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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Aug 16. 2018

제주의 은하수

푸른 하늘 은하수

어릴 적 나의 장래희망은 천문학자였습니다. 줄곧 밤하늘을 동경하다 어느 순간 컴퓨터란 문물을 접하고 여차저차 해서 실제 천문학을 진로로 정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별을 옆에 끼고 지내긴 했습니다. 2001년 즈음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도 별의 일주 사진을 찍어보는 목적으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그 후 일반 사진취미를 즐기다 군대 다녀오고 본격적으로 밤하늘 사진 찍는 걸 시작한 건 아마 2012년 즈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메라와 삼각대 외엔 별 다른 장비가 없어 천체 일주 사진을 찍거나 고정 점상 촬영을 한 게 전부였죠. 

2013년 용눈이오름

카메라의 성능이 요즘처럼 좋은 성능의 카메라가 아니라 제약이 좀 따르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촬영을 했었습니다. 위 사진에서도 희미하게 은하수가 보입니다. :) 그렇게 취미활동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릴 적부터 하나 있었으면 하는 장비를 들이게 됩니다. 그것이 '적도의'라고 부르는 일종의 추적장치입니다.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 회전하는 자전 운동을 합니다. 이 때문에 하늘의 별들도 시간당 15도씩 움직이게 되는데요 지구 자전축에 수평인 축으로 자전 속도를 맞춰 별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추적해주는 장치를 적도의 라고 합니다. 이런 장비를 통해 보다 어두운 대상을 흐르는 흔적이 없이 점상으로 찍게 되었습니다. 이게 아마 2015년 즈음이었고 이후부터 사진이 조금 달라집니다.


2015. 은하수

왼쪽 사진을 보면 별들은 점상인데 반해 아래 배경이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별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이니 별은 고정되어 보이고 반대로 배경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왼쪽 사진에 보면 거의 중앙 부분에 밝은 별이 보이는데 그 부분을 크게 찍은 겁니다. 그 별이 전갈자리의 일등성인 안타레스입니다. 사진을 보면 공통적으로 하단이 좀 노란빛이 많이 감도는데 이게 광해의 흔적입니다. 원래 밤하늘은 어두워야 하나 인공적인 빛이 공기 중에 산란을 일으켜 밤하늘도 환하게 밝히게 되는데 이걸 광해(광공해)라고 합니다. 빛의 산란은 대기 중에 입자가 많을수록 더 잘 되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여름철엔 날씨가 맑아도 겨울에 비해 습하고 어선들도 많이 조업을 하기 때문에 이런 광해가 심한 편입니다.


2015. 용눈이오름

보통 여름철 은하수는 이런 이유로 남쪽에서 찍는 것보다는 한라산이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북쪽 지역에서 촬영하곤 합니다. 북쪽이 바닷가지만 남쪽은 한라산이 있어 어느 정도 광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2016. 궁수자리 은하수 근처, 백조자리 데네브 인근

보통 은하수 하면 위 사진들처럼 밝은 부분을 생각하곤 하는데 여름철의 은하수는 남쪽 전갈자리와 궁수자리 사이에 있는 은하 중심부를 시작으로 쭉 뻗어 머리 위 천정 부근의 백조자리를 거쳐 북쪽 카시오페이아 인근까지 이어집니다. 흔히 견우직녀 설화를 이야기할 때 독수리자리 알타이르와 거문고자리의 베가를 각각 견우와 직녀에 비유하곤 합니다. (혹은 염소자리의 다비흐나 알게디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둘을 떨어트려놓고 사이에 은하수가 흐른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은하수는 이 두 별자리 사이를 가로지르게 됩니다.

2017. 백조자리와 거문고자리

위 사진에서 좌측 상단의 밝은 별이 백조자리의 1 등성 데네브이고 우측에 있는 밝은 별이 거문고자리 1 등성 베가(직녀성)입니다. 좌측 하단으로 독수리자리가 위치해야 하는데 화각상 다 들어오진 않았네요.. 독수리자리 일등성인 알타이르까지 하면 여름철 대삼각형이라 부르고 이 삼각형은 꽤나 밝은 도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016년쯤부터 장비 구성에 조금 변경이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카메라에 변경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받는 빛은 여러 파장의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중 사람이 볼 수 있는 파장대를 가시광선이라고 합니다. 밤하늘의 발광 성운들 중 많은 수가 h-alpha 대역이라고 해서 수소 원자가 방출하는 파장대의 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h-a에 대해선 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냥 수소 원자가 방출한다고만 합니다) 이 파장대가 보통의 카메라에서는 적외선 차단 필터에 의해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천체사진을 주로 찍는 분들은 이런 필터가 없거나 혹은 제거된 카메라를 쓰곤 하는데요.. 이때 저도 필터가 제거된 카메라를 도입해서 찍기 시작했습니다.

2017. 전갈자리 안타레스 부근


위에서 2015년 용눈이 오름에서 찍은 은하수와 그 아래 궁수자리 은하수를 보면 붉은 대상들이 확연히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이것이 Ha 대역의 빛을 보다 더 많이 받아서 생기는 차이입니다.

2017. 5.16도로 인근

그리고 이때쯤부터 천체사진과 배경을 섞어보려는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사진 찍으러 나갈 때 장소도 단지 광해에 유리한지만 따지는 게 아니고 적정한 배경이 있는지도 찾게 되었습니다.


제일 최근에 찍은 은하수 사진으로는 이전에 발행한 글에 있는 사진이 되겠네요.

2018. 1100고지 백록상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왠지 제 사진이 정말 퀄리티가 떨어졌을 때와 그나마 좀 봐줄 만한 정도까지 온 역사로 보이기도 합니다 :) 사실 제주가 별 보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조금 노력하면 그래도 별 보는데 크게 떨어지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또 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차를 가지고 이동한다면 길어도 두 시간 이내면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


앞으로 개발되어가는 제주의 풍경을 간직하기 위해서라도 제주 풍경과 어울리는 밤하늘 사진을 좀 더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사진들을 가지고 언젠간 전시를 하는 날도 오겠죠 ^^



가까운 훗날 언젠가는 딸아이를 데리고 한적한 곳에 텐트를 치고 함께 별을 보는 장면을 상상하곤 합니다. 요즘 도심지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그런 별이 아닌 정말로 보면 저절로 '와'라는 탄성이 나올 그런 밤하늘을 보여줄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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