상을 틀고, 각 부스에도 집모양으로 셀러 소개가 이어지는 동선도 잘한 것 같아요. 집을 여행한다는 말이 후킹한 표현이면서도 약간 추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집을 여행시켜주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물건이 누가 어떤 맥락으로, 어떤 사연으로 가지고 있던 건지 잘 보여준 것 같아요.
(파카) 마치 다세대 주택처럼, 어쩌다 보니 여러 셀러의 물건을 한 부스에서 팔게 된 것이 재밌었어요. 영수증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었는데 떡메모지로 만들길 잘한 것 같아요. 영수증이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손님에게도 '영수증 가져가세요~' 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초이) 체감상 오픈런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나가던 유동 인구들도 즐길 수 있는 행사라서 서울역이라는 공간에도 알맞은 행사였던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경험이란 생각이 들어서 재밌었고, 초안클럽, 물건의집 셀러는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누군가에는 해보고 싶고, 계속 응원하고 싶은 콘텐츠가 되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느슨하지만 이 행동을 꾸준히 하는 게 우리만의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라서 기억에 남고 좋았습니다.
(림고)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어요. 시언이라고. 루시의 새장을 꼭 팔아야 한다는 특명이 있었는데, 결국 수연님(=시언이의 엄마)이 가져간 게 참 재밌었어요. 우리만이 알 수 있는 에피소드, 복선/디테일이 많아져서 즐거웠고, 세계관 서사가 쌓여가는 느낌이었어요. 떡메모지도 잘 썼습니다!
(키미) 1. 물건의집 그 자체 & 루시 : 우리처럼 귀엽게 시작하여 오로지 선의와 재미를 추구하며 100평 규모를 거뜬히 채울 정도로 성장한 플리마켓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요. 없어, 없어. 만일 있다 해도 우리가 제일 귀여움!!! 루시의 성장 스토리도 드라마였음. 루시의 강점인 귀여움, 물건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친구들 소개해주고 싶어 하는,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챙기는 마음 등등이 조합된 최상의 결과물이 바로 물건의집 아닐까요?
2. 초안책방 그 자체 & 키미 - 처음에는 퍼블리셔스테이블 했던 것처럼 하면 되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가 일일 점점 커졌어요. 전에 했던 책갈피 큐레이션을 하려고 했는데, 레드프린팅 모양택 생산라인 문제 때문에 플랜 B인 스티커로 전향. 생각해 보니 플리마켓 손님들은 책갈피보다 스티커를 더 좋아할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좋아! (하다 보니까 욕심 나서 노가다의 늪에 빠졌지만...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3. 이전 경험의 회고 내용 많이 반영
- 초안책방 스티커에 초안클럽 & 물건의집 계정 남기기
- 스티커 이미지가 담긴 작품명 & 창작자 이름과 계정 남기기
- 손님들 쉬어갈 수 있는 공간 + 방명록 비치
- 물건 스토리 미리 작성하고 미리 사진 찍어두기
(동규) 마지막에 셀러들끼리 선물 주고받은 순간. 너무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 돼서 너무 기분 좋았어요 : ) 손님들 중에는 물건을 꼭 사지 않아도 내가 갖고 있는 물건에 대해 물어봐주고 궁금해 해준 분들이 기억나요.
(키미)
1. 서사가 있는 플리마켓 - 초안클럽에서 시작된 루시의 초안. 일 벌이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만든 결과물
2. 꾸준히 열리는 플리마켓 - 브랜딩은 '꾸준함'이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해요. 물건의집도 일회성으로 끝났더라면 이렇게 성장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어려웠을 거예요. 비정기적이더라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물건의집만의 특별함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3. 기분이 좋아지는 플리마켓 - 물건의집의 강점인 '환대'를 100평 규모에서도 해냈다는 게 정말 대단해요. 손님들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셀러 입장에서도 마켓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끝까지 마음에 걸리는 거 하나 없이 즐거운 기억만 가질 수 있었어요. 이것은 아무래도 루시의 세심한 배려와 분위기 메이킹 덕분...♥
(제이) 저는 플리마켓에 처음 참여하고 잘 다녀보지도 않은 사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연대'와 물건에 담긴 '이야기'가 중요한 마켓이라는 것, 그리고 초안클럽의 '초안노트'라는 특별 콘텐츠가 있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파카) 규모가 커져도 유지되는 따듯함과 환대, 그리고 가장 큰 특이점은 "서로 좋아하는 마음".
