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의 횡포 내지는 재벌2세,3세들의 갑질이 계속해서 폭로되고 있다. 운전기사를 폭행했다든지, 직원에게 막말과 고성을 질렀다든지 하는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은 갑의 횡포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재벌 3세인 조태오(유아인)는 하청업체 화물기사가 밀린 임금 420만원을 받으러가자 자신에게는 하찮은 푼돈을 받으러 시위까지 벌인 것에 어이없어한다. 조태오는 배기사(정웅인)에게 그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하청업체 직원과 싸움배틀을 벌이게 시킨다. 일방적으로 맞은 배기사는 아들을 택시에 태워보내고 다시 조태오를 찾아간다. 그러나 피터지게 얻어맞고 자살인 것처럼 위장당하며 혼수상태가 되고 만다.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배기사는 강제로 싸움배틀을 당하고 치료비와 위로금 명목으로 밀린 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조태오에게 다시 찾아간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배기사는 조태오를 찾아간다. 그것은 서도철(황정민)형사의 말처럼 돈이 없을 수는 있어도 인간의 존엄까지 훼손될 수는 없기 때문일거다.
실제로 영화에서 나온 싸움배틀은 모 기업의 맷값 폭행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사람 위에 사람이 있지 않다는 기본적인 가치는 왜 갑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걸까.
꼭 재벌들에게서만 갑질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갑과 을이 크고 작은 갑질과 을의 서러움을 당하고 있으니까.
나는 을이 아니다.
병... 정도 될까? (하...하...)
갑은 학교, 그 아래 강사업체가 있고, 그 다음이 강사니까.
그것도 학교 위에 예산을 주는 교육부나 지자체를 넣으면 나는 정...이 되고 만다. (크헉...)
한번은 학교에 강의를 하러 갔다 이런 일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교장선생님이 오신다며 사진을 찍어야 하니 책상과 의자를 원하는대로 배치하라고 시켰다.
거기까진 뭐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인증샷을 찍은 후에 우리에게 말했다.
"책상이랑 의자 원위치 해놓고 가."
그리고 유유히 사라지셨다.
응? 본인들이 인증샷 찍으려고 책상과 의자배치를 해놓고 왜 우리더러 치우라는...거냐. 그리고 웬 반말?
치우는 건 그렇다치고 우리를 하대하는 그 태도가 더 거슬렸다.
(물론 일부의 얘기다. 대부분은 친절하다. 케이터링 서비스도 해주시는 곳도 있으니까)
갑이 나쁜 게 아니다.
갑이 있어야 을도 사는 것.
갑과 을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서로 존중받으면 될 뿐.
권력의 상위층에 있다고 혹은 사용자와 사용인의 관계에 있다고 우쭐대며 내려다보는 것. 그게 문제다.
유한양행의 예를 들어보자.
설립자인 유일한박사는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했고, 가족승계 대신 전문경영인제도를 실시했다. 또한 일가친척들을 해고해 경영권에 간섭하지 못하게 했다. 경영대물림으로 재벌 2세 3세 들의 갑질이 익숙한 오늘,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인 중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식을 낳아봐야 속된말로 노예로 살 게 뻔한데 미래의 아이에게 그런 삶을 주긴 싫단다.
극단적인 표현이긴하지만 그 맘이 이해는 간다.
건강한 갑과 건강한 을이 함께 하는 사회가 오긴 올까? 모두가 갑이 되고 싶은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