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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운 Jul 02. 2021

올라올 때 경비실에 가서 냄비 좀 받아와.

부모님의 유산 (2) 주변 사람과 아낌없이 나눠라


  “올라올 때 경비실에 좀 가서 냄비 좀 받아와”

   집에 들어가던 길에 어머니의 카톡을 받고 경비실을 찾았다. 아저씨께 어머니가 냄비를 받아오라고 하셨다고 말씀드리니 밝게 웃으면서 뒤편에 있던 냄비를 건네주셨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주세요.”

   어머니가 음식을 나눠드렸던 모양이다. 아니다 다를까 집에 냄비를 들고 올라가니 어머니께서는 모처럼 갈비찜을 한 솥 끓이시고 경비 아저씨께 한 냄비 가져다 드렸다고 하셨다. 좁디좁은 경비실에서 김치와 간단한 반찬 몇 가지에 식사하는 모습이 내심 신경 쓰이셨던 모양이다.


   냄비를 돌려주시던 아저씨의 사람 좋은 웃음이 기억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파트 경비원 갑질이라고 폭언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쓰레기 버리듯 주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세상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고 하면 과한 오버일까.


   “음식도 남는데 든든하게 식사하시면 서로 좋잖아.”

   어머니는 늘 그렇듯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으셨다. 어머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전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논두렁이 남아 있던 강서구에 살던 그 시절부터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분이셨다. 부탁이 들어와도 거절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손이 큰 할머니를 닮아서였을까.

   음식을 많이 하는 날이면 경비실이든, 이웃집이든 나눠주셨다. 앞집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여행이라도 가신 날이면 앞집 형을 우리 집으로 불러 밥도 먹이고, 재워주었고, 재미있는 공연 티켓이라도 나온 날이면 윗집 친구를 불러 함께 보러 가기도 하셨다. 심지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주로 서 있던 장례식장에서도 다른 빈소를 찾아온 어르신을 보자 한걸음에 다가가 길을 찾아드리기도 하셨다.

   그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 왔던 나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주변 친구들에 비해 여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보면서 그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뭘 모르던 어렸을 때는 수재의연금이니, 화재의연금이니 방송만 나오면 전화를 하도 돌려서 게임이라도 돌린 것처럼 전화요금 폭탄을 맞았던 적도 있었다.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파는 씰도 쓸 일도 없으면 늘 구매했었고, 지나다 구세군 냄비가 보이면 5천 원이고 1만 원이고 흔쾌히 넣고 왔었다. 후배들, 친구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기꺼이 그날 밥값을 대신 계산하는 일도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는 용돈의 일부를 쪼개서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사랑밭 새벽편지, 녹색연합에 이어 유엔난민기구에 이어 작년부터 한국해비타트에 추가로 후원을 시작하면서 총 4개의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다. 이번에 종합소득세 환급 건으로 계산을 하면서 새삼 깨달았는데 연간 후원금이 무려 60만 원이 나가고 있었다. 1만 원, 2만 원씩 하는 작은 돈이라 미처 몰랐는데 4개의 단체를 합치니 꽤나 큰돈이었다. 퇴사 후 수입이 일정하지 않는 나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돈이기는 했다.

   옆에서 내 계산을 듣던 어머니는 안정적인 수입도 없는 주제에 이렇게 돈을 막 쓰면 안 된다고 말하셨다. 솔직히 말하자면 후원을 취소할까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그래도 당장 내가 이 돈이 없다고, 한 끼 덜 먹는다고 굶어 죽는 게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과 계속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후원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어머니께 보고듣고배우고자란게 함께 나누는 것이었으니까.


   무엇보다도 어머니를 보면서 베풀면 언젠가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주변에 베푸는 만큼 그분들도 남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나 역시 덩달아 또래에 비해 더 많은 분들에게 용돈도 받고 예쁨도 받을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많은 밥을 사주고 도움을 줬지만 나 역시 이전에는 선배들에게 많이 얻어먹었고, 인정을 받았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계속 가져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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