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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ul 31. 2018

코트다쥐르를 따라

2.12. 칸-니스-에즈-모나코

코트다쥐르의 출발지점으로 택한 칸(Cannes)에 도착했다. 칸 영화제의 바로 그 칸은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상쾌한 바람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만 메인 비치의 대부분이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라서 식당이나 바를 거치지 않고는 바다가까이 갈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나면 접근이 자유로운 비치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씁쓸한 기분을 어쩔 순 없었다.



여기서부터 이태리까지 코트다쥐르 해안도로를 따라 가기로 하고 니스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니스를 향해 가는 길이 너무 막힌다. 원래 막히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휴가철에는 훨씬 심한 교통 체증이 거의 이태리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목 좋은 곳은 프라이빗 해변이다.


오도가도 못하는 길에서 한참을 운전을 하고 있자니 너무 피곤해서 길옆에 차를 세우고 정신 없이 자고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다. 


니스에 도착하고 보니, 20년 전에 니스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워낙 명성이 높은지라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기대만큼 대단한 인상을 받지 못해 꼭 해운대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시 본 지금의 니스는 비 오는 해운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세 모습이 남아있는 에즈 거리 




니스를 지나 계속 달려서 산 위로 중세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에즈에 도착했다. 이 부근에 워낙 유명한 관광지가 많아서 에즈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데, 미로 같은 좁은 중세 마을의 길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곳이다. 


곳곳에 갖가지 꽃들로 장식이 되어 있어서 신혼여행을 오거나 웨딩 촬영을 하면 꽤나 괜찮은 사진의 배경이 될 거 같은 곳이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온 곳인데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은 즐거움을 주는 곳이었다. 에즈의 꼭대기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지만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모나코 전경


에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모나코로 갔다. 예전 여행에서도 재미있었던 생각이 나서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찾아 갔는데,  20년 만에 와서 그런지 도무지 기억도 안 나고 낯설기만 하다. 그때 모나코에 와서 여행에서 만난 여자애에게 모나코에 왔으니 반드시 불러야 한다고 모나코라는 팝송을 열심히 가르쳐서 같이 불렀는데 워낙 느끼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라 서로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도 난다.



모나코에는 다른 지역보다 관광객들이 훨씬 많았는데 특히 미국에서 온듯한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많이 보였다.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데 뭔가 시끄럽고 멋대로 행동하는것 같았다. 한군데에선 여학생들이 쌓아놓은 대포알 옆에서 경비병에게 무엇 때문인지 야단을 맞고 있었는데, 야단 맞는 모습은 동서양 공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은 모나코를 떠나서 미리 숙소를 예약한 망통으로 왔다. 이태리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망통은 그 이름 만으로도 한국인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곳일 것이다. 화투 노름에서 망통은 끝 수의 합이 10이 되는 가장 안 좋은 패의 명칭이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곳의 이름이 한국에서는 제일 재수없는 의미라는 것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미리 예약한 망통 이비스 스타일스 호텔에 도착했는데 주차장 입구가 너무 좁아서 차를 넣을 수가 없다. 좁은 도로 바로 옆에 크지도 않은 주차장 입구가 있어서 길에서 90도로 꺾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차가 SUV 형이라서 그런지 도무지 들어갈 수가 없다. 


리셉션 아가씨가 추가 비용을 내면 옆에 있는 다른 주차장에 세울 수 있다고 했지만 왠지 사기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어떻게든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한참을 씨름했지만 내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추가 요금을 내고 근처 아파트 주차장에 넣기로 했다.  


씁쓸한 기분으로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는 바람에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차 세운 곳으로 가지도 못하고 아파트 중정 같은 곳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리셉션 아가씨가 나오는 방법을 단단히 알려줬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들이 전부 카드키로 잠겨 있어서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나갈 방법이 없는데다가 핸드폰도 안 들고 오고 주변에 사람도 없어서 와이프나 호텔에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높은 담을 넘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누군가 봤다면 도둑놈으로 오해 받고 더 큰 곤경에 빠질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더 이상의 불운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비스 스타일스는 젊은 고객들을 타겟으로 하는 듯 이름 그대로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우리나라 호텔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데 다양한 고객층에 맞게 특화시키려는 노력은 배울만한 것 같다.


내일이면 프랑스를 떠날 예정이어서 마트에서 좀 맛있는 것들을 사서 한잔 하기로 하고 장을 보는데 금방 오븐에서 꺼낸 거 같은 치킨이 있어서 와인과 맥주와 사서 같이 먹었다. 유럽에는 맛있는 치킨을 파는 곳이 거의 없어서 여행 다니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 중 하나가 치킨이었는데 한국 치킨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역시 치맥이 진리인 거 같다. 
 

에즈의 아기자기한 중세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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