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피자 Feb 12. 2024

[피자진심13] 피자의 변신은 죄가 없어요

둘둘  말아버린 이태리 부부의 룰로피자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가는 길, 하늘로 쭉 뻗은 마천루 빌딩들 사이에 아담한 피자가게가 쏙 들어앉아 있다.



 [부산 이태리부부 피자]

이탈리아에 가지 않아도 이탈리아 피자를 먹고 싶어서 찾아본 피자가게

(현재는 [이태리 상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피자가게 이야기는 옛이야기다)



이탈리에서 만난 두 부부가 부산에 와서 피자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이름도 ‘이태리 부부’ 피자가게.

소중한 인연이 부부로 맺어지고, 함께 한국에 와서 이탈리아 피자 전도사가 되다니. 정말 낭만적이다.


메뉴판도 앙증맞고 귀여웠다. 두 부부를 그려놓은 일러스트 그림, 곳곳에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 그림이 먹음직스럽고 예뻤다.



피자 주방은 오픈 키친이었다.

불을 지펴놓은 화덕과 오픈 키친에서 분주하게 피자를 만드는 사람들이 훤히 다 보였다. 만드는 사람들끼리도 결코 동선이 꼬이지 않았다.


서로 맡은 부분을 착착 해내고, 다음 사람에게 피자를 넘겨주는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피자를 만드는 모습이 스텝을 밟는 것처럼 경쾌했다.


피자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행복하게 맞은편 사람과 이야기하며 피자를 먹는 사람들.


저마다 테이블 위에 피자를 올려놓고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행복한 분위기가 피자가게 안에 가득 차 있었다.

피자 조각을 들어 올려 한 입 베어 물고 웃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렇게나 기분이 좋다.




피자 기본기로 승부하는

'마르게리따 피자'의 비결은?

토마토소스에 모차렐라 치즈와 바질이 올라간 이탈리아 국민 피자다.



화덕에서 갓 구운 마르게리따 피자, 뜨거운 치즈가 자글자글 움직였다. 제법 큼지막한 도우에 거뭇한 화덕 흔적들, 반죽 기포가 부풀어 올랐다.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이 어우러진 순수한 피자 맛이었다. 치즈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바질의 상쾌한 허브향까지 어우러진 맛있는 피자였다


역시 마르게리따 피자는 더하거나 뺄 것 없는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담백하고 따뜻하고 쫄깃한 피자는 신기하게도 입안에서 자꾸 통통 튀며 쫄깃거렸다. 소스, 도우, 치즈가 서로 손잡고 담백하고 풍부한 맛을 내고 있었다.


이태리부부 피자 인스타그램 피자맛의 기본기는 바로 이것.


“이태리부부의 피자는 70% 수분율을 가진 도우와 0.2% 안 되는 이스트, 저온에서 4일간 발효시킨 피자 도우입니다. 치즈는 냉동 피자치즈가 아닌 후레시 치즈를 치즈 컷팅기로 컷팅하여 토핑 합니다. 느리고 섬세한 이태리 부부 피자입니다. -이태리부부피자 인스타그램 중-


     



새로운 방식으로

말아서 만든 '룰로피자' 모양은?

야채와 플래시 치즈, 매콤한 소고기, 리코타 치즈를 넣고 말아서 만든 피자다



말아서 만든 피자라니, 이것은 피자인가 김밥인가?

일단 피자도우에 소고기 토핑을 얹고 치즈와 야채를 얹어, 마치 김밥처럼 둘둘 만다.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가지런히 담고, 그 위에 다시 치즈를 솔솔 뿌린다. 이 모양 피자 맞아?   


피자가 둥글넓적해야지 둘둘 말아져 있다니, 고정관념을 깨는 비주얼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이태리부부 피자를 검색해 봤다. 역시 룰로피자가 인기가 많았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이 사람들 눈길을 끄나 보다. 룰로피자 보고 왔다가 마르게리따 피자도 먹고 감동하는 코스가 아닐까?



 #드신 분들 입모양만 보는 안주인

이런 해시태그도 보인다. 3~6개월 주기로 신메뉴를 선보인다고 하는데 늘 고민하고 같은 메뉴로 5번도 넘게 레시피를 만들어본다고 한다. 기본기를 다진 뒤 신 메뉴개발에 애쓰는 노력이 느껴진다.


느리고 섬세하게 기본기를 다져서 만든 피자, 그리고 파격적인 비주얼의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 후 손님들 표정만 쳐다보면서 침을 꼴깍 삼키는 안주인. 긴장한 채 손님들 맛 평가를 기다리는 모습까지, 변화에 도전하는 모습은 늘 아름답다.




기본을 세워라. 그리고 파괴해라.
다시 창조해라.
 변화하기를 주저하지 말아라.
 
새로움을 추구해야만
독창적인 개성을 가질 수 있다고...

피자는 내게
‘기본기와 변신’을 가르쳐 주었다.




나도 매번 같은 것만 하고 살진 않았나. 그 같은 것들의 기본기가 과연 탄탄했던가.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 본업의 기본기를 더 다져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변화도 반드시 시도해 볼 것을 다짐한다.

기본에 충실하지만, 최신 트렌드에 맞는 변신까지, 나는 피자 하나에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태리에 가지 않고도 부산에서 이태리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보석 같은 피자가게. 지금은 아쉽게도 이태리 부부 피자 가게에 부부가 없다. 이태리 부부는 제주도에 내려가 예쁜 가게를 한다고 한다.


상호도  [이태리 상점]으로 바뀌었다. 대신 부부와 함께 피자를 만들던 직원이 맛있는 피자를 굽고 있다고 한다. 룰로피자와 마르게리따 피자는 여전히 맛있다.





ps. 피자를 좋아해서 피자 이야기를 쓰는

피자러버입니다


피자 좋아하시나요? 피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함께 피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글을 조금 쓰고 피자를 많이 먹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folsy/63


https://brunch.co.kr/@folsy/61




매거진의 이전글 [피자진심12] 미국에서 가장 맛없는 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