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사소의 곁 04화

"뭐가 나오든지 간에, 울면 안 돼."

by FONDOF

2023년 8월, 이마트 3층 장난감 섹션




아이 20개월 경의 기록,

저 시기에는 아이와 단 둘이 보내는 날이 많았다.

기관에 다니기 전 나와 좀 더 시간을 많이 보내며

공원에서도 뛰어놀고 계곡놀이도 갈 참이었지만

8월의 더위란 매미울음소리만큼이나 무자비한 것이었다.


결국 나는 아이를 데리고 자주 집 근처 이마트에 가서

4층 전자기기코너부터 3층 장난감섹션까지 천천히 아주 느긋하게

놀며 구경하는 일상을 자주 갖곤 하던 나날이었다.


그날도 아이와 손 잡고 이마트에 갔다.

아지랑이 아른아른 피어오르고 나갈 엄두조차 안나는 바깥과 다르게

자동문이 열리자 청량한 에어컨 바람이 반긴다.

아이는 내 손을 이끌고 저기로 가자며

몸과 바닥이 예각을 이루도록 눕듯이 잡아당긴다.


그렇게 이끌려간 장난감 섹션

중에서도 영유아들의 수준에 맞는 캐릭터들이 있는 곳,

아이는 이제 여기까지 끌고 온 내 손을 홱 뿌리치고

익숙한 캐릭터들 앞으로 달려가 바쁜 눈으로 장난감들을 훑는다.


그리고 그 옆으로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똑 단발머리에 키가 작은 아이의 엄마,


"이거! 이거어~"

"뭐, 뭔데, 그게 뭔데?

"이거 갖고 싶어!"

“…아, 이거 그거네! 지안아! 이거 랜덤박스거든? 근데 뭐가 나오든지 지안이는 울면 안 돼”


울면 안 된다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왜애 싫어어 그냥 사줘어"

"그니까! 울지 않겠다고 하면 사준다니까? 지안아, 너 랜덤이 무슨 뜻인지 알아?"

아이는 랜덤의 뜻을 모르는 눈치다.

하지만 이미 엄마의 질문에 벌써 빈정이 상했다.


"아니이 그냥 사달라고오!"

"여기 뭐가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뜻이야, 지안이가 아는 애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

"알겠어, 알겠다고."

"알겠어? 진짜지? 니가 모르는 애 나와도 엄만 모른다?"

"아 모르는 애 나오면 안 돼!"


아니, 그러면 사줄 수 없어!라고 단호하게 랜덤박스를 내려놓는 엄마,

아이의 숨소리는 수동 자동차 시동을 걸듯 씩씩거리며 점점 커진다.

평온했던 장면에 빠르게 한 줄 금이 그어진 느낌,

높아진 언성에 살짝 놀란 나의 아이가 집으려던 장난감을 집지 못하고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한 채 누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아이의 엄마는 이제 봐줄 마음이 없어 보이고

여자아이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엄마를 올려다보는 여자아이,

그런 딸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내려보는 엄마,

몸은 장난감 매대를 향해 있지만 고개는 옆의 누나를 보고 있는 나의 아들,

그리고 그들 모두가 한 시야에 들어오는 거리에 서서 지켜보는 나까지.


나는 갑자기

내가 내 머리 위에 올라서서

CCTV로 이 장면을 보고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되려나' 궁금해지려는 차였는데

다시 내 손을 확 잡아끄는 나의 아이,

이번에는 저 쪽으로 또 눕듯이 이끄는 성화에 못 이겨

나는 결국 레고 쪽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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