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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Oct 13. 2021

어린왕자와 죽음이라는 해방

-2021년 10월 13일

  동화 <어린왕자>를 읽다가 눈물이 났다. 몇 번을 읽었지만 문장의 깊이가 이제야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시간이 주는 직관의 힘 때문일 것이다.


  장미를 사랑해서 우주를 떠도는 어린왕자의 여행이 보아뱀에 물려 죽음으로 완성될 때 얼마나 슬프던지. 동화 <어린왕자>는 장미를 향한 사랑의 열병에서 시작해 관계의 아름다움을 통과한 후 미련없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완성된다. 바로 어린왕자의 여행은 인생 전체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어린왕자가 별로 돌아갔다고 묘사되지만 자세히 보면 스스로 뱀에 물려 자살한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별로 돌아가기 위해 (자살하기 위해) 사막을 돌아다니며 뱀을 찾아다닌다.


  즉 인생은 뱀(죽음)을 향한 것이고, 이 동화가 코끼리(삶 전체)를 삼킨 보아뱀 이야기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다. 마치 뱀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았다.


  이것은 반복의 형상일 것이고 인생이란 사랑하고 관계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 자체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속물로 인생을 허비하기에는 지금 현재의 삶이 귀하지 않은가. 작가가 여우의 입을 빌려 말했듯 진짜 귀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이 작품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비현실적인 성장이라는 치료제 대신 "삶의 열정으로 부터의 해방은 오로지 죽음 뿐이다."라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진실을 그대로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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