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을 지나며

by 포카치아바타

봄날의 엄마는

어디선가 쑥개떡을 얻어와 쫄깃쫄깃하게도 먹기도 하고, 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운 뒤 설탕을 솔솔 뿌려 주기도 했다.

향긋한 냉이 된장국을 끓이고, 달래를 듬뿍 넣은 간장으로 비빈 계란밥을 내어주셨다.

그 시절엔 몰랐지만, 이제는 냉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나물인지, 얼마나 향긋한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한여름의 엄마는
토실토실한 닭을 삶아, 뜨거운 김이 오를 때 손으로 살살 찢어 참기름과 소금장에 콕 찍어, 둥지의 새들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 나와 동생에게 하나씩 먹여주셨다.

그 닭으로 닭죽을 끓이고, 잘 익은 열무김치를 내어주셨다.


가을날의 아빠는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던 날이면
나와 동생을 데리고 나가, 노랗게 수북이 쌓인 은행잎 위에 앉히고 눕히며 사진을 찍어주셨다.
주워온 은행은 하나하나 껍질을 까서 기름에 살짝 볶고, 소금을 살짝 뿌려 호호 불어가며 우리 입에 넣어주셨다.


눈 내리던 겨울의 아빠는
집 앞 골목길에서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주셨다.

얼마나 단단하게 눈을 굴렸는지 커다란 눈덩어리 위에 동생이 앉아있던 기억이 또렷하다.


이 따뜻한 기억들은 내가 살아가는 사계절마다 다시 떠올라, 삶을 견디고 나아가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문득, 그때 엄마 아빠가 겨우 20대였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안쓰럽고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어린 나이에 짊어졌던 '가족'이라는 이름의 책임, 그리고 각자의 가정에서 충분히 받지 못했던 사랑을 우리에겐 넘치도록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분명 고된 삶이었을 텐데, 내 어린 시절 기억 속 엄마 아빠의 얼굴엔 지친 표정 하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나도 문득 돌아보게 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표정을 지으며 살고 있는지,
어떤 추억을 남겨주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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