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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Apr 16. 2017

굽은 등을 한 그녀와의 커피 타임



그녀는 잘 익은

벼이삭 같은 허리를 하고

길가의 돌이나 꽃들

꼬리치는 강아지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조직폭력단의 말단 조직원 보다

더 깊히 숙여 인사하는 허리를

그녀는

내가 어렸을때 부터

가지고 계셨다


여름날의 햇빛을 머리수건 한장으로 피하며

내 부모와 함께하는

밀크 커피 타임을 위해

바쁜 지팡이 걸음의 그녀가

우리집을 방문하곤 했다


혹여 주무실 때도 벼이삭 같은

모양으로 주무실까

아니면 주무실 때만은

기적적으로

허리가 곧게 펴지시는 것일까


시골마을 떠나

도회지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우리집은 기르던 강아지를

그녀에게

맡기고 떠났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내 부모님과 그녀의 담소가

전화기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녀의 전화기 앞에는 따뜻한

밀크 커피 한잔이 놓여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남기고 왔던 강아지가

우리 가족을 잊지 못하는 것 같더라는 말은

다시 그녀가

우리를 아직 안 잊었다는

말로도 들리곤 했다


어느날 그 강아지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고

얼마후 아흔살 후반의

그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날아 들었다


나의 어머니가 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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