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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인 folin Oct 01. 2019

우아한형제들이 재정의한 개발자의 일이란

코드가 아닌 서비스를 만든다는 우아한형제들의 조직문화

당신이 만든 결과물은 코드가 아니라 서비스입니다. 
이런 이런 코드를 짰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어떤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냈는지 말하십시오.



우아한형제들은 누적 5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하였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조직문화가 좋기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인 만큼 우아한형제들의 조직문화를 다룬 콘텐츠는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폴인은 개발자 조직에 포커스를 맞춰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우아한형제들은 ‘개발 잘하는 회사’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개발 잘하는 회사이자 개발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최고기술책임자(CTO)김범준 부사장이 있습니다. 김범준 부사장은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기술 부채의 딜레마 목전에 있었습니다. 김범준 부사장에게 기술부채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기존의 코드를 정리하고 수정하면서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주어진 겁니다쉽지 않았을 그 일을, 김범준 부사장은 잘해냈던 것 같습니다. 마케팅과 디자인으로 유명했던 우아한형제들이 지금은 개발 잘하는, 개발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로 이름을 얻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김범준 부사장, 엔씨쏘프트와 SK플래닛을 거쳐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하여 우아한형제들을 '개발 잘 하는 회사'로 만들었다. [사진 폴인]


서로 가진 지식을 나누는 것



Q. ‘우아한형제들’하면 개발보다는 디자인과 마케팅이 먼저 떠올라요.


A  최근의 중국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오해다. 2014년부터 4년 동안 글로벌 외식기업의 마케터로 베이징에서 근무하면서 급변하는 중국의 외식 비즈니스 환경을 체험했다. 전통 산업의 카테고리에 있던 외식 산업에 하나둘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더니 혁신이 일어났다. 그새 중국은 핀테크가 대중화됐고 020(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에서 가장 앞선 변화를 보였다. 국내에선 최근에서야 네이버가 테이블 오더 기능을 런칭하거나 카카오가 오프라인 매장에 QR코드 결제와 챗봇 주문을 보급하고 있다. 4년 전인 2015년 중국이 딱 지금의 한국 모습이었다. 한국은 중국의 변화를 답습하고 있다.




Q. 엄청난 트래픽을 감당하는 건 사실 다른 서비스에서도 자주는 아니어도 일어나는 일 아닌가요?


A “포털의 경우 트래픽이 몰리더라도 정해진 콘텐츠를 보는 거지 쿠폰을 다운 받는 식의 시스템 변화를 필요로 하진 않아요일반적인 커머스 서비스는 시스템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주문 전달이 10분 늦게 된다고 해서 상품 배달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죠그런데 배달은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입력된 값을 처리해주어야 합니다시간당 20만 건 이상의 주문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도록 요구 받는 시스템은 거의 없습니다우리 개발 조직은 그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요.”




Q.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개발조직의 역량이 뛰어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잖아요. 어떻게 하신 건가요?


A “개발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서로 가진 지식을 얼마나 잘 나누느냐에 달려 있어요. 좋은 개발 문화는 자기 지식을 잘 나누는 문화고요. 선언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개발이란 업무 자체가 그래요. 마케팅한다고 생각해봐요. 봄에 했던 이벤트가 여름 이벤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은 다릅니다.”




Q.어떻게 다른가요?


A “어떤 기능을 하나 추가하기로 했어요. 그럼 그 기능을 구현할 코드를 짜면 될 것 같잖아요? 아닙니다. 기존 시스템에 코드 뭉텅이가 10개 있다고 해봐요. 그러면 새로 짠 코드가 이 10개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모순되는 게 없는지, 그래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해야 해요. 그래서 개발자들이 모여서 코드리뷰를 하는 거예요. 만약 다음에 또 새로운 코드를 추가한다면, 그땐 11개 코드 뭉텅이와 부딪치는 건 없는지 일일이 체크해야겠죠. 개발은 과거의 코드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코드를 얹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여러명의 개발자가 서로 리뷰를 해주며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개발을 잘하려면 서로 가진 지식을 잘 나누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코드리뷰는 개발자 한 명 혹은 몇 명이 만든 코드를 여러 개발자가 점검하고 피드백해주는 걸 말합니다.)




