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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운 Oct 23. 2021

일상의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

두려움을 없애는 글쓰기(부제 :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하는 글쓰기)

   앞서서 글쓰기의 첫 단계인 모티브는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혹은 되는) 특별한 순간(When)이라고 말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번째 단계인 소재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소재 혹은 글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감이라고 하면 왠지 대단하고, 거창하고, 있어 보이는 무엇인가에 대해 써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제이라이프스쿨을 다니던 시절 J라는 친구는 이야기의 소재를 찾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 바퀴를 돌기도 했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해야만 글을 쓸 수 있을까? 똑같이 소재가 필요한 사진은 어떨까?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석 달 열흘을 한 스팟에서 기다리다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다거나, 혹은 정말 운이 좋게 우연히 천둥 번개가 치는 장면을 포착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며 찍는다거나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소위 ‘대포’라고 불리는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갖추고, 임팩트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고가의 장비로 사진을 찍고, 특별한 장면만 찍지는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물론 ‘오오오오 신기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진들도 올라오지만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고, 산책을 하다가 하는 일상의 모든 것(What)을 소재로 삼고 있다. 전혀 소재에 대해서 부담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행스럽게도 작법 강의, 스피치 강의 등에서 소재에 대한 가르칠 때 ‘반드시 대단한 소재’ 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대단하거나, 특별한 소재는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고, 혹은 사람들의 관심이 금방 식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애완동물에 대한 글을 쓴다고 칠 때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뻔하니까 신선한 고슴도치나, 페럿, 소라게 같은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 비단뱀이나 도마뱀이라면? 내가 직접 키워보지 않은 한 관련 정보를 찾아서 글을 써야 하는데 정보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직접 키우지 않는 한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강아지와 고양이에 비해서 고슴도치나, 페럿, 도마뱀은 정보가 적으니 직접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독자들도 처음에는 호기심에 ‘신기하네’하고 이야기를 듣겠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다 보니 흥미가 떨어져서 잘 안 보게 된다. 비단뱀이나 도마뱀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애완동물의 경우에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반대로 강아지와 고양이 이야기는 식상할 수도 있지만 비교적 쉽게 정보도 찾을 수 있고, 키우는 사람들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직접 키우기도 쉽다. 그만큼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공감대를 살 수 있다.


출처 : 네이버트렌드에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0월 1년 동안 개/강아지, 고양이, 고슴도치, 페럿, 소라게, 도마뱀, 비단뱀을 검색한 결과

  사람마다 다 다른 것 아니냐며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애완동물이 아니라 ‘북유럽에서 카바디는 신기하긴 하지만 공감하기 힘들고, 밴디 이야기는 공감하기 쉽다.’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카바디는 격투기와 술래잡기, 피구 등이 합쳐진 인도의 전통 스포츠고, 밴디는 아이스하키의 원형으로 알려진 스포츠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즐기는 스포츠다.)  일단 카바디와 밴디가 스포츠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스포츠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면 우리에게 친숙한 애완동물 이야기는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에 훨씬 직관적으로 들어온다.


  정리하자면 뭔가 특별하지 않아도 일상의 모든 것은 좋은 피사체가 되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듯이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글을 쓸 때는 직접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다. 인터넷에 도는 짤방, 책 속의 글귀, 드라마, 유튜브, 웹툰 속 한 장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의 캡처 등 모든 사진이 좋은 글감이 된다. 똑같은 소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아무리 쉽다고 말해도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사진 한 장을 글감으로 짧은 글을 써본 경험과 함께 일상의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매일 사진 한 장으로 글감을 찾는 하하두 챌린지 2기를 진행했었다. 전체 참가자 중 절반에 달하는 사람이 매일 사진 한 장으로 짧은 글을 완성했고, 나머지 분들도 갑자기 일이 너무 바빠지신 몇 분을 제외하곤 80% 이상 목표를 달성하셨다.


  그 당시에 7일 차에 즐겨보던 네이버 웹툰 노곤하개의 한 장면을 가지고 글을 썼는데, 공교롭게도 다른 분들도 저마다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 사진을 가지고 글을 써주셨다. 똑같은 강아지/고양이 이야기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는 것이 신기했다.

