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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Oct 06. 2024

내 평생 달리기 운동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달리면 달라져? 어쩌다 보니 거저 얻은 달리기 나비효과




전 달리기 운동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달린다고? 왜? 뭐하게?” 


느닷없이 달리기를 하러 간다고 하자 가족들이 먼저 놀랐어요. 전 생전 운동이라곤 안 했으니까요. 왜 달리냐고 물어보니 할 말이 별로 없었죠. 하지만 어쨌든 달렸습니다. 주로 아이가 학원을 가는 늦은 저녁 또는 가족들이 늦잠을 자는 주말 오전에요. 


그렇게 달렸더니 나는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달라지고, 가족들의 눈빛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가족들은 왜 달리냐고 묻지 않습니다. 저는 더 꾸준히 잘 달리기 위해 달리기 아이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얻어지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




헉헉거리던 계단 오르기가 덜 힘들다는 걸 느꼈죠. 옷 속에 몰래 숨겨놓았던 통통한 군살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지요. 그냥 술이나 먹으며 늘어지고 싶은 마음도 점점 사라지고요. 


마라톤 대회에 런린이로 참가해서 뭔가 거대한 에너지 같은 걸 받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던 달리기 세상이 이렇게나 크고 멋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게다가 살면서 닥치는 어려운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남을 부러워하고 나를 비난하는 마음도 줄었습니다. 분명 예전 같으면 ‘아 도망치고 싶다. 하기 싫다’ 라며 피하고 싶어 했거든요. 

그럴 땐 마치 운동화끈 질끈 매고 길 위에 선 기분이 됩니다. ‘언젠간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테니 두고 봐라’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달리기를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
 “달리기 좋은 건 다 알지만...”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어요. 달리기 좋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달리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난 달리려고 달린 게 아닌데’ 그냥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를 달릴 수 있게 도와준 네 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 첫 번째, 예전에 불면증 때문에 새벽마다 잠을 설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퇴근 후 술을 먹고 초저녁부터 잠을 잤지요. 그러다 12시부터 잠에서 깨곤 밤새도록 뒤척거렸죠. 온갖 불안한 생각에 자신을 미워하며 창밖을 보던 나, 동트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홀린 듯 바깥에 나가 멍하게 하늘을 보며 길에서 울었어요. 

그때 갑자기 내 곁을 휙 하고 달리며 지나가던 사람, 새벽에 땀 흘리며 씩씩하게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었어요. 전 깜짝 놀랐지요.  

‘이 새벽에 달린다고??’



> 두 번째, 무작정 휘적휘적 걷기 운동을 시작하던 때였어요. 어떤 사람이 맞은편에서 뛰어오고 있었는데요. 정말이지 너무너무 천천히 뛰어오는 거였습니다. ‘뛰는 거야? 걷는 거야?’ 저렇게 뛰어도 되나 싶을 만큼 세상 천천히 뛰는 사람. 

하지만 그 사람은 멈추지 않고 뛰고 있었습니다. 분명한 건 ‘꾸준히 뛰는 사람은 반드시 더 멀리 간다’는 것입니다. 저는 ‘꾸준히’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래 빠르게 뛸 필요 있나. 속도는 점점 높이면 되는 거 아냐?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내 속도대로 꾸준히 뛰면 되지.’



> 세 번째, 어느 날 동생이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면 어떻게 하지?”라고 말했어요.

저는 “뭘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알면, 그게 내가 좋아하는 거지” 책에서 읽은 문장을 이야기해 줬고요. 

몇 달 뒤 동생에게 카톡이 왔어요. “한참 생각해 봤는데, 난 달릴 때가 좋더라” 사진 속에는 싱그러운 강가 벤치에서 운동화 신은 발을 찍은 사진이 있었죠. 달리기가 먼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달리기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건가?’



> 네 번째, 오래간만에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어요. “요새 뭐 하고 지내?” “나 요새 운동해. 나 10kg로 빠졌어!” “뭐라고? 대체 뭘 한 거야..!” 사춘기 아들과 티격태격하던 내 친구. 다 내려놓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해요. 엄청난 저질체력이었지만 달리기가 준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체험한 그녀. 

‘세상에! 운동으로 10kg를 뺐다고?’



달리기 비결은 ‘런데이’라는 앱이었어요. 런데이 앱을 다운로드하여 달리기 훈련 코스를 정합니다. 그럼 이어폰을 끼고 달리기를 할 때 ‘뛰세요’ ‘걸으세요’ ‘뛰세요’ ‘걸으세요’라고 알려준대요. 앱이 시키는 대로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먼 거리를 뛰고 있더라는 거예요 






아, 나도 달리는 심장을 가지고 싶었죠. 

제대로 달려 본 적 없지만요. 더 이상 똑같은 하루를 살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렴풋하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 변하고 싶다는 느낌으로 첫 번째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몸을 바쁘게 만들자 생각이 심플해졌습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명확해지고요. 불안함을 만드는 잡생각이 덜 났습니다. 달린 게 아까워 술도 빵도 덜 먹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뱃살이 사라지고 있었어요


달리기는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입니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지요. 그 말인즉, 언제든지 안 해도 될 이유를 찾아 안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몸이란 게 참 정직해서 달리기를 루틴으로 만들어버리니 변화가 생겼습니다. 양치질을 하면 이가 깨끗해지듯, 달리기를 하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신체는 우리의 집이고, 달리기는 그 집을 청소하는 일이다”
조지 쉬언 George Sheehan


 달리기를 시작한 런린이, 어쩌다 보니 거저 얻게 된 달리기 나비효과를 향해 달려가 볼까요?



일단 뛰자!




< 목차 >


프롤로그

달리면 달라져? 어쩌다 보니 거저 얻은 달리기 나비효과


1부 몸이 고장 났을 때 달렸더니

-잠이 안와서

-술이 술술술 

-20년 전 마라톤 

-아이스크림 홀릭 

-루틴의 뒷덜미


2부 마음이 고장 났을 때 달렸더니

-거리를 잘게 썰기

-펀런이 유행이래 

-보고싶어 달려가기 

-궁하면 통한다

-방해꾼 손절하기


에필로그

달리면 달라져! 숫자 기록 대신 인생이라는 길에 나다운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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