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워!"

낚이지 말지어다.

by FONDOF

2025년 3월, 37개월






"엄마 미워!"




이 즈음의 아이는 이 말을 왕왕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마음이 영원히 생생하다.


정말로 미워서 한 말은 아니라는 것,

[밉다]라는 감정에서 비롯한 말은 아닐 거라는 것은

알지만,

하지만.






아이가 이 말을 처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뱉었던 순간,

아이는 웃고 있었다.

웃기다거나 재미있다거나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 아닌

어색하고 잘 모르겠고 눈치를 살피는 웃음이었다.

마치

'이거 장난 맞나? 장난인가?' 재는듯한.

여기서 내가 웃어버리면

그대로 [엄마 미워]는 재미있는 장난놀이가 되는 거였다.


다행히(?) 나는 전혀 웃을 수 없었고

조금은 창피하지만 곧바로 굵은 눈물이 툭 떨어지는 거였다.

순간이지만 내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은 철렁함이 일었다.


멋모르고 던진 아이의 말에

이렇게까지 내려앉는 마음이라니

이렇게나 나약했다니 황당했지만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껴 울어버렸다.


아이는 내가 이불속으로 숨는 놀이라도 시작한 줄 알았는지

뒤집어쓴 이불 위로 올라타 머리며 허리며 매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세상 절망스러운 마음을 껴안고 서커스라도 하는듯한 꼴로

더운 이불속에서 웅크린 채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태은아, 그만해! 엄마 힘들잖아."


남편의 한 마디가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나는 옆으로 돌아누워 얼굴만 빼꼼 내밀어 더운 공기를 훅 내보냈다.

땀인지 눈물인지 범벅이 된 꼴로 오른뺨에 베갯자국이 날까 왼손을 받쳤다.


그러고도 한참을 하얀 벽을 보며 줄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 미워] 소리 한 번 듣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게 아니다.

당연히 아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날이 있을 거라 알고 있었고

그보다 더 한 말들도 듣게 될 거라고, 또 나도 하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다, 나의 성질머리도 그리 곱지 않은 주제니까.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빨리,

이렇게 귀여운 모습의 아직 만 3살 아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선

이렇게 예쁜 목소리로 뱉어낼 일일 줄이야.


그럴 거면 좀 너그럽고 여유롭게

아이의 마음 다 헤아려주면서

타격 없이 인자한 미소로 받아줄 것이지,

바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어버릴 줄이야.



"엄마한테 서운했어?"

"엄마가 태은이 마음 몰라줘서 그랬어?"

라고 물어봐주는 엄마이고 싶은데


'아 너무 서운하네..'

'진짜 내 맘 몰라주네..'

하며 내 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깜냥.




첫 "엄마 미워!"의 날카로운 기억을 시작으로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물론 타격감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맵고 아프다.

그래도 점점 더 나은 대처를 하는 나이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수양할 뿐.


아이는 [엄마미워] 그 말 한 마디면

엄마를 무장해제 시켜버릴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종종 무기 삼아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그러다가도 본인이 더 울면서

"엄마 안미워, 엄마 사랑해!" 통곡오열을 하기도.


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지난봄이었다.







한 번은 친정엄마랑 아이를 데리고

즐겨가는 아웃렛에 놀러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나갈 준비를 하며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고

아이는 그런 나를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있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을 안 들으니까!)


결국 옷 입히는 단계까지 와서

발가벗고 도망 다니는 아이의 등에 대고

"아 이럴 거면 가지 말자!"를 시전 했고

아이는 "엄마 미워!"로 응수했다.


순간 골이 지끈, 해서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워

(대부분 나는 이럴 때 드러눕는구나.)

오른 팔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안방에서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온 나의 엄마가

이 모습을 보고는 왜 그러고 있냐고 물었지만

나는 이러쿵저러쿵 설명할 기운도 없어서

그냥 잠깐만 이러고 좀 있겠다 했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가서

옷을 입히며 자초지종을 나누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 가! 가서 얼른 엄마한테! 응?"

하며 아이에게 지침을 속닥거리는 소리,

할머니가 예쁘게 입혀준 옷을 입고

몸을 베베 꼬며 내 발치까지 와서는

"엄마 미워 이제 안 할게요, 스페이스원 갈래요."

한다.


'약은 놈..'

귀엽고 괘씸한 마음이 반반 들어

"몰라,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귓가에 얼굴을 쑥 내밀며

"엄마! 왜 기분이 그렇게 됐어?"

묻는 아이의 따뜻하고 촉촉한 숨결이 가슴에 파고든다.


나참, 엄마미워 할 땐 언제고

돌아서면 손바닥도 같이 뒤집히는 아이라는 존재,

그리고 그 존재 앞에 그다지 멋지지 못한 나.


반응이 없자 아이는 두 손으로 나의 팔을 끌어내리고는

"엄마 왜, 속상해? 그럼 내가 (귓속말) 뽑빵강남스턀~ 해줄게"


"뽑, 뽑뽑뽑, 뽑빵강남스탈~"

말춤을 추더니

오른손으로 권총모양을 만들어

턱에 괴고는 눈을 감으며

느끼한 표정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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