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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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해하나만해하나만해!
다급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6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이의 할아버지가
매대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이는 매대 문을 열어 뽀로로 음료수를 하나 꺼내더니 하나 더,
몸을 구부리고 고개를 숙여 턱으로 음료수를 껴안고
더 들어갈 틈도 없어 보이는 작은 품 안에 꾸역꾸역
분홍색 빨간색 파란색 뽀로로 음료수를 3개나 들고 있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허탈하게 웃으며 아이를 지켜보시던 할아버지가
아이의 귀여운 탐욕에 아이고 하시며
하나만 하라고 연신 말씀하시지만
아이는 전혀 타협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더듬더듬 계산대까지 걸어가 음료수를 하나씩 하나씩 올려놓는다.
직원분께서 이걸 어째야 하나 난감해하며
아직 바코드를 찍지 않고 할아버지와 눈빛으로 웃어 보였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할아버지 돈 없어.
그럼 규리가 돈 내. “
손녀를 향한 무한사랑의 눈빛과
애써 그런 마음을 숨기며 내는 엄한 목소리,
양쪽 귀에 하얗고 둥근 보청기를 끼시고
등산바지에 등산조끼로 산뜻하게 보온을 챙기신 모습,
뒷짐 진 할아버지의 두 손을 타고 올라간 뒤통수는
띠처럼 머리통을 둥글린 반 대머리이시다.
애진작에 풀려 보이는 파마기가 부슬부슬한 아이는
작고 야무진 손으로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고집스럽게 할아버지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거 이거, 빨간색만 하나 해. 응? 규리 착하지? “
프러포즈하듯 반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다정함이 눈물겹다.
아이는 대답 대신 큰 선심 쓰듯 까치발을 들어
다시 계산대에서 분홍색과 파란색의 뽀로로 음료를 집더니
매대 문을 열고 제자리에 집어넣었다.
'아유.. 가시나…'
할아버지가 저에게 절절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이의 고 깜찍함에 웃음이 절로 났다.
미소로 기다리던 직원분은 생긋 웃으며
"뽀로로 음료 하나요, 영수증 드릴까요?
네, 버려드리겠습니다. "
계산을 마쳤고
할아버지는 투박한 손에 들린 분홍색 뽀로로 음료수가 영 어색하신지
얼른 받아 들어 아이에게 내미신다.
"아니야아 이거! 까서 먹는 거야! 그냥 아니고! "
"아이고 알았어 알았어. "
다시 끙차 하시며 반무릎을 꿇으시고
뚜껑을 따서 종이껍질을 뜯어주신다.
껍질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의 손끝에서 뜯어지자
아이는 먹이를 낚아채는 갈매기처럼 홱 뺏어 들고
입술을 쭉 내밀어 열심히 빨아 마신다.
어찌나 목이 말랐던지 작은 플라스틱병이 쪼그라들 정도로
예닐곱 모금을 단번에 들이켜고는
뽁 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떼고
크하아아 만족스럽게 큰 숨을 들이쉰다.
아이가 한 모금 한 모금 꿀떡꿀떡 음료수를 삼킬 때마다
할아버지의 고개도 뒤로 콩콩 젖혀지며 박자를 맞춰주신다.
아이는 팔을 쭉 뻗어 플라스틱병을 아무렇게나 흔들고는
할아버지가 회수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어디론가 달려가버렸다.
할아버지는 투박한 손으로 다시 병뚜껑을 천천히 닫아 잠그시고
왼팔에 걸어뒀던 종이쇼핑백 안에 넣으셨다.
뒷짐 진 손에 쇼핑백을 달랑이시며
멀어지는 손녀의 뒤를 좇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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