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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Aug 30. 2020

산삼을 먹었더니 생긴 일

귀한 산삼 제대로 잘 먹는 법


         

“이거 먹어. 산삼이래”     



어느 날 남편이 보따리를 내밀었다. 그 속에 든 것은? 진짜 산삼!

촉촉하고 파르스름한 이끼 더미 사이, 작은 손가락만 한 산삼 몇 뿌리가 고이고이 덮여 있었다. 내 평생 산삼은 처음 보았다. “산삼 어디서 난 거야?”   


  

남편 아는 사람이 약초꾼이란다. 주중엔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신데, 주말이 되면 심마니로 변신한단다. 망태기를 둘러쓰고 산을 돌아다니며 온갖 약초를 캐고 다니신다. 눈 밝고 기운 뻗친 사장님께서 길 잃고 헤매다 찾은 산삼, “심봤다!”      



나는 다시 아이를 가지기 전에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 소식이 사장님의 귀에까지 들어갔을까? 이 귀한 산삼이 나에게 왔다. 산삼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뭐라도 좋은 건 먹어둬야 했으니까.     


죽어가는 사람도 일으켜 세운다는 산삼, 산의 기운을 받고 자라 약효가 뛰어난 산삼, 먹는 법에 따라 효능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는데, 대체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걸까? 그냥 생으로 씹어 먹으면 된다는데 정말일까? ‘삼삼 먹는 법’ 인터넷 검색을 마쳤다.         


  

산삼 먹는 법

1 먹기 전 구충제를 먹는다

2 공복에 먹는다

3 산삼을 생수로 잘 씻는다

4 잎-잔뿌리-몸통 순으로 씹어 먹는다

5 먹기 전, 먹은 후 미음으로 속을 달랜다     



일단 경건한 마음으로 약국에 가서 ‘구충제’를 샀다. 산삼의 영험한 약효를 몸속 회충들에게 빼앗길 순 없었다. 산삼을 먹기 전날 저녁, 미음도 끓였다. 산삼을 먹기 전 속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맵고 짠 음식, 술과 커피도 금지다. 산삼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런 수고쯤이야 뭐 어때?      

                             

산삼을 먹었더니 생긴 일

다음날 새벽, 냉장고에 고이 넣어둔 산삼을 꺼냈다. 촉촉한 이끼를 가만히 걷어내고 뽀얀 산삼들을 봤다. ‘나에게 산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를 한번 했다. 산삼을 씻었다. 수돗물도 금지다. 생수에 담아 부드러운 칫솔로 산삼을 깨끗하게 씻었다.      


산삼은 공복에 먹어야 한단다. 잎, 잔뿌리, 몸통 순으로 먹으라고 했다. 잎을 뜯어먹을 때는 한 잎씩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최대한 천천히, 아주 느리게, 입안에서 산삼을 짓이겼다. 산삼이 물이 될 때까지 천천히 씹어서 먹었다. 그래야 흡수가 잘된다나?     


쓰디 쓴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잎을 뜯어먹을 땐 산속 깊이 날 것 같은 풀향이 났다. 몸에 좋은 건 입에 역시 입에 썼다. 조곤조곤 산삼을 씹으면서 산삼의 효능을 한 번 더 읽어봤다. 이 좋은 효과가 내 몸안에 퍼져라 퍼져라 주문을 외웠다.          


산삼의 효능

원기를 북돋워준다

두뇌활동과 정신력을 왕성하게 해 준다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정력부진과 갱년기 장애 해소에 탁월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과민

빈혈에 좋고 눈이 맑아진다

조혈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인체의 저항력을 높이고

면역 기능을 향상시킨다

<본초강목>          



처음 산삼을 먹으면 명현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몸이 약할수록 더 생긴다나? 평소에 몸이 좋지 않은 몸이 새롭게 질서를 잡으려는 호전반응이라고 한다. 괜히 글을 읽고 나서 어지러운 것 같은 느낌, 더 잘 쉬고 내 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산삼의 명현현상

열이 난다.

피로하다.

졸음이 쏟아진다

현기증이 난다

몽롱하거나 가벼운 구토증이 난다          

산삼 먹을 때 유의점

술, 육류, 생선회, 콩, 무, 숙주나물, 미나리, 밀가루 음식,

해조류, 맵고 짠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      



사진출처 : pixabay

    

산삼 氣가 차는 맛

산삼은 버릴 것이 없다. 잔뿌리부터 잎사귀까지 모조리 씹어 먹는 데 걸린 시간 20분. 도 닦는 심정으로 최대한 천천히 씹어 먹었다. 지구 상의 약초 중 최고의 약초를 먹는다는 심정이었다. 즐거운 마음,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먹었다.  

    

산삼을 먹은 후 몸이 부쩍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무쇠팔 무쇠다리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플라세보 효과가 아니었을까? 플라세보는 ‘마음에 들도록 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가짜 효과라도 볼 수 있으니까.   

  

다시 배 속에 아기가 왔을 때, 엄마가 준비된 몸과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어야 했다. 있는 힘껏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니, 언젠간 예쁜 아기가 나에게 올 거라고 믿었다.   


        

산삼을 먹고 난 후

이 모든 게 내가 나를 더 아껴주고 돌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일에 치이고, 사느라 바빠서 돌보지 못한 나를 좀 더 잘 아껴주고 보살피라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다시 아기를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1달 2달 3달 4달.. 예정일에 맞춰 꼬박꼬박 홍여사가 찾아왔다. 그때마다 남몰래 울음을 터뜨렸다. 알아 다 알아. 얼마나 마음 졸이고 기다려왔는지. 얼마나 속상한지, 스스로 위로하려 쇼핑도 해보고 술도 마셔봤지만 결국 돈 탕진 몸 탕진뿐이었다.      


지금 어디엔가 나와 같은 어려움과 아픔을 가진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알았더라면 그렇게 조급하게 마음을 먹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 아기를 다시 맞이해야 하니까 몸에 좋은 것 꼬박꼬박 잘 챙겨 먹기, 조용히 덤덤히 잘 지내기,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https://brunch.co.kr/@folsy/1


아기가 나에게 올 수 있는 계단 같은 나날들.

아기를 맞이하기 전에 ‘나부터 아껴주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아기 만나기 위해, 혹은 아기 지키기 위해

내 몸 챙겨야 하는 예비맘들, 혹은 그 남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정보와 경험들 .



ㅡㅡ

산삼에 이은 약쑥 이야기,

나의 경험 보따리 하나 둘 주섬주섬 꺼내어 호호 불고 쓱쓱 닦아 전해 드립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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