Q. 그런 의미에서 개발이란 지식을 나누는 과정 자체군요?


개발자와 지식을 나누는 행위는 분리할 수 없어요.”




Q. 우아한테크캠프, 우아한테크코스 같은 다양한 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요, 이게 말씀하신 ‘좋은 개발 문화’ 그러니까 서로 가진 지식을 나누는 문화와 맥락이 있나요?


“우아한테크캠프는 교육형 인턴제도입니다. 참가 대상을 대학생으로 국한하진 않지만, 7~8월에 하다 보니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주로 참가해요. 인턴제도지만 실무에 투입해서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두 달 내내 교육만 합니다.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의 수업료를 내야 들을 수 있는 퀄리티의 교육 프로그램을 공짜로 지원해주고, 한 달에 150만원씩 월급도 줍니다. 인턴이니까요. 신입 개발자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우아한형제들이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건 업계 다른 기업에서 개발자를 키웠기 때문이에요. 2000년대 초반 네이버나 다음이 신입 개발자를 뽑아서 교육하며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성장한 개발자들이 지금 우아한형제들에 와 있거든요. 우아한형제들이 업계로부터 지식을 나눠 받은 거죠. 그걸 테크캠프를 통해 갚고 있는 거고요.”
 
개발자는 기술의 변화를 이끌기도 하고, 또 기술의 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개발을 ‘지식을 나누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공부’였던 과정이 ‘개발’이 되었습니다. 퓨터 앞에 앉아 코드를 짜는 것만 개발이 아닙니다. 그 코드를 가지고 개발자들끼리 모여 코드리뷰를 하고, 첨언하고, 최근에 자신이 알게 된 어떠한 지식을 공유하는 모든 과정이 개발인 겁니다.



폴인(fol:in)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스토리북 <성공을 거듭하는 조직의 비밀 : 스타트업 조직문화 탐구서>의 표지. [사진 폴인]



코드가 아니라 밸류를 만드는 것


김범준 부사장이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한 뒤 개발자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당부했던 게 있다고 합니다.


당신이 만든 결과물은 코드가 아니라 서비스입니다이런 이런 코드를 짰다고 말하지 마십시오여러분이 어떤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냈는지 말하십시오.
 
코드가 아니라 밸류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Q. 기획자는 기획으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개발자는 코드로 말하는 것 아닌가요?


“개발자 중에 이런 기술을 써봤다고 자랑하는 분들이 있어요. 자신의 개발 능력을 자랑하는 거죠. 그럼 저는 물어봅니다. 그 기술을 선택한 이유가 뭔지 말이에요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 기술을 썼느냐고요. 코드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입니다. 개발자는 코드로, 기획자는 기획으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결국 이루고자 하는 바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걸 통해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Q. 개발자가 비즈니스 밸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가장 좋은 싸움의 기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겁니다코딩하지 않고도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은 개발자예요개발자가 비즈니스 밸류를 생각하면 코딩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일이 생겨납니다이런 기능을 구현하고 싶다고 기획팀에서 제안했을 때이건 코딩하지 않고 정책 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개발팀이 역으로 제안할 수 있는 거죠.”



좋은 제품을 내는 조직에서는 직군 간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데그런 조직에선 이렇게 논의합니다.







※ 우아한형제들의 개발자 조직과 관련된 상세 인터뷰는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의 스토리북 <성공을 거듭하는 조직의 비밀 : 스타트업 조직문화 탐구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범준 부사장이 말하는 협업의 핵심은 '이것'? 
오늘날 배달의 민족을 만든 조직 문화의 모습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콘텐츠를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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