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일상
아파트 엘리베이터
29층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엘리베이터는 1대뿐이다.
속도도 빠르고 순환도 잘 되어 평소 불편함을 거의 못 느끼고 살다가
오늘처럼 층마다 서는 경우가 있다.
11층.. 17층.. 25층.. 올라오는 내내 몇 초 못가 멈추기를 반복하더니
28층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다시 내려온다.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28층에서 탄 형제가 둘이서 멀뚱히 서있다.
어른도 없이 둘이서만 외출하는가 보다 의아해하며 들어가려는데
7살쯤 첫째는 자전거를 잡고 엘베 안 한가운데 서있고
5살쯤 둘째는 양손에 인라인스케이트를 끼고 왼쪽 구석에 서있다.
두 눈만 멀뚱멀뚱,
"잠시만, 조금 들어갈게."
하자 양 옆으로 반걸음씩 비켜서며 자리를 내주었다.
나는 아이들보다 한 발짝 뒤에 서서 등을 기댔다.
짧은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한 여름의 소년 같은 첫째 아이는
빨간색 두 발자전거의 핸들을 소중한 듯 꼭 잡고
바뀌는 층의 숫자만 뚫어져라 올려다보고 있다.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이 오리처럼 튀어나온 모습이 귀엽다.
그런 형과 똑 닮은 둘째 아이는 좀 더 여린 느낌,
바퀴가 3개 달린 인라인스케이트를 장갑처럼 끼고선
형을 보며 배시시 웃다가 곁눈질로 나를 흘끔 보고선
화들짝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혼잣말로 소곤소곤 뭐라 뭐라 하는 목소리가 잔뜩 쉬어있다.
‘고양이 같은 형제네.’
나는 생각했다.
걱정말렴, 해치지 않는단다.
엘리베이터가 14층에 한번 멈추더니 어른 남자가 한 명 탑승했다.
1층으로 자주 담배를 피우러 나가시는 낯익은 분,
가볍게 목례하자 시선을 떨구며 어색하게 몸을 돌리더니 등을 보이고 선다.
1층 향하는 중에 내 오른편으로 둘째 아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민망할까 봐 못 본 척 눈을 안 맞추며 8.. 7.. 떨어지는 숫자를 봤다가
아무래도 계속 보길래 내려다보니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날 보며 씨익 웃는다 (귀여워...!)
"인라인스케이트 타러 가는 거야?"
"네에!"
기다렸다는 듯이 우렁차게 대답하는 아이,
한 순간에 경계모드를 해제해 버리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그런데 저도 원래 쩌거 있어요! 저도 쩌거 잘 타요!"
갑자기 질 수 없다는 듯 불쑥,
첫째 아이가 검지손가락으로 동생의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으래? 멋지구나!"
'아이는 아이구나..'
다가가기 어려워 보였던 첫째 아이가 귀여워 과장되게 호응해 줬더니 이번엔
"저도 잘 탈 수 있어요! 저도 나중에 형 자전거 탈거예요!"
하며 둘째 아이가 다시 끼어든다.
"우와아 너희들 너무 멋지구나아!"
몇 마디 끝에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1층에 도착했다.
14층 남자가 문이 다 열리기도 전부터
문 앞에 서서 동동 거리더니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안녕히 가세요~ "
또박또박 인사하고 형이 먼저, 그 뒤를 동생이 총총 따라 나간다.
똑같이 삐죽삐죽 머리스타일의 형제의 뒤통수에
"응, 재미있게 타~ 안녕!"
인사하며 이 짧은 순간이 가져다준 즐거움을 곱씹어본다.
'내 아들도 저렇게 반듯하고 사랑스럽게 크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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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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