출처 : 하하두 챌린지 사진 한 장으로 글감 찾기 7일 차 미션

  아니다. 하늘 아래 같은 강아지가 어디 있고, 같은 고양이가 어디 있을까. 털 색깔도, 생김새도, 크기도, 성격도 다 다르다. 한 배에서 태어나 똑같이 생긴 형제라 하더라도 사는 집이 다르고, 키우는 사람이 다르면 두 아이의 삶은 전혀 달라진다. 어떤 아이는 사랑을 엄청 받아서 애교 넘치는 아이로 자라고, 어떤 아이는 학대를 받아 거리로 내쫓기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주인의 반려동물로 진한 우정을 나누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한 자리에서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며 망부석이 되어가기도 하고, 폭력성으로 두려움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늘 아래 같은 개도, 고양이도 없는 것이다.

출처 : 구글 검색 개/강아지

  진부한 얘기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성장환경에서 자라 다 다른 관심사, 가치관을 갖고 있다. 당연히 똑같은 개를 보더라도 똑같이 느낄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개와 함께 자란 사람이 개에게 물린 사람의 트라우마를 알 수 없으며, 개에게 물린 사람은 개와의 교감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뿐만이 아니다. 동물이든, 음식이든, 여행이든, 건물이든, 물건이든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인식한다.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이라는 작품은 똑같은 대상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프랑스의 화가 모네는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상파였다.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네는 주로 한 장소에서 특정 대상이 태양의 위치, 날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습들을 연이어 그렸다. 때로는 황금색으로, 때로는 푸른빛으로, 때로는 오렌지빛으로 빛나는 루앙 대성당 연작은 모네가 그린 그림 중에서도 계절, 날씨, 태양의 위치 등에 따라 같은 대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모네의 루앙대성당 연작

  물론 내가 모네처럼 한 사물을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관찰해본 적은 없어서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어린 시절 셀로판지를 끼고 바라본 세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색색의 셀로판지를 가져다 대면 파란 하늘이 빨갛게도, 초록색으로도 보이는 경험은 어린 마음에 상당한 충격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 더 이상 셀로판지를 가지고 놀지는 않지만 우리는 누구나 셀로판지를 갖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셀로판지 3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사진에 감정을 더하는 것이다. 똑같은 초밥이라도 데이트하면서 먹은 초밥과 이별을 말하면서 먹은 초밥은 전혀 다른 맛처럼 느껴진다.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갈 때와 출장을 갈 때의 기분 또한 전혀 다르다. 똑같은 소재라도 내 감정에 따라 이야기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대게지만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끝나고 회식으로 먹은 대게와 가족 모임에서 먹은 대게가 같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전공이다. 성인이 되고 바로 일을 시작하든, 대학교를 다니든, 사람들은 나름의 전문 분야를 갖게 된다. 싫든 좋든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대학생 때 관광과 문화행동 수업에서 사례 발표 조별 과제를 준비하는데 건축학과 선배는 관광 명소 모형을 만들자고 말했고, 신방과 선배는 UCC를 제작하자고 말했고, 경영학과 선배는 수익 모델이 뭐냐고 물었다. 똑같은 문제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만화 슬램덩크 광팬들이 슬램덩크를 소재로 글을 쓴 슬램덩크 인생특강에서는 누군가는 감독들의 리더십에 대해서, 누군가는 팀워크에 대해서, 또 누군가는 노력에 대해서, 어떤 이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대해 썼다. 똑같은 만화를 봤지만 각자의 전공 분야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문이 나온 것이다. 전공이 더해지면 킬링타임으로 흘려보낼 만화조차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출처 : 교보문고 슬램덩크 책 소개 페이지 캡처

   세 번째는 사람이다. 똑같은 장소라도 등장인물이 다르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주 불국사라고 하더라도 수학여행으로 갔던 불국사와 연인과 함께 데이트하던 불국사, 친구들과 출사로 찾았던 불국사가 같을 수 없다. 소재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컵라면이지만 내가 야경을 보겠다고 남한산성에서 친구와 함께 먹었던 컵라면과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하다가 먹는 컵라면이 같을 수가 없는 것처럼. 소재에서 떠오르는 사람의 이야기는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출처 우 :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경찰 화면 캡처

  하늘 아래 같은 사진은 없다. 설령 똑같은 사진 한 장이더라도 내 감정, 내 전공, 내가 아는 사람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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