(욥) 예전에도 말하였지만 집에 있는 물건이 아닌 물건의 집이라는 단어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고, 별것 아닌 역배열 단어 같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엄청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이번에는 특히 셀러의 집 사진도 함께 넣게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집과 물건이 잘 연결되어 보이도록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 보았는데요! 그러면서 정말 같은 물건들의 조합이 놓이면 다른 집도 같은 집처럼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하였습니다 (이사한 집과 예전집 사진이 같은 집 같아 보여서 신기해서 같이 넣었어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집은 생각보다 외관이나 어떤 구조 같은 모양새보다는 내가 사용하고 좋아하는 어떤 물건들이 모여있는 모양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수) 고가의 물건은 아니지만 소소하고 생활감 있는 물건들이 싼 가격에 판매되고, 좋은 주인을 만나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동규) 역시 물건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귀여움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주영) 1. 추억 스토리가 적힌 메모지가 있다는 점 2. 셀러들이 쓴 책을 파는 초안책방이 함께한다는 것 3. 손님에게 방긋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 더 밝게 환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
(초이) 각자의 셀러마다 집의 형태와 물건의 스토리가 있는 플리마켓이 있다는 점. 본인이 안 쓰는 물건을 그냥 내놓는 플리마켓의 형태가 아니라, 자신이 아꼈던 물건을 누군가에게 분양하고 취향이 담긴 물건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차별점이 아닐까. 계속해서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림고) 요즘 플리마켓은 친한 사람들끼리 열거나, 전문셀러/브랜드가 모여서 하는데, 물건의집은 서로 다양한 취향들이 모였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세련된 물건, 누군가는 자기만의 감성 있는 물건, 더 구하기 힘든 물건, 소재도 도자기, 나무, 재료의 질감이나 감성들도 다 달랐거든요. 오는 손님 입장에서는 내 취향에 맞는 셀러는 한 부스정도는 만났을 거 같고 실망하지 않고 갔을 것 같아요. 다양한 취향 스펙트럼을 가진 것이 물건의집 자랑이 아닐까요? 우리도 직군이 다르고, 같은 분야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라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마켓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도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런 가능성들을 보면서 생각하면 다 되겠구나, 하는 용기를 얻어요. 초안클럽 처음 시작했을 때 얼토당토하지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나서 진짜 실행하고 있고, 영향력이 조금씩 생기고 있고,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다는 것도 신기해요. 몇 년 후도 기대되고요.
(수연) 플리마켓이라는 게 어떤 사람이 모였는지에 따라서 나오는 물건도 다르고 콘셉트도 다른데요. 우리는 어쨌거나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가 있는 플리마켓이 그런 특징에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루시) 내가 생각하는 물건의집의 특이점은 1) 이야기, 2) 환대, 3) 초안클럽. 초안클럽 멤버들이 마치 무한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이든 함께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온) 셀러마다 주제를 갖고 물건을 셀렉해서 선보이면 더 특색 있고 재밌는 마켓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만든 물건 / 중고 물건 /수집&소장품 등등으로 부스를 구분해서 운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중고물건에 비해 만든 물건이나 수집&소장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차이도 있을 것이고 소비군도 다른 듯하여!)
