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초록색 불빛의 카이로
13시간의 긴 비행 끝에,
우리는 드디어 카이로에 도착했다.
착륙을 앞두고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에서 내려다본 이집트는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도시 곳곳의 모스크에서 새어 나오는 초록빛 조명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그 빛들이 모여 마치 도시 전체가 푸른 숲처럼 보였다.
출발할 당시, 한국은 무더운 한여름이었다.
이집트 역시 여름이었지만,
밤공기는 뜻밖에도 선선하고 가벼웠다.
둥이도 13시간의 긴 비행 끝에 많이 지쳤는지,
놀라고 울었던 탓인지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눈빛도 피곤해 보였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잘 견뎌줘서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카이로 공항은 여전히 분주하고 낯설게 북적였다.
우리는 덜컹거리는 차에 짐을 실고, 숙소로 향했다.
그날 밤, 어떻게 잠들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새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우리의 첫 숙소였다.
친절한 분들의 안내와 배려 덕분에 긴장감에 가려졌던 설레임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곳에 머물며 우리가 살 곳을 알아보고, 계약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우리의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카이로의 햇빛은 뜨겁고 강렬했지만,
습도가 낮아 마치 건식 사우나처럼 느껴졌다.
끈적임 없이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 더위는,
평소 더운 걸 유독 싫어하던 나에게도 낯설게 편안한 날씨였다.
어디를 들어가든 건물 안은 시원했고,
역시 더운 나라답게 에어컨도 빵빵하게 잘 작동했다.
그런 점들이 이곳에서의 첫인상을
한결 마음에 들게 만들었다.
우리가 렌트한 집은 큰 가구들은 갖추어져 있었지만,
텔레비전은 없었고 인터넷도 느려서 정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술을 파는 곳도 드물었고,
술이라도 한 잔 할까- 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심심하다 못해 지루하게 느껴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나는 그 안에서 이상할 만큼의 편안함을 느꼈다.
밖에 나가면 낯선 동양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아랍어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이집트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말들이 하나도 들리지 않아서 오히려 마음이 더 편했다.
마트에 가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하나 없이
느릿느릿, 천천히 일하는 풍경이 익숙해졌는데,
예전 같으면 그런 모습이 게으르다 느껴졌을 나인데,
왜 그땐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빠르지 않아도,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일상.
이 낯선 순간이,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