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나는 갑작스럽게 고향 광주를 떠나 인천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아는 사람도, 친구도 하나 없는 낯선 도시.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서..."
그 흔한 유머 한 줄 외엔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은 새로운 터전에서 뿌리를 내리느라 분주했고,
동생은 전학 간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매일 바쁘게 지냈다.
그 사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외롭다기보다는 답답했다.
낯선 도시, 낯선 집, 낯선 일상 속에서
무언가 나만의 통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PC통신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나는 ‘넷츠고’ 유저였다.)
나름 도덕적인(?) 성향 덕분에 무분별한 채팅방보다는
관심 있는 분야의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향적인 내가
그 낯선 공간에 들어가 사람들과 어울렸다는 게
참 신기하다.)
‘관심 있는 분야’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 가입한 동호회의 이름은 바로—
"지친 천사들의 사랑찾기."
줄여서 "지.천.사." 라고 불렸다. 하하.
지금 다시 떠올리면…
살~짝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도 붉어질 정도로 부끄럽다.
하지만 뭐, 그땐 그랬다.
나는 정말 지.친. 천.사. 였던 거다.
그래, 분명 지쳤고… 천사였고…
사랑...을 찾아서 들어간건가...?? 하하하
그때, 내 나이 겨우 18세였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