(지원) 사람들이 마켓에 와서 뭔가 먹거나 마시며 가볍게 앉았다가 갈 수 있게 커피/스몰 바이트 할 수 있는 공간(카페나 아이스크림 f&b 브랜드와 콜라보?!) 이 있다면 더욱 풍성할 것 같아요!
(욥) 이번에 특히 재미있는 셀러분들이 많이 모였는데, 앞으로는 더 각각의 셀러의 특징에 맞는 집의 한 부분, 취향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물건과 집의 배경을 촬영한 사진이 모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물건의 집이라는 단어가 더 극대화될 수 있게 콘셉트가 잘 묻어나면 좋을 것 같아요!!
(동규) 공간 대관 시간이 괜찮으면 물건 세팅은 전날에 무조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당일에 세팅하면 항상 아쉬운 부분이나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ㅠ_ㅠ 그리고 마지막 1시간은 happy타임이라고 기존 가격에서 10~20% 세일된 가격에 파는 걸 오피셜 하게 공지하면 어떨까요? 손님들이 뒤로 갈수록 적게 오는데, 그렇게 뒷 타임에 오게 만드는 방법은 어떨까? 고민해 봤어요!
(주영) 1. 메모지에 셀러표식 할 수 있는 도장을 미리 찍어둘걸!! 영수증 줄 때 이름 쓰려고 했다가, 일일이 쓰는 게 정신없고 바빠서 결국 못썼음 2. 입금액이랑 판매내역 기재금액이랑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 꼼꼼히 기재 못한 저의 불찰이라 다음엔 개선해보고 싶어요. 3. 홍보/소개/이벤트에서 저는 모든 부분 만족했습니다 :)
(수연) 마켓 온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방명록을 쓰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었는데, 방명록은 그냥 놔두면 잘 안 쓰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럭키드로우를 참여한 사람들에게 방명록 써달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마울 때 호의를 베푸니까 그 순간에 기분 좋게 써줄 것 같아요.
(제이) 플리마켓 준비에 필요한 일들을 모든 셀러가 함께 분담하면 좋을 것 같아요! (분담 항목은 자발적 선택으로!) 그럴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거나 셀러들에게 부담을 지워주지 않으시려는 것 같았는데 더 많이 참여할수록 더 많이 누리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서요!
(초이) 럭키드로우 이벤트할 때 무슨 아이템이 있는지 써놓고 미리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최저~최상 기대치 설정할 수 있도록!
(키미) 물건의집 굿즈를 제작해도 좋을 것 같아요. (반팔티 or 긴팔티 or 스웻셔츠)
(루시)
- 방명록 존에 책상 바닥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뭔가 깔아 두기.
- 각 셀러 부스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는데, 못 찍어서 아쉬웠음.
- 포토존을 따로 만들지 못해 아쉬웠음.
- 처음 셀러를 해보는 사람들을 위한 판매가이드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음.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이 팔렸는지 기억하고 싶으면 사진을 찍어두시라고 가이드하기!)
(마틴) 판매하는 물품 카테고리를 좀 더 분류화하면, 요런 물품도 있다는 걸 알고 더 많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케팅적인 요소를 활용해 볼 만한 여지가 더 많아 보임~!
누군가 나에게 다음을 물어봤을 때
"다음에는 이번보다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키미는 나의 그런 다짐이 좋았다고 했다. 브랜드의 성장 지표를 규모로 판단하기 쉬운데, 가장 중요한 건 진심과 내실과 서사라는 걸 잊지 않겠다는 다짐인 것 같았다고. 사실을 고백하자면, 큰 판을 벌리기엔 나의 그릇이 크지 않은 것 같아서 다시 작아지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그렇지만 100평이란 넓은 공간에서 스무 명이 넘는 친구들과 뭔가를 해낸 경험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것들을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함께해준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고, 친절한 RTO 담당자님들에게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대장'이라는 역할이 부담스러웠던 지난날과 달리 이번에는 나 자신이 조금은 더 성장한 것 같았다. 친구들은 내게 새로운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는 후기도 힘이 되었다. 확실히 지난 플리마켓 보다 덜 부담을 가지고, 덜 스트레스를 받으며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앞으로의 물건의집은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중요한 건 계속 꾸준히 하는 것.
