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1개월
아이와 나의 하루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나는 운전을 하며 룸미러로 아이를 보고
아이는 카시트에 앉아 내 뒤통수를 보며 쫑알대는 시간이다.
짧게는 2~30분, 길게는 왕복 3시간까지도
군말 없이 차를 잘 타주는 덕에
나는 월평균 1000km를 뛰는 드라이버가 되었다.
차를 타고 이동 간에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대화는 그대로 놀이로 직결이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서 지난 어느 날,
신호 대기 중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 차 옆으로 확 지나갔을 때다.
아이가
"저기 오토바이다! 엄마 봤어?"
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묻는다.
"어, 엄마도 봤어! 오토바이 아저씨 어디 가나~?"
그랬더니 아이가 대뜸 나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기를
"글쎄~? 혹시 사과주스 사러 편의점 가나~?"
풉.
편의점과 사과주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두 단어의 조합이다.
편의점에 사과주스 사러 가는 오토바이 아저씨.
이 귀여움이라니, 이 기발함이라니..
좋아, 질 수 없지!
"아니면 아저씨 코가 막혀서 공룡 선생님 만나러 이비인후과 가나~?"
하고 흘끗 아이를 본다.
룸미러 속 아이의 두 눈이 반짝인다.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아이는 한층 격앙된 톤으로 지르듯 자신의 차례를 이어간다.
"아니면 혹시.. 키즈카페에 가나~? 자동차도 많고! 낚시도 하고 말이야!"
"(키즈카페에 가고 싶은 모양이군) 흐으음 아니면.. 아저씨도 친구들 만나러 트니트니 가나~?"
"아니면.. 아니면 아아, 아니면 킥보드 타러 공원에 가나~? 미끄럼도 있잖아! 트램펄린도!"
이런 식으로
함께한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난,
아이의 기억 속에 즐거움으로 남아 있는 순간들을
[오토바이 아저씨 어디 가나~?] 놀이에 적용시키는 것.
이 대화는 끝없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은
오토바이 아저씨에서 아이 자신이 된다.
'아이는 이렇게나 즐거운 순간을 얌냠 먹고 자라고 있구나..!'
차 타고 마트 가기 귀찮아서 산책 겸 걸어갔던 동네 편의점에서도,
질리도록 갔었던 만만한 집 앞 키즈카페도,
아아, 아이는 이 정도로 즐거웠던 거구나..!
그 후함에 못내 마음이 뭉클해져서
잡은 핸들을 괜히 한 번 꽉 쥔다.
이제 놀이는 점점 더 구체적이 되어 가는데
"뭐, 아저씨가 뭐, 써니이모랑 아쿠아리움 가서 상어 만나나~? 거기서! 상어한테 밥 주나~?"
라고 지난주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기억을 한 조각 꺼낸다.
'그날이 그렇게 좋았나 보네!'
아이의 속마음을 이렇게도 들여다볼 수 있다니
이 정도면 아까 그 오토바이 아저씨께 감사인사라도 해야 할 판.
할머니 무릎에 앉아 좋아하는 유튜브를 실컷 봤던 일,
할아버지께서 컵 가득 담아주셨던 죠리퐁,
사촌들이랑 계곡에 가서 물놀이했던 날..
아이의 기억 속 행복의 조각이 끝도 없이 꺼내진다.
'이따 남편 퇴근하면 또 같이 해봐야지!'
"... 아니면 오토바이 아저씨가.. 집에 가서 아빠한테 방구공격 하나~?"
회심의 한 방을 날리자 역시나 아이는 자지러지듯 웃어제낀다.
그 말캉한 웃음소리가 방울방울 반짝이며
우리 둘만의 공간을 꽉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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