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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T 사춘기 딸
vs 대문자 F 엄마

1. 아침이야, 딸

by 포카치아바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순둥이 딸아이가 요즘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특히, 아침에 깨울 때면 까칠함으로는 일등이라고 해도 서러울 정도다.


하루의 시작인 아침은 기분 좋게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아이를 늘 부드럽고 다정하게 깨운다-깨우려고 한다.


(스스로 일어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딸~아침이야~ 일어나야지~"



대꾸도 없고, 미동도 없다.



"딸~ 피곤하지~ 그래도 일어나야지~ 좋은 아침이야!"



"(짜증 섞인... 분명히 짜증이 섞여있다.) 아......."



여기서 잠깐,


나는 이미 ‘사춘기 청소년들이 수면 패턴에 일시적인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의 분비 시점이 늦춰져 밤 12시에서 2시 사이에 잠이 들고, 아침 8시에서 10시쯤 되어야 뇌가 깨어난다는 과학적 근거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로 깨운 후 5분을 기다리고, 또 5분을 기다려 다시 깨운다. 그리고 또 3분쯤 지나 다시 깨운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아, 일어났다고.”


속으로는 ‘아오, 일어나기는 개똥이. 입만 살았네.’라고 중얼거리지만, 겉으로는 환한 미소와 함께


“어~ 잘했어~ 좋은 아침이네!”


라며 다정하게 반응한다.


물론, 내 인내심이 넉넉한 날에는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아침부터 그렇게 대답하고 일어나야겠어?”


두둥— 전쟁이 시작된다.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로 겨우 일어나더니, 8시 3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하는데 8시에야 욕실로 향한다. 그것도 옷가지까지 몽땅 챙겨서 들어간다. 샤워를 하려는 건가 싶어 물으면, “아니, 머리만 감고 나올 거야.”란다.


그럼 옷은 왜 다 들고 들어가냐고 물었더니, “그냥 다 입고 나오는 게 편해.”라고 대답한다.


전날 저녁에 씻고 자면 아침에 여유롭지 않냐고 했더니, “아침에 머리 망가지잖아.”라고 한다.


그럼 좀 일찍 일어나든가…


하나부터 열까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입을 열면 아침부터 괜히 싸움이 될 것 같아, 그저 챙길 수 있는 말만 건넨다.



“뭐 좀 먹고 갈래?”


“오늘은 날씨가 좀 쌀쌀하대. 따뜻하게 입고 가.”


“키가 더 큰 것 같아!”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만 하다.



“안 먹어.”


“별로 안 추워.”


“...”



그래도 나는 또 말한다. 아침이니까, 하루의 시작이니까.






‘나도 저랬나?’ 싶어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 시절, 바쁜 부모님과 함께 아침을 보낸 적은 거의 없었다.


아침을 거른 채 혼자 준비해 학교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날카롭고 서운했던 아침도, 결국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조차도.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누나 잘 다녀왕~"



평범하지만 소중한 인사 속에서, 우리의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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