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없이 그 순간의 기록 그대로.
최근 1년 사이 다녀온,
처음 가 본 여행지들에 대한 단상을
다시
들여다
봄.
2025년 4월
일본, 가나자와
가나자와의 첫인상은
정돈되고 정갈했다.
호텔 체크인을 할 때 응대해 주던 직원의 상냥한 표정과 말투,
무거운 짐을 한사코 들어 조심스레 넣어주시는 택시기사님의 성실한 친절,
오픈키친에서 가스 후드를 분리해 펄펄 끓는 물을 부어가며 정성껏 닦던 주방장..
스치고 만나고 이야기 나눈 모두가
묵묵하게 품위 있다.
히가시야마 골목골목을
리을자로 샅샅이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고
금박 아이스크림을 줄 서서 사 먹으며
이 별 거 없는 사소한 산책이 너무 좋았다.
교토 보다 규모는 작지만
덜 상업적인 느낌,
옛것을 잘 보존하여 그것을 선보임에
이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벚꽃은 만개하여 알알이 맺혀있었다.
제법 센 바람에도 거의 한 이파리도 떨어지지 않고
실한 포도송이처럼
촘촘하게 피어난 벚나무 꽃을 실컷 바라보며
많이 많이 걸었다.
오랜만에 발바닥이 뜨끈한 기분,
쌀쌀했지만 춥지 않았다.
2025년 2월
대한민국, 순천
KTX로도 가는 데만 두 시간 사십여분이 걸리는 먼 곳,
대한민국(거의) 최남단에 도착하니
갑자기 계절이 바뀌어 봄이 되어있는 듯하다.
날은 폭하고 흙냄새 올라 오니
많이 걷기에 딱 좋다.
걸음마 뗀 날부터
산으로 숲으로 들판으로 벌판으로 나다니며 쌓아온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
세상에 웬 애기가 이렇게 잘 걸어? 소리 실컷 들으며
절벽 계단도 씩씩하게 오르락내리락.
그렇게 눈에 실컷 담은 철새 떼와 갈대숲,
여수밤바다의 오색 반짝임과 오동도의 동백나무들..
참 아름다운 내 나라
금수강산이다
2025년 1월
베트남, 푸꾸옥
한 번도 계절을 거슬러 여행해 본 적이 없었어서,
추울 때 더운 나라로 간다는 게 어떤 건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압도적으로 깨어난 감각은
역시 후각이었는데,
여름 냄새가 훅- 들어온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킁킁 댔다.
다만 한국의 여름과는 조금 다른 냄새인데
아 이 냄새 아는데 뭐더라 어디였더라..
밀키한 제형의 선크림향이 옅게 깔리고
촉촉하고 푹신한 흙내음이 얹어진,
파리의 오래된 건물 눅눅해진 빨간 카펫의 먼지냄새
그리고..
얼음이 다 녹은 생과일주스 냄새 같은 게 뒤섞여 만들어진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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