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고래>
우연히 알게 되어 펼쳐든 천명관의 『고래』.
오래전에 출판된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은 생생한 이야기였다.
사전지식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어릴 적 보았던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한 장대한 서사와 파도처럼 밀려오는 문장들에 금세 빠져들었다.
현실적인 인물들의 고단한 삶 속에 판타지적, 신화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고, 그것이 조금도 이질적이지 않았다.
읽는 내내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는데, 알고 보니 천명관 작가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읽는 영상’ 같았다.
소설은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의 그늘, 그 안에서 한 여성의 욕망, 그리고 인간의 탐욕·허탈·고독을 함께 그린다.
주인공 금복의 욕망을 보며 인간이 어디까지 욕망할 수 있고, 또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춘희를 통해서는 인간의 잔혹함과 본능, 외로움 같은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특히 춘희의 아이가 죽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지고, 가슴 깊은 곳이 아려왔다.
『고래』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자,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읽는 내내 현실과 환상, 욕망과 구원 사이를 넘나드는 문학적 경험을 하게 된다.
『고래』는 발표 당시 “한국 문단에서 보기 드문 상상력과 서사의 힘”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고한다.
비교적 어려운 구성과 거친 서술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 사회의 근원적 모순을 독특한 서사로 풀어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는데,
독특하긴 진짜 독특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책. �����
"당연하지. 보고 싶은 것들은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되어 있어"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대, 스스로 완전한 존재여. 나의 모든 것, 내 모든 비밀과 기쁨, 내가 걸어온 모든 발걸음, 내 모든 피와 살을 들어 바라건대 부디 이이를 구해주소서. 그 대가가 무엇이든 기쁘게 받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