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사소의 곁 19화

공항 단상

그 남자는 복어를 닮았다.

by FONDOF

김포공항, 체크인 대기 줄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특히 공항에서는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만원인 지하철 속,

문이 열리는데 내리지도 않을 거면서

굳이 굳이 문 앞에 서서는

내렸다 타기는커녕 조금 비켜주지도 않는 사람.


엘리베이터가 도착도 전부터

움찔움찔 밀기부터 하는 사람.


무빙벨트 앞에서 뒷사람 디펜스라도 하는지

한가운데 서서는 두리번대는 사람.


줄을 서려 가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깨를 치며 새치기하는 사람.


쓰다 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순간들이라 유감이다,

눈이 마주치면 웃거나

닫히는 문을 끝까지 잡아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체크인을 하러 들어서는데

어디서 고래고래 광광대는 남자목소리가 가까워진다.

체크인 창구 맨 왼쪽에 서서

직원을 위협적으로 노려보고 있던 그 남자는

삼십 대 중후반 정도 됐을까-

키가 땅딸만 하고 다부진 체격에

트레이닝복을 위아래 세트로 입고 섰다.


뭔데 저렇게 언성을 높여가면서까지 저러는 거야

하고 이어폰을 빼고 본격 들어보는데




“야! 니가 지금 열받게 하잖아 장난해?

아니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어어

아 나 진짜 짜증 나게! 야! 야!

너 때문에 지금 내가 여기서 어? 이러고 있잖아아"


정갈한 머리에 깨끗한 피부,

큰 눈 위로 가지런한 눈썹이 인상적인

창구에 앉아있는 여직원은

언뜻 울듯 말듯한 얼굴이다.

줄지어 선 사람들은 휘둥그레 그 장면을 보며

더러는 어머어머 뭐야 하기도 하고

더러는 불쾌한 미간으로 서있다.


바로 옆창구의 다른 여직원이

“다음 분 모시겠습니다.” 하기에

그 자리에 가서 섰다.

저런 캐릭터는, 이런 상황은

진짜 막장 드라마에서나 봤지,

현실에서 마주하니 신기해서

고개를 돌려 그 남자 얼굴을 흘끔 봤다.


뒤에서 봐도 튀어나온 볼살의 포물선,

튀어나온 퉁퉁한 입술에 불만이 가득하다.

복어가 연상되는 인상이었다.




눈이 많이 와서 연착이 됐을까 걱정했지만

별 다른 공지가 없는 걸 보니 괜찮은 듯하다.

모두가 불편하지만

아무도 딱히 뭐라도 하지 않는

애매한 상황 속을 그렇게 빠져나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게이트로 올라가는데

내 앞으로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이 뒤를 돌아서서

방금 전 이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저학력인 거 같아.. 그치?”

“그러게.. 하여튼 학력 낮은 사람은..”







#각자의해석

#공항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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