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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Sep 28. 2018

익숙함

2018년 9월 25일

이원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 (2018)은 비재현적 주체, 언어의 이질화, 일상적 삶을 파열시키는 낯선 감각(평자는 죽음으로 설명하기도 한다.)의 지평을 언어로 펼쳐 놓는다.


그럼에도 익숙하다. 빈 허공, 단추, 절단과 같은 시어와 죽음의 이미지가 보편화되어 버린 탓일까? 시의 요소들을 이루고 있는 시어의 익숙함이 시의 낯섬을 반감시킨다. 이미 어떤 것이 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노련함이 시적 진술보다 앞선다. 

시집의 전반부를 지배하는 관성은 시인이 무의미라는 심연에 붙잡힌 탓일까? 아니면 우리 삶의 감각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한 기울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후반부의 시들은 세월호를 떠올리게 만든다. 슬픔 혹은 분노를 완결된 시적 이미지로 구성해놓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만 사건이 주는 현실의 무게가 시적 형식을 가벼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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