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 하는 것, 필요한 거 아니고서는 대충 때우며 살았다. 그 하루가 켜켜이 쌓여 나를 만드는 줄 모르고. 며칠 전 좋아하는 카페에 혼자 앉아 오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정성이 가득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절로 웃음이 났고 대접받는 기분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배불리 맛있게 먹고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못 하나.
요즘 아니 꽤 오래전부터 바쁘다는 이유로 식사를 대충 때웠다. 이제는 바쁜 건 다 넘어갔다. 시간이 생기니 나도 이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요리가 먹고 싶어졌다. 아무리 비싼 한우라도 칙칙 구워서 대충 입에 넣기만 하면 되는 그런 거 말고 과정이 있는 제대로 된 요리. 거창하지 않아도 그래도 내 손으로 만든 뿌듯할만한 그런 거.
귀찮고 하기 싫다는 이유로 큰걸 놓치고 살고 있던 것이다. 나를 위한 것들은 아무거 나여서는 안된다. 정성스러워야 한다. 나는 존귀하니까. 나 스스로 나를 더 챙겨줘야지 싶은 거다. 그래서 오늘 간단하게 해 먹을 레시피를 생각해 보고 마트에 재료를 사서 다듬었더니 좀 고되다.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려니 그러리라.
내일부터는 예쁜 그릇에 시간과 노력이 담긴 정성스러운 요리를 먼저 입에 넣을 것이다. 작은 것 하나도 나를 위해. 모든 건 나를 위해서. 조금만 부지런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