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 '프렌즈'정주행
뒷북 썰

by 올드미스 다이어리

‘넷플릭스’ 같은 구독 경제 방식의 미디어 혹은 매체 소비방식이 회자되고 활성화된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이 시점에 미국 시트콤 ‘프렌즈’ 얘길 꺼내는 건 상당히 뒷북치는 감이 있다. 그래도 최근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된 터라 이 얘길 꺼내지 않을 수 없겠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정주행 하려고 시도하면서 찾아보니 시즌 10부터 검색되었다. 고민하다가 시즌 1부터 보기로 했다. 정주행 하고 싶기도 하고, 시즌 중의 가장 최근인 시즌 10의 정서가 소위 말하는 너무 ‘서구식’이면 좀 벅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즌 1은 미국 내에서 실제 1994년 경부터 방영되었는데, 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단다. 방영된 시기가 상대적으로 오래되었고 그 사이에 한국의 정서가 어느 정도 서구화 혹은 국제화된 감도 있으니 민감한 정서를 접할 때 덜 벅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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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트콤 ‘프렌즈’는 청춘물로 청춘 남자 셋, 청춘 여자 셋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 떠오르면서, 그 시트콤이 이 포맷을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미국 시트콤 ‘프렌즈’와는 직업 설정이라든지 몇 가지 부분에서 살짝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그 점을 파고 들 생각보다는, 사실 앞서 언급했던 부분, 그러니까 정말 미국 시트콤으로서는 클래시컬하다고 할 수 있는 ‘프렌즈’의 시즌 1이 비교적 정서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가 아닐까 싶었다던 내 생각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그 예상은 시즌 1의 1편에서부터 바로 빗나갔지만 말이다.


원래 과자도 ‘번들’ 형태로 사면 다 못 먹는 성향이라 ‘구독 경제’니 뭐니 말들이 있어도 ‘넷플릭스’ 가입해서 월 구독료 내면서 시청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영화만 보려고 했다면, 영화는 나름 미식가처럼 까다롭게 보는 스타일이라 뭔가 뷔페 같은 느낌의 넷플릭스에서 보기보단 지금처럼 한편 씩 영화관에서 보거나, 구입하거나, 대여해서 봤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이제야 정주행 하려다 보니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결국 막차를 탄 기분으로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가입하니 ‘키즈’ 옵션이 계속 눈에 띄는데, 이 옵션이 굳이 왜 있는지 모르겠는 채로, 매번 불편한 옵션을 넘기면서 그렇게 미국 시트콤 ‘프렌즈’ 시즌 1을 정주행 하게 되었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 시청 리뷰라고 하면, 이건 너무 뒷북인 감이 있는 터라, 주변에서 어제 그 ‘드라마’ 혹은 그 ‘시트콤’ 혹은 그 ‘영화’ 봤느냐는 식의 공감대를 차마 형성할 수가 없는 점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일기 형태의 글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온라인은 뭔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 혹은 공감대를 넓힐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시즌 1의 1편이 2021년을 살아가는 평범한 한국인, 혹은 올드미스로 좁혔을 때, 그 한국인 올드미스의 정서상 받아들일 수 있나 하는 떡밥을 던졌는데, 여기서 그 떡밥 중 일부를 회수하려고 한다. 현실적인 이유로 정주행을 다 하려면 아직 멀었고, 일부만 정주행 한 상태라 떡밥 중 ‘모두’가 아닌, ‘일부’밖에 회수할 수 없다.


