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만약 인공자궁이 상용화된다면? (1)

산부인과 의사가 상상해 본 인공 자궁 시대

by 오지의


임신과 출산을 체외에서 완벽하게 대리해 주는 인공자궁은 SF의 단골 소재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너무도 요원하기에, 아주 먼 미래를 가정하거나 유전자 조작 맞춤형 아기 같은 설정과 복합되어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공자궁에 대하여 "자, 이런 게 있다고 치자." 이상의 깊은 고찰은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짚어 보자. 근미래에 착상부터 출산까지 대리해 주는 인공 자궁이 출시된다면? 그 도입은 어떤 단계를 거칠까? 대중과 각계의 반응은 어떨까? 인공 자궁의 공급자는 어떤 난관에 부딪히고, 어떻게 극복하게 될까? 단 이 글은 완전한 공상 과학으로, 어느 정도 의학적 정합성은 유지하지만 인공 자궁의 상용화는 결코 가깝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장면 #1

인공 자궁 개발 성공을 선언한 바이오 테크 기업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언론은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기계 속 인간들을 거론하며 호들갑을 떤다. 물론 실제 논문과 연구 결과를 뜯어보니 실험실에서 양의 인공 임신-출산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양의 건강 상태는 실제 자궁에서 태어난 양보다 다소 뒤떨어진다는 것도 확인된다. 하지만 기존의 인공 자궁이 조산아를 일시적으로 서포트하며 생존율 향상을 목표로 하던 것과는 달리, 배아의 착상부터 출산까지 완전히 기계가 대리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기술적 도약이다. 인공 자궁 개발팀은 이 연구가 인간의 인공 출산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임상 실험을 신청하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공 자궁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장면 #2

양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사례와 안정성이 충분히 축적되면서, 임상 실험도 승인된다. 난임 커플, 기저 질환으로 임신을 시도하지 못하는 여성, 자궁 기형으로 자연 임신이 어려운 경우 등이 배아 공여 대상으로 물망에 오르내린다. 성적 소수자, 종교계, 여성 운동 단체 등지에서 인공 자궁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다. 어떤 이들은 여성을 매개하지 않는 출산의 윤리성을 규탄하고, 어떤 이들은 드디어 여성이 산고에서 면제받게 된 것을 환호한다. 사법계는 이제 '태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인공 자궁 속의 태아는 모체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출생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자궁 밖 태아'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재정의된다.


장면 #3

최초의 인공 자궁 출산은 MRKH 증후군(선천성 기형으로 자궁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함)을 가진 여성과 그 남편, 4회의 초기 유산과 2회의 중기 사산을 경험한 고위험군 여성과 그 남편, 말기 신질환으로 신장 투석을 받는 여성과 그 남편이 배아를 공여하여 진행하게 된다. 기존 시험관 시술과 같은 방식으로 난자-정자를 채취한 후 수정란을 만들어 인공 자궁에 착상시킨다. 이제 9개월간 인공 자궁 내부의 모든 임상 데이터가 낱낱이 기록될 것이며, 투명한 자궁 내부의 태아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다. 전 세계가 이 세 아기의 경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지 9개월, 드디어 세계 최초의 인공 자궁 태아가 탄생한다. 물론 산통도, 무통 마취도, 제왕 절개 수술이나 굴욕 3종 세트도 없다. 그저 대표 연구자가 나서서 카운트다운에 맞춰 인공 자궁의 밀봉 상태를 해제했을 뿐이다.


장면 #4

놀랍게도 3명의 아기 모두 비교적 건강하게 태어난다. 다만 자연 자궁 출생아에 비해 체중이 다소 적고, 두 명은 RDS(신생아 호흡 곤란 증후군) 때문에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를 받지만, 차츰 회복하여 가정으로 양도된다. 인공 자궁이 아니었다면 출산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 분명한 세 커플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들의 감격스러운 반응이 뉴스를 뒤덮는다. 연구진은 이 출산에 대한 데이터를 종합하여 인공 자궁 출생아는 대략 34주 조산아와 유사한 건강 수준을 보인다고 발표한다. 따라서 인공 자궁이 실제 자궁을 결코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임신 성공과 유지가 어려운 일부 고위험군에게는 유용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인공 자궁 개발사의 주가가 전례 없이 폭등한다. 관련 산업계도 축포를 터트린다.


장면 #5

'출산을 위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전 세계가 흥분에 들끓는다. 산부인과 병원에 인공 자궁 출산에 대한 문의가 빗발친다. 의사 학회가 서둘러 나서서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킨다. 인공 자궁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출산에 성공한 사례를 봐도 아기의 건강을 완전히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해설이 이어진다. 시간이 흘러 인공 자궁 임상 실험은 순풍을 타고 발전한다. 이제 인공 자궁 기술은 FDA를 비롯한 각국 기관의 승인을 받는다. 단 아무나 자유롭게 인공 자궁 출산을 선택할 수는 없다. 엄격히 정해진 초고위험군 산모에 한해 인공 자궁 출산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장면 #6 : 인공 자궁 도입 시기의 인터넷 커뮤니티

[인공 자궁 아직 너무 이른 거 아님? 애기 상태가 자연 자궁만 못하다던데... 진짜 필요한 사람 아니면 굳이? 전문가도 말리는 거 이유가 있을 듯]

[근데 진짜 필요한 사람 기준이 애매하긴 해. 우리 회사는 출산휴가 없이 책상 빼버리는데ㅜ 나야말로 진짜 인공자궁 필요한 사람임 제발제발ㅜㅜ]

[난임시술 여러 번 실패하면 인공자궁 대상자 선정될 가능성 있는 거임? 미리 회차 적립해놔야 하나?ㅋㅋㅋ]

[아픈 거 싫다고 인공자궁 어쩌고 하는 철없는 인간들ㅉㅉ 나중에 애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진통 안 하려고 인공출산 한 사람 아무도 없는데 웬 섀도우복싱임? 이번에 성공한 부부 수기 한 번이라도 읽고 와봐라... 절대 그런 소리 함부로 못함]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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