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수박씨를 뱉어내던 내 입술은
화재진압용 헬기소리를 내거나
공냉식 V4 바이크 엔진 소리를 낼 수 있었고
날아가는 파리를 쏘아 맞춰 떨어 뜨리는
환상으로 번들 거리곤 했어
4월초의 마트 진열대 위에
성급히 올라 앉은 수박을
곁눈질로 보면서 생각해
제대로 안 익었거나
아직 제 철은 아니야
수박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냇가와
바이크 엔진 소리들
조용한 시골에 닥쳤던
산불이었어
수박과 함께 먹었던
닭백숙 냄새도 기억이 나고
그해 아마도 나는
책임지지 않아도 좋을만큼의
가벼운 뽀뽀를 해 봤던 듯도 해
마트를 다녀 와서 보니
집안 거실 중앙을
바이크 한대가 휑하니 가로 지르는 것 같아
배기가스 대신
수박씨들을 푸드드드 뱉으면서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