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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ug 30. 2018

물의 나라 플릿비체

2.20. 플릿비체-라스토케

플릿비체는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한데 아름다운 옥색 물빛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스플릿에서 플릿비체를 향해 가는 도중에 계속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했기 때문에 제대로 경치를 즐길 수 없을거라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가는 내내 날씨가 좋아지길 바랬지만 역시나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다. 중간에 폭우가 오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도착하니 비가 조금밖에 안 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데크로 탐방로를 만들어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속에 잠긴 나무와 석회 침전물이 만드는 플릿비체의 대표적 모습 


플릿비체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카르스트 지형으로 석회석 침전물이 자연 제방을 이루어서 만들어진 자연 호수들이다. 16개의 거대한 호수와 호수들을 연결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포로 이루어진 국립 공원인데, 무엇보다도 환상적인 물 색깔로 유명하고 물 속에 잠겨 있는 나무와 석회 침전물이 만드는 풍경도 아름답다.


예전에 꽃보다 누나가 방영되면서 유명해져서 한국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여행지이다. 





1979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예전부터 전 세계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지만 아직도 환경 보존이 잘 되어 있어서 국립공원 내부에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곰이나 늑대 같은 동물도 야생 상태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플릿비체의 물 색깔은 하늘 색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데 처음 흐린 하늘 밑에서 약간은 칙칙한 호수를 보면서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날씨가 좋아져서 플릿비체 특유의 아름다운 옥빛 혹은 청자빛 물 색깔을 볼 수 있었다.


물이 너무나 맑아서 물 속에 잠겨있는 바위나 나무 들이 그대로 보일 뿐 아니라 물 속에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신비로운 옥빛을 띠는 플릿비체 물 색깔



너무나 투명한 나머지 공중에 떠다니는 것 같은 물고기들


하류 쪽으로 가면 널려 있는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사는 곰들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많으면 한번 찾아보고 싶음 마음도 들었다.



플릿비체를 둘러보고 조금 이동해서 라스토케라는 마을로 갔는데, 그곳 또한 물의 마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을 곳곳에 수로와 폭포들이 많은 곳이었다. 아예 여러 갈래의 수로 위에 마을을 건설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지인이 살고 계시는 주천에 위치한 조견당이라는 몇 백 년 된 한옥 고택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원래 조견당의 부지에는 여러 개의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서 그 위에 집들을 지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일제시대에 제방 공사를 하면서 그 실개천들을 다 메우는 바람에 지금은 옛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참 운치 있는 모습이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셨는데, 라스토케의 풍경이 예전 조견당과 조금은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개천 위에 세워진 마을인 라스토케


크로아티아는 수량이 풍부한 강과 폭포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거 같다. 동화 같은 느낌의 이 마을도 꽃보다 누나 때문에 유명해져서 한국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자연 그대로의 마을은 아니고 관광객들을 위해 꾸며진 느낌이 좀 있었다.


마을에 들어갈 때 입장료를 받는 것도 지나치게 관광지로 조성된 것 같아서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물론 우리는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가서 둘러보긴 했지만..



라스토케를 보고 나니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서둘러 숙소를 구해야 했다. 라스토케에도 민박집이 있긴 했지만 주차장에서 짐을 옮기기도 힘들었고, 내일 일정을 고려해서 이태리쪽으로 좀더 가서 숙소를 잡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숙소를 검색하고 한 시간쯤 열심히 달려서 도착했는데 호텔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다. 또 구글맵 지도가 잘못된 거 같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잠시 고민했는데, 워낙 외진 지역이라 주변에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한 숙소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북쪽을 향해 출발했다. 


길을 따라 가다가 보이는 숙소가 있으면 잡기로 했는데 차도 별로 안 다니는 인적 드문 캄캄한 산길을 계속해서 가려니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어느덧 열시 반이 넘었는데 계속 산길만 달리다 보니 이러다 진짜 길에서 자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크로아티아의 인적 드문 산속에서 노숙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르는 일이었다. 비록 흐바르에서는 해피엔딩이었지만 또다시 호스텔의 고문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를 즈음 겨우 휴게소 비슷한 곳에 같이 붙어있는 방이 있는 모텔을 발견했다. 빈방도 있고 가격도 적당해서 자고 가기로 했는데 모텔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는 당황한 눈치이다. 크로아티아 외딴 산속 휴게소 모텔을 찾아올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들은 거의 없을 테니 놀라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말은 잘 안 통해도 일부러 우리에게 잘해주려고 애를 쓰는 크로아티아 아주머니들이 고마웠다. 크로아티아 외진 산 속에서 벌벌 떨면서 노숙하다 납치당하는 상상에 비하면 여기는 너무도 포근한 안식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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