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넌 안 슬퍼?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가만히 있다가 우리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드라마를 보다가도_노랫말 하나에도 가슴이 저려와 대성통곡을 할 때도 있다.
어쩌면 나는, 가끔 펑펑 울어야 비로소 마음이 시원해지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드라마를 보다가 슬픈 장면에 펑펑 울고 있었다.
눈물 콧물 다 쏟으며 감정에 푹 젖어 있던 그 순간—
거실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던 딸이 나를 힐끗 보더니 말한다.
"엄마, 저게 그렇게 슬퍼? 그렇게까지 울 일이야?"
"...?!!! 넌 저게 안 슬퍼???? 엉엉… (계속 우는 중)"
"음… 저 사람이 잘못한 거잖아. 그 정도로 울 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래, 뭐… 논리적으로 따지면 맞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이유 없이 훅 밀려올 때도 있는 거잖아?
‘누가 T 아니랄까 봐…’ 속으로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울.일.이.야?”
그 말 한마디가 괜히 섭섭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말없이 휴지나 한 장 뽑아주고 지나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괜히 나도 지지 않고 한마디 했다.
“갈 길 가셔.”
다시 드라마를 마저 보려는데,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꼬꼬마 둘째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얘도 나처럼 펑펑 울고 있는 거다?!
아들아... 너도 혹시 나를 닮은 F 인가.
허허허...
아빠 T
딸 T
엄마 F
.
.
아들 F
아싸. 내 편도 있다.
결국 같이 부둥켜안고 울면서 봤다.
(그 드라마는 다름 아닌 "도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