다음에 개선할 것
1. 공통 표기 가이드를 만들기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의 저자 김키미의 조언에 따라, 공통 표기 가이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미가 장소는 브랜드명이 아니라며, '브랜드물건의집 x 브랜드콜라보명'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예를 들어, 물건의집x밑미, 장소는 밑미홈 옥상)
- 회차 표기할 때 이번엔 '제4회'라고 표현했는데, 그보다는 네 번째 플리마켓이 부드럽고 귀여운 용어라 더 어울린다고 했다. '물건의집'도 띄어쓰기 없이 하나의 단어로 표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어떤 단어를 쓰는지에 따라 분위기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2. 셀러 홍보 가이드 만들기
셀러를 여러 번 참여한 사람, 처음 해 본 사람, 플리마켓을 직접 열어본 사람 다양하게 있을 텐데, 좀 더 '물건의집'의 특색을 알려주고, 이런 식으로 모객 하면 잘되더라~를 알려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기가 있었다. (사실 나도 어떻게 하면 잘 되더라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이 옷은 당근에 미리 글을 올려서 '물건설명을 쓰고, 이곳 플리마켓에서 직거래 가능. 플리마켓 구경 오세요'는 식으로 팁을 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3. 쁘띠셀러를 위한 다세대 주택 부스 만들기
이번에 물건도 팔고, 현장 스태프 일도 하느라 정식 셀러를 하기보다는 물건을 다른 셀러에게 위탁 판매를 맡기는 쁘띠 셀러들이 나 포함 몇 명 있었는데, 아예 다세대 주택 부스를 따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스태프 일도 하고, 돌아가면서 물건을 팔고. 내 자리가 있으면 베이스캠프처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말에 폭풍 공감함.
4. 해피타임 홍보하기
물건의집에 오픈런하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마음에 드는 하나뿐인 물건을 득템 하기 위해서다. 플리마켓 특성상 마켓 종료시간이 다가올수록 손님이 적어지는데, 친구들의 의견처럼 종료 1시간 전 세일 타임을 만들어서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
5. 럭키드로우 상품 리스트 만들기
사람들이 최저~최상 기대치 설정할 수 있도록, 무슨 아이템이 있는지 미리 알려줘야지.
6. 굿즈 만들기
물건의집만의 굿즈/티셔츠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종종 나왔지만, 실제로 만들지는 못했다. 만약 옷을 만든다면
미리 입고 판매할 수도 있고, 럭키드로우 상품으로도 나눠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해보고 싶다.
7. 셀러들의 연결고리 유지하기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서로의 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늘 고민이다.
초이가 '물건, 집'이라는 키워드로 서로의 삶을 계속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어떨지 말해주었는데, 이런 멋진 사람들을 계속 연결고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겠다.
* 네번째 물건의집 현장 사진들은 이동규(@leedongkyu_)와 문화역서울284 (@culturestationseoul284)에서 찍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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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4년 가을이 되었습니다. 플리마켓이 끝나면 꼭 후기를 올리고 싶었기에 밀린 숙제처럼 작년의 플리마켓 회고록을 남겨보았어요. 그리고 어느덧 올해 10월 9일(수) 한글날에 다섯번째 물건의집 플리마켓을 엽니다.
Achim 매거진의 윤진님 덕분에 후암동의 멋진 공간, 아침프로비전의 1층 야외공간에서 열려요.
이번에는 또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만나게 될지 저도 궁금하네요!
모두 물건의집에서 좀 더 나다운 물건을 찾아가는 여정을 누려보길 바랍니다.
그럼, 우리 한글날에 후암동의 아침프로비전에서 만나요!
물건의 집 소식이 궁금하다면 @home.of.object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