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함께 공존하며 성장하기
이제 아기는 배아기를 넘어와 태아기에 안착했다. 말인즉슨, 기본적인 설계와 구조 계획을 마치고 무럭무럭 성장할 단계가 된 것이다. 변화는 다양하고, 폭발적이다. 눈, 손 같은 섬세한 구조물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성별도 분화한다. 내부 장기들도 형성되어 하나씩 기능하기 시작한다. 뼈가 쑥쑥 자라나어 튼튼해지며, 신경계도 차츰 발달하여 기본적인 반사(reflex) 작용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제 태아의 움직임을 산모가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동이다. 첫 태동이 느껴지면 그렇게나 신기할 수가 없다. 내 몸을 타인과 나눠 쓰고,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아기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음이 실감 난다. 몸속을 구렁이가 꿀렁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활발한 아기들은 어찌나 힘차게 움직이는지, 때로는 엄마의 갈비뼈나 방광을 걷어차서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프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이지만, 태동은 분명한 공존의 감각이다.
애를 보던가, 돈을 벌던가...
하나에 집중하기라도 하지.
굳이 하필 왜 지금 책까지 쓴다고 저 난리야?
정말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다. 자고, 먹고, 씻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고, 거울을 보는 나 자신. 아이를 재우고 기진맥진해진 밤이면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가슴이 느껴졌다. 돌아보면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중요하지 않은 쓰고 싶지 않았다. 진짜 사랑이 아닌 것은 쓰고 싶지 않았다.
- 정서경(시나리오 작가), 『돌봄과 작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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