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천천히 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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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47개월
밥 먹는 동안 보라고 [Blippi]라는 영상을 틀어주었다.
그날은 블리피가 빵집에 간 에피소드를 보고 있었다.
나는 돌아다니며 수건을 개고 그릇들을 설거지 통에 담가두는 등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느라 분주했다.
아이는 혼자 밥을 잘 먹다가도
내가 곁을 지나가거나 하면 괜히 한 번씩 엉덩이를 들썩이며 일어나
“엄마 안아주고 싶어!” 하며 달려온다.
입 안 가득 밥을 우물거리면서
함박 웃느라 밥알이 튀어나올세라 손으로 막으면서.
가만히 한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게 식탁예절이라 가르치고 있지만
네 살 아이가 그게 되면 더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아이의 꾀를 알면서도 한쪽 눈 감고 속아주며
“오예, 엄마 안아줘!” 하며 양팔을 한가득 벌리면
품에 쏙 안기는 따뜻한 작은 사람.
“밥 잘 먹고 있었어?”
“어!”
“그래? 얼마나 먹었나 보러 가자!”
그때 갑자기 응가가 마려운지
엉덩이를 쭉 내밀고 몸을 베베 꼰다.
“엄마, 나 [뭐] 하고 싶어!”
“그래? 뭐? 응가하고 싶어?"
"어, 아... 아니?"
아이들은 왜 결코 한 번에 변의를 인정하는 법이 없을까?
'응가가 마렵다고 인정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래서 대신 [뭐] 하고 싶어!라고 하는
작은 인간의 자존심이랄까.
이런 모습 보면 아직까지도 한없이 아기 같다.
동시에 어느 날부턴가 사라질까 벌써 아쉬운 그런.
제발 천천히 커줘.
“(바지를 내려주며) 밥 잘 먹으니까 응가도 잘하네?”
“(힘주며) 어.. 엄마.. 근데.. 빵집에서 반값 세일한다더라?”
“(풉) 그래?
“(끄응) 어..! 엄마도 좀 사봐”
"그래~ 엄마도 빵 사러 가야겠네! 태은이 근데 반값 세일도 알아?”
"... 어! 알지이!"
“반값 세일이 무슨 뜻인데?”
“… 그건.. (끄응) 어… 반갑.. 반가우니까 사라는 거야…”
#반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