시즌 1의 에피소드 1편에서 곧 매 회의 에피소드를 끌고 가게 되는 친구 사이가 될 ‘남자 셋, 여자 셋’이 등장했다, 이름은 챈들러, 조이, 로스, 모니카, 피비, 레이첼로 각각의 캐릭터 역시 이제 소개되는 참이었다. 1편에서 챈들러, 조이, 로스, 모니카, 피비가 뉴욕의 허파로 불리는 ‘Central Park’의 발음을 뒤튼 것 같은 네이밍의 ‘Central Perk’ 카페에서 대화 중인 장면에서였다. 로스가 이혼을 해서 친구들이 달래주고 있는데, 이혼 사유는 아내인 캐롤이 레즈비언이고, 그녀가 레즈비언 커플인 수잔과 결합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카페 카운터 쪽을 향해 비에 젖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그러니까 ‘레이첼’이 뛰어들어 온다. 결혼식 당일 날 남편 될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은 그런 결혼을 할 수 없다며 신혼여행을 포기, 곧 파혼하고 결혼식에 오지 않았지만 친구인 ‘모니카’가 있는 카페로 달려온 것이었다.


에피소드 1편부터 이건 한국식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인 MSG와는 전혀 다른, 정말 쇼킹한데 한껏 쿨해서 더 쇼킹한 미국식 막장 코미디극이 펼쳐졌다. 에피소드 2편은 더 나아갔다. 시트콤은 드라마와는 다르게, 한 회가 마무리되면, 다음 회에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게 보통일 것 같은데, 에피소드 1편에 말로만 등장했던 ‘로스’의 ex-wife, ‘캐롤’이 에피소드 2편에서는 ‘로스’ 앞에 직접 등장한다. 캐롤이 말하길, 임신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미국 시트콤은 한국식 막장 드라마와 다른 결을 보여준다. 논리적으로 누구의 아이이며, 왜 굳이 ‘로스’ 앞에 등장했을까. ‘로스’의 ex-wife, ‘캐롤’은 임신한 태아가 쿨하게 ‘로스’의 태아이며, 아이를 낳아서 레즈비언 커플과 키우겠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미국식 시트콤이 시즌1, 에피소드 1편, 2편에서 보여준 이야기, 그리고 정서였다. 그런데 쿨내가 진동한다. ‘로스’는 ex-wife, ‘캐롤’이 출산할 때 찾아가서 레즈비언 커플 ‘수잔’과 인사를 나눈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 싫고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고 “It’s my life.”를 외치면서 파혼한 ‘레이첼’은 반지를 돌려주려고 파혼남을 찾아가는데 파혼남은 레이첼의 친구와 신혼여행을 갔다 온 상태였다. 그는 쿨하게 레이첼에게 반지를 돌려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사실, 미국 시트콤 ‘프렌즈’는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방식 중 하나, 그러니까 일상적인 회화를 공부하는 대안적인 회화 공부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실은, 나도 그 이유 때문에 뒤늦게 정주행을 시작했다. 영어 자막 켜놓고 보거나, 자막을 아예 꺼놓고 보는 식으로 여러 번 보는 중인데, 보다 보니까 지나쳤던 디테일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장면의 연결이나, 이야기의 연결과 같은 디테일도 보이지만, 민감한 이슈에 대한 디테일이 보이기도 한다. 그건, 듣다 보니 대사가 들리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연기자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연기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하다. 근데 이상한 점은, 이 시트콤이 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대중적으로 성공한 한편, 클래시컬한 시트콤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2021년을 살아가는 한국인 올드미스의 정서상 민감한 이슈로 여겨지는 부분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봐도 너무 웃겨서 그냥 술술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다 보니 미국 시트콤 ‘프렌즈’는 글에 비유하면 ‘가독성’이 좋은 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좋은 점일까, 나쁜 점일까. 그런데, 또 지나고 나면 소가 되새김질하듯이 그 이슈를 곱씹게 된다. 그냥 술술 넘어갔는데 미처 넘기지 못한 민감한 이슈들이 한편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국식 밥상을 한 것에 비유하자면, 마치 국이 맛있어서 밥을 말은 뒤에 엄청 빨리 후루룩 삼켰는데, 뒤늦게 식도에 아직 건더기가 잘게 분해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걸 깨달은 것 같은 일종의 찜찜함이 느껴진다는 것.


그게 요즘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정주행 하는 중에 드는 생각이다. 동시에 금방 정주행 할 것 같으면서도 또 빠른 시일 내에 정주행을 마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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