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순간들
이마트 4층 전자기기 코너
밥솥과 커피머신이 양 옆으로 즐비한 한 섹션에서
어머님 직원 세 분께서 두런두런 휴식 겸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토다다다 달려가는 태은이를 보시고는
아유 이쁘다 하시더니 애기 귤 줘도 돼요? 물어봐 주신다.
아이와 다닐 때면 어르신들께서
먹이지도 못할 알사탕이며 젤리며 작은 손에 쥐어주시면
감사하면서도 난감할 때가 종종 있는데
하물며 귤을 줘도 되냐고 물어봐주시다니 너무 감사한 일.
불가사리 모양으로 귤껍질을 예쁘게 까주시며
“요즘 아기 보기가 귀해서.. 잘했어요” 해주신다.
호텔, 조식 입장 줄
10시반까지랬던가, 11시까지랬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상태로 10시 20분 즈음
느지막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인파가 시야를 가린다.
‘어떡해, 너무 늦게 내려왔나 봐...!’
남편과 눈빛으로 불안을 주고받으며 줄 끄트머리에 섰다.
10시 반까지면 어떡하려나, 줄을 자르려나
불안한 마음에 머리를 빼꼼거리며 살피는데
우리 앞으로 서있던 한 커플도 같은 고민 중이었나 보다.
“10시 반까지 아닌 거 맞아? 확실해?”
떡진 머리를 거칠게 묶고 잠이 덜 깬 목소리의 여자가
팔짱을 낀 채 남자에게 던지는 날이 선 물음이었다.
“11시까지야, 안 그러면 이 많은 사람들 어떻게 다 먹겠어?”
정황으로 판단하면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다.
고 생각했다.
서울랜드 오후 5시 20분경
숲 속에 아무렇게나 배치된 벤치,
세 가족이 하나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엄마는 이쪽 끝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아빠도 저쪽 끝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한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그 가운데 앉아있다가 지루했는지 벌떡 일어나
엄마한테 다가가서 뭐라뭐라 말을 건다.
“아빠한테 아빠한테”
건조한 목소리로 네 글자를 두 번 반복하니
아이는 그대로 아빠한테 다가가서 또 뭐라뭐라 말을 건다.
아빠는 한쪽 다리를 꼬아 다른 쪽 허벅지에 올리더니 몸을 살짝 비틀며
“으응 어어.. 엄마한테..”
토스.
아이는 어깨가 툭 떨어지게 큰 한숨을 쉬며
다시 엄마 쪽으로 두어 걸음발을 옮긴다.
앳된 얼굴에 비해 키도 크고 어깨도 제법 딱 벌어진 아이가
탁구공이 되어 엄마와 아빠 사이를 핑- 다시 퐁-
하고 있었다.
서울대공원 지하철역
누군가 맹렬히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60대 초반 정도 보이는 여성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5미터쯤, 5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둘이 쫓아온다.
아이고 웃으며 어이없는 듯, 저 언니 질린다는 듯
“고만 가, 언니! 못 타 어차피 못 탄다고!”
이 정도 장단 맞춰주면 좀 멈추려니 한 거 같은데
언니라는 여성분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최대한 뛰어봐! 난 간다!” 라며 계단 밑으로 사라지는 언니를 보며
“벌써 갔어갔어 떠났어..”
뒤따르던 동생 둘이 비로소 걸음을 늦추고 걷는다.
됐어, 할 만큼 했어- 라는 거 같았다.
이번 열차를 놓쳐도 5분이면 다음 열차가 올 텐데
저렇게까지 뛸 일인가
어쩌면 열차를 잡고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살아온 결을 보여주는
차원이라고 생각했다
#사소의토막
#토막난순간
#일상관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