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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May 18. 2024

새를 위한 마음

쨍한 더위를 피해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난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이 땅에 떨어진 건빵을 부수고 있었다. 손에는 건빵 봉지가 들려 있었다. 흘렸으면 흘린 거지 왜 부술까. 그의 이상하게만 보이는 행동을 한참 보고 있었다. 참새는 유난히 울었다. 짹짹짹.


퍽퍽 한참을 건빵을 부순 그는 흡족하다는 듯이 휠체어를 밀며 자리를 떠난다. 나는 본다. 참새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곳을. 그곳은 건빵 부스러기가 한 무더기 쌓여있는 곳이었다. 그는 참새에게 먹이를 주려 일부러 먹기 좋게 건빵을 쪼갠 것이다.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아차 싶었다.


그의 행동은 단순한 행동으로부터 온 것이 아님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본인이 거동이 불편하고 어려우니 그와 같은 이들이 더 눈에 띄지 않을까.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이나 상황들 따위 말이다. 너무 앞선 생각인가 싶지만 어쨌든 따듯한 정만은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


난 한참을 벤치에 앉아 있었고 그렇게 많은 참새는 처음 본 것 같다. 건빵 잘 먹더라. 더불어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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