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과 간단 디자인 툴로 내 책 인스타그램 홍보 게시물 만들기
책을 쓰는 것과 책을 알리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다. 나는 일부러 필명을 쓰고 숨어서(?) 작업을 했기에 홍보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몇 가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인 나'와 '과학책을 쓰는 작가인 나'를 섞지 않고 별도로 해 두고 싶었다. 그래서 신원이 특정되는 매체 인터뷰 요청도 고사했으니... 책을 최대한 알려야 하는 출판사에서는 아마도 굉장히 난처하셨을 것이다... 죄송할 따름이다...
대신 책을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광고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방법을 나름대로 궁리해 보았다. 출판사에서도 열심히 신간 홍보를 해주시지만, 이왕이면 그림이 들어간다면 광고가 좀 더 눈에 확 들어오지 않을까? 남편이 업무 때문에 chatGPT의 이미지 생성 툴을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명령어만 입력하면 되니까 그림 그리는 재주가 필요가 없고, 생성형 이미지이기 때문에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다. 여기에서 착안해 chatGPT의 이미지 생성형 AI인 DALL-E와 디자인 툴인 Canva를 써서 직접 광고를 만들어서 출판사에 제안하기로 했다. (무모함주의)
<준비물>
- chatGPT4 유료 버전을 썼다. (하지만 무료인 Bing의 image creator로도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 Canva 유료 버전을 썼다. (유료 버전도 1개월 무료 체험이 가능해서 무료 체험 기간을 이용했다.)
- 인스타그램에 책 광고가 어떻게 올라오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른 출판사 광고물도 유심히 봐두었다.
- 저자가 직접 광고를 만드는 것에 출판사에 양해와 허락을 받았다.
- 홍보물이니만큼 적당한 뻔뻔함이 필요하다.
1. 광고 기획
- 책 내용 중에서 시선이 갈 만한 문구와 장면을 추려보았다. 해당 부분을 만화체로 묘사해서 광고에 삽입하기로 했다. 만화 스타일의 그림을 넣은 것에는 경쾌한 책 본문의 분위기를 반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 책에 삽입된 디자인 요소(임산부 일러스트)와 색상(연두색, 분홍색 등)을 일관되게 쓰기로 했다.
- 카피는 출판사에서 쓴 것을 유지하고, 신문사에서 나온 서평 중 간결하고 좋은 코멘트를 모아서 발췌하기로 했다.(압도적 감사!)
-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5장 내외의 장면을 기획했다.
2. 이미지 생성
- chatGPT의 이미지 생성 툴이 DALL-E에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꽤 퀄리티가 높은 이미지를 출력해 준다. 다만 손이 3개이거나, 손가락이 어색한 장면, 명령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장면이 있어서 잘 추려야 한다.
- 주인공(나)이 등장하는 장면이 2컷 필요했는데, DALL-E는 동일한 인물을 반복해서 출력해주지 않는다. 매번 랜덤 하게 생성하는 원리로 보인다. 한 인물이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인 모습을 연속적으로 그려내기에 아직 적당하지 않다.
- 인물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해 주는 툴도 있지만, 내가 시도해 봤을 때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
- 작화 스타일을 일정하게 해 준다는 방법(생성된 이미지의 seed number/gen_id를 유지하도록 지시)도 내가 시도해 봤을 때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
- 위의 방법이 모두 실패해서, 결국 동일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여러 번 생성시켰다. 두 장면을 각각 20번 가까이 생성시키니 겹치는 스타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성 개수에 제한이 있어서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다. 작업 중 아기 설거지, 아기 빨래, 청소를 하면서 인내심을 충전했다.) 최대한 각 장면에서 인물이 유사해 보이는 2컷을 선정했다.
3. 디자인
- canva는 이용자가 아주 많아서 써먹을 디자인 요소가 다양하다. 완성된 템플릿도 참고할 만한 것이 많다. 유료 버전이라면, 배경 지우기 같은 특수 기능도 깔끔하게 해 준다.
-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때는 아무래도 약간의 센스를 발휘해 주면 좋다. 예를 들어..
- 책의 맥락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디자인 요소가 한 가지 추가로 필요했다. 나는 '물결/파도' 형태를 배경과 구획에 사용하기로 했다. Canva는 디자인 요소를 하나 고르면, 유사한 요소를 자동 추천해 주기에 아주 편리하다. 잘 배열하고 조합하기만 하면 된다.
-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 기법이 어떤 것인지 다른 광고들을 참조했다. (어디까지나 아마추어가 기성 광고와 비슷해 보이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전에 없이 기발한 광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 텍스트에 하이라이트(형광펜 칠하기)를 절반만 하는 트렌드(?)가 눈에 띄었다. 특히 책 광고에서는 마지막 슬라이드에 도서를 입체감 있게 중앙에 배치하는 레이아웃이 눈에 띄어서 차용했다.
- 광고와 어울리는 한글 서체를 찾아보고 자간과 행간을 적당히 조절하자.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간과 행간을 기본값보다 줄이는 것이 보기 좋아 보인다. 글이 잘 읽히고 밸런스가 맞는 조합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완성본> 순서대로 1~6 이미지 - 출판사에서 이 광고로 홍보를 시작해주셨다!
이상 모든 정보는 아마추어, 초심자 기준이다. (참고로 이 게시물의 헤드라인 이미지도 DALL-E가 만들어줬다. 생성형 이미지는 브런치에서도 쓸모가 많다.) 직접 본인 책을 홍보할 의사가 있는 작가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