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2편] 이제 고작 엄마 나이 네 살입니다.

Part 2_우리가 가장 괴로웠던 그 순간

by FONDOF

2025년 11월, 46개월








태은이 입에서

"내가 유하를 깨물었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내 안의 아주 중요한 무언가

툭,

끊어지고 말았다.




화가 나고

속상하고

어이없고

무섭고

슬프고

여타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내 안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역시 [분노]였다.


나는 태은이의 손목을 엄하게 쥐어 잡고 그대로 아이를 일으켜

신발도 신기지 않은 채 맨발인 아이를 끌고 102호 우리 방으로 건너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잡고 있던 아이의 손목을 세게 끌어당겨 아이를 침대에 앉혔다.

얇고 연약한 아이의 손목이

내가 거칠게 끌어당기는 대로 이끌림이 느껴졌다.


"눈 감아."


엄마가 시키는 것을 잘 해내야지! 하는 이상한 의지가 전해질 정도로

아이는 곧바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혹여라도 눈을 뜨게 된다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너무 열심히 감고 있어서 눈썹이 다 일그러지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됐지만

태은이는 그렇게 앉아 두 눈을 온 힘을 다해 꼭 감고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너가 정말로, 유하를, 깨문 게... 맞아?"
"어, 엄마.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안 그럴게!"



아이가 미안하다는 말을

마치 비장의 무기라도 되는 양 남발하는 거 같이 느껴져

나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아니었을 거다,

아이의 언어는 나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아이의 그 당시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미안해]는 진심이었을 거란 걸

며칠이 지난 지금은 안다.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이가 지닌 언어 수준에서 [미안해]였을 거라는 것,

그래서 그렇게 애절하고 처절하게 반복했을 거라는 걸

지금은 안다.





그때는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직 한참이나 더

화를 내고 싶었다.



그 미안해조차도 어쨌든 엄마가 혼낼까 봐,

본인이 혼나거나 집에 간다고 할까 봐

어떻게든 그걸 모면하고자 하는 [미안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어쩌면

그래야만 내가 화를 내는 게 정당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이 아이에게 가장 크고 효과적이며 기억에 남을 만한

[벌]이 되는 걸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의 속도는 너무나 느려서

적당한 답을 내리기 전에 화가,

분노가 이미 이겨버렸다.


아이와 마주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차분하게 어쩌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싶었지만

나의 분노는 끝내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는 내복 차림의 아이에게 패딩 하나만 덜렁 입히고

양말도 없이 맨발에 신발을 신겨서

일단 밖으로 나왔다.


나름의 생각으로는

차라는 닫힌 공간으로 가서 훈육을 해야

좀 더 집중도 있게 이뤄질 거 같았다.


그리고 그보다

차로 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좌절감, 절망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가 좀 더 무서워하고

좀 더 괴로웠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다.




그 순간을 몇 번을 복기해 봐도

역시 그 당시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엄마, 안 갈 거야! 집에 안 가! 미안해! 으아아악 엄마! 미안해!"



현관문을 나서자 아이가 절규하며 나를 붙들고 늘어진다.

내게 잡힌 손을 뿌리치고 다시 내 옷자락을 다급하게 잡고 끌어당긴다.

나는 그런 아이의 손을 떼어내며

'차까지만, 차에 가기 전까지만 참자..'

온 힘을 다해 참고 또 참으며

아이의 손을 다시 잡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주차장까지는 산책로를 지나서 강당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태은이는 두 발로 아주 세게 땅을 쿵쿵 구르면서 거세게 반항했다.

내 다리를 잡고 늘어지고

내 허벅지를 꼭 안으며 애원하고

내 앞으로 달려가 나를 앞지르고는 두 팔을 벌려 나를 막아서고

소리를 고래고래 바락바락 지르면서

미안해 미안해 엄마 미안해라고만 했다.

마치 자기가 더 크게 더 많이 더 세게 미안하다고 하면

엄마가 진정을 할 것 같다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 절망적이고 너무나 처절한 모습이었다.

얘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땅을 부술 듯이 점프를 해대는 아이를 보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지금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나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괴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양 볼이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나는 최대한 소리 지르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떨리는 목소리로

검지 손가락으로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가리키면서

따라와라고 차갑고 엄하게 얘기했다.


아이는 나의 가는 길을 몇 번이나 막아섰는데

강당에 들어가는 문을 열지 못하게 하려고 막아섰고

엘리베이터 문을 등지며 막아섰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안 탄다고 버티다가 결국 엘리베이터에 탔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주차장 문으로 나가면서

끝까지 나를 필사적으로 가로막으면서 주차장까지 왔다.


나는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은 마음과

큰 소리로 마구 고함을 질러내고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타."


나는 차 문을 열어주며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이것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고도 결연한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안 타!"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와 아이는 차를 사이에 두고 서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안탈 거라고,

차에 타지 않을 거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아이가,

이상할 정도로 결연한 그 모습을 보며

마치 독립투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나의 뜻에 따르지 않는 최초의 순간이었다.


"그럼 넌 타지마, 나는 탈 거야."


나는 뒷좌석 문을 쾅 닫고 운전석에 앉으며 다시 문을 쾅 닫았다.

'이 정도면 탄다고 하겠지.'

나는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비겁한 요령을 부렸다.


사이드미러로 아이가 보인다.

