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노하우
2026년 1월, 48개월
엘리베이터가 지하 3층에 도착하면 나는 아이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나선다.
뒷좌석 문을 열어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고 벨트를 딸깍 채워준 후
나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고 네비를 찍는다.
벨트를 차고 기어를 변속, 액셀을 밟으면
지하 주차장의 맨들맨들한 바닥으로 차가 미끄러지며 출발이다.
"자, 이제 출발합니다.
오늘은 약 30분 정도 걸리겠네요.
길을 거의 막히지 않을 전망입니다.
날씨가 좋군요!"
나는 승무원처럼 아이에게 오늘의 드라이빙 일정을 브리핑해준다.
"아, 아. 그래그래.
음. 좋았어! 출동이다!
도둑 잡으러 간다!"
아이가 짐짓 목소리를 내리깔고 비장하게 외친다.
"앗, 출동인가요?
그렇다면...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반장님! 충성!"
나는 곧바로 그 모드를 이어받아
반장님을 모시고 순찰을 시작하는 신입 경찰 역할을 이어간다.
"반장님과 함께 순찰을 돌게 되다니 이거 참 영광입니다!"
"어어, 그래그래. 천천히 하라구~ "
"전설적인 반장님께서는 이미 도둑을 많이 잡아보셨지요?"
"어어, 그렇지그렇지. 별로 어렵지 않다구~ 도둑은! 내가 잡는닷!"
아이는 창 밖을 내다보면서 오른손으로 권총모양을 만들어 턱을 짚는다.
정말 이 거리 어딘가에 몇 날 며칠 속 썩이는 도둑이라도 있다는 듯
제법 눈빛이 날카롭다.
룸미러로 훔쳐보는 이런 모습은
정말 나 혼자 보기 너무너무 아깝다.
"아앗, 반장님! 열한 시 방향에!
수상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 어디!
어디 보자! 으음?"
"저 빨간 패딩을 입은 여자 말입니다.
어째서 저렇게 두리번두리번하고 있는 걸까요?"
"흐음. 글쎄! 내가 볼 때는 아.마.도... (요즘 즐겨 쓰는 단어)