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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Nov 12. 2023

타인으로 인해 잃어버린 기억도 있을까

그리운 기억은 있겠지



매일같이 끼고 다니던 이어폰 줄을 잃어버렸다. 내 물건을 잘 챙기고 다니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좀처럼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내 물건은 소중하고 사려면 또 돈이니까.


아마도 어제 점퍼 주머니에 이어폰을 넣어놨다. 하필이면  어제 친구들과 만나는 일정이었고 친구들의 아들이 내 점퍼를 이리저리 뒹굴 리면서 이어폰이 빠져나간 것 같다. 정확한 건 아니고 단지 추측이다. 내 이어폰은 점퍼 주머니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내 점퍼를 건든 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매일같이 달고 다니던 물건을 잃어버리니 허전했다. 그것도 나로 인해서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 말이다. 이어폰이야 하나 더 사면 될 일이지만 이런 사소한 것조차 없으면 이리 허전한데 다른 건 어떨까.


타인에 의해서 깨져버린 내 추억들을 몽땅 잃어버린다 생각하면 어떨까. 추억도 쓰던 이어폰처럼 회상할 수야 있겠지만 물건보다 소중한 내 긴 시간을 투자한 즐거웠던 기억들. 그 기억들을 반추하며 쓰라린 속을 채우기엔 우리는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람을 사서 되돌리랴 어쩌랴.  그저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는 수밖에 없겠지.


그냥 문득 이어폰을 잃어버리고 나서 더 큰 것을 잃어버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에서 글을 쓴다. 나는 사람도 잃어봤고 사랑도 잃어봤지만 그건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냥 가슴 아픈 채로 끙끙 앓고 있는 수밖에.


우리네 인생은 살 수 있는 것들과 살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들로 살 수도 있고 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바라건대 부디 살지 못하는 순간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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