분명 차 문을 두드리며 나를 내리라 할 줄 알았던 아이는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혼자서 다시 강당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이가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나는 결국 다시 차에서 내려서 아이를 쫓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강당 안으로 들어가도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확 두려운 마음에 아이 이름을 부르며 2층으로 계단으로 올라가니

문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태은이가 휘둥그레 얼어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이가 혼자서 강당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서 2층 버튼을 눌렀다는 게

기가 찼다.

아마 혼자서 다시 숙소까지 돌아가려고 했던 거 같다.


잠시잠깐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도 싶었지만

관성이 붙어버린 분노는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아이는 이제 어느 정도 체념한 듯 나를 따라왔다.


"엄마, 혼나기만 할 거지?
엄마, 얘기만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거지?
엄마, 집에 가는 거 아니지? 응 엄마?"


온 힘을 다해 대답을 하지 않는 나를 향해

아이는 동아줄 붙잡는 심경으로 재차 삼차 확인한다.

제발 이것만이라도 그렇다고 대답해 줘..라는 아이의 애원이 너무나 알아졌지만

나는 오히려 화가 더 날 뿐이었다.



"그거는 엄마가 결정하는 거야.
네가 엄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너는 혼나는 입장이야.
네가 정한다고 네 맘대로 되는 거 아니야."


"어, 알겠어 엄마 미안해!... 집에 가는 거 아니지?"



드디어 차 앞에 도착해서 다시 문을 열어줬지만

아이는 좀 전의 그 결연함 그대로,

안 탈 거야. 집에 안 갈 거야.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아이와 내가 산속에서 대척을 하려니

나도 목소리가 자꾸만 높아지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지금 타면 집에는 안 갈 거야.
혼나기만 할 거야.
근데 지금도 계속 안 타면
그때는 정말 엄마 짐 싸고 집에 갈 거야."


그제야 아이가 내 눈을 읽고 스스로 차에 탔다.

카시트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어주는 동안에도

절박하고 무섭게 울며 애원한다.


"엄마 절대 집에 가면 안 돼. 응? 엄마아.. 집에 안 가 아악"



나는 아이를 거의 짐승처럼 다루면서 안전벨트를 꽉 채우고

문을 닫고 아무 말 없이 운전석에 앉았다.

내 등 뒤로 아이가 미친 듯이,

카시트 발 매트가 부서질 정도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저항, 발악을 다 하는 것 같았다.

저러다 목에서 피가 나겠다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면서

엉엉 울고 집에 안 가. 집에 안 갈 거야. 하면서.


으악 으아악 소리를 내며 아이는 계속 절규하고 있었다.

태은이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흥분하며 울어재끼는 건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 아이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나,

내 아이가 맞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 생경함이

다시 나를 아프게 찔렀다.


어찌나 발을 심하게 굴렀던지 발에 신긴 운동화가 다 날아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차분히 생각해 보고 있었지만

아이의 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아까와 똑같이 나의 분노가 나를 완전히 잡아먹은 지점이 왔다.


나는 결국 괴물처럼 소리를 질러버렸다.


"뭘 잘했다고 발을 굴러!
네가 뭘 잘했다고 소리를 질러,
너 지금 혼나는 거야.
니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

소리 지르면서 아이를 윽박질렀고

아이는 어 알겠어. 엄마 잘 반성할게. 즉답을 하고는

시키기도 않았는데 갑자기 눈을 꼭 감고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아 내가 유하를 물어서 엄마가 화가 났구나.
아 내가 친구를 물었구나.
아 그래서 엄마가 집에 가는 거구나.
다시는 물지 말아야겠다."


다급하게 쫓기는 사람처럼

마치 자기 속에 있는

이 정답 같은 뜨거운 반성을 소리내어 말하면,

그걸 내가 들으면,

내 마음이 돌려질까 싶은 절박함이 담긴 소리였다.

아이는 그렇게

나의 폭주를 멈출 마법의 주문이라도 외는듯했다.



나는 그대로 일단 차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아이는 중간중간 절규하면서

아 안돼 엄마 나가지 마! 소리를 지르다가

퍼뜩 정신 차린 듯

아 내가 유하를 물었구나.

아 내가 문 건 잘못이구나.

하지 말아야겠다.

아 엄마가 그래서 집에 가는구나.

그래서 내가 혼나는구나.

다시는 친구를 물지 말아야겠다.

를 반복하고 있었다.


또박또박,

다급하게.

엄마 마음에 가닿아라,

엄마 귀에 얼른 들어가라 하는 듯 했다.


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내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차가 생태탐방원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또 소리를 지르고

신호등에 걸려 잠깐 차가 멈추면

조금 안도하는 듯하면서 반성의 주문을 외다가

다시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어서 차가 움직이니

더욱 절규하기를 수 분.


나는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녹음 어플을 켰다.

그리고 녹음기를 켜야

내가 더 아이에게 불필요한 소리를 지르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큰길까지 나가서야

화가 난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게 위험할 것 같다고 자각하고

일방통행 골목길로 들어가

도봉산자락 주전부리집이 즐비한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돌아 돌아서 다시 빠져나왔다.



그렇게 차를 다시 돌려서 다시 나왔던 길로 들어서자

아이가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내쉬었다.

룸미러로 흘끗 보니

아이가 울 때 내가 그렇게 해줬듯

작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휴우.. 휴우.... 과장된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조그맣게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구나..."라고,

비밀이 새어나갈세라 조심스럽게...

그렇게 혼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나는 거대한 양가감정을 저울질 하며

이제는 어느 쪽으로 마음을 기울일지

결정해야 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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