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간다

by 포카치아바타

계절이 지나간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계절을 맞이하고 흘려보내고를 반복하다보면 내 인생이 벚꽃 흩날리는 봄같기도 하다가,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꽉 찬 여름같기도 하다가, 불어오는 찬 바람에 괜시리 마음이 헛헛해지는 가을이 되었다가, 꽁꽁 얼어붙은 한강처럼 잔뜩 움츠려든 겨울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내 인생은 어떤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당장은 알 수가 없다.

애플민트를 좋아해서 작은 화분을 샀다.

계절은 겨울이었지만, 화훼단지 안에서의 애플민트는 적당한 온도와 습도로 초록초록 예쁜 색을 띄고 있었다.

잎사귀들을 손끝으로 스치기만 했는데도 향이 묻어났다.

화분을 가지고 와서 물도 주고, 햇빛도 쬐어주고, 겨울의 끝자락에서 조금만 버텨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여러모양으로 애를 써보았지만 죽어가고 있었다.

애를 쓰다보면,

어느새 애를 써야 하는 대상보다, 애를 쓰고 있는 내 자신이 더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시들어가는 애플민트를 보며

그래.. 이렇게 해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라며 포기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다.

죽어 가던 애플민트 줄기 아래 새로운 잎사귀들이 자라고 있었다.

하루 이틀 자라더니 줄기가 몰라보게 쑥쑥 자라고 있다.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이사를 할 정도로 자랐다.

때가 있다.

인생을 살아갈 때,

나에게 맞는 때가 있다.

계절마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갈아 입는 나무들처럼

내 인생에도 나에게 맞는 옷을 입는 때가 있다.

열심히 달려도, 멈추지 않고 달려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고 결승점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달리는 내 품에 그저 아까운 내 아이들이 있는 지금의 계절.

이 계절이 부디 아프지 않게 지나면 좋겠다.

지긋지긋한 여름이 지나갔다고 기억되는게 아니라, 찬란하게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갔다고 기억하겠다.

그러니, 부디 병들지 않고 멀쩡하게 당당하게 살아내서

돈 많고 기도 많이 하는 권사님이 될때까지

지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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