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방향키가 바뀌었던 그 때,

1. 그렇게 우리는 한국을 떠났다.

by 포카치아바타

"우리, 이집트 갈까?"

결혼한 지 7개월쯤 되었을 무렵, 남편이 내게 물었다.


남편은 결혼 전에 이집트에서 가이드로 일한 경험이 있었고, 당시 함께 일했던 지인으로부터 다시 올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쉬운 결정이었다.

장녀로 태어나 부모님의 고된 삶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며 매일같이 다툼 속에서 자랐다. 할아버지는 술이 잦았고, 가족 간의 갈등은 늘 내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10년 연애 끝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충분히 서로를 안다고 믿었던 시간이었다.

결혼 후에는 홀로 계신 시어머니, 그리고 시누이와 함께 살았다.

그 속에서 나의 일상은 또다시 참고, 견디는 삶으로 채워졌다.


그런 내게 남편의 질문은,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나는 원래 걱정도, 후회도 잘 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우리는 약 한 달간 한국을 완전히 떠날 준비를 했다.


이집트는 유럽과도, 아프리카와도 가까운 나라.

우린 그곳을 시작으로 세계를 떠돌며 살아보자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출국을 준비하면서,

늘 나와 함께해온 반려견 둥이도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녀석을,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먼 곳에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둥이는 내 삶의 힘들고 외로운 순간마다 조용히 곁을 지켜준 존재였다.

그런 둥이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건

내게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한국을 완전히 떠난다고 해놓고선,

막상 공항에서 우리가 들고 있던 짐은 배낭 하나와 작은 캐리어 하나뿐이었다.

"사람 사는 곳이면, 필요한 건 다 있겠지."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많은 걸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부모님과 짧지만 묵직한 인사를 나누고,

둥이와 함께 우리는 이집트 카이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익숙함을 뒤로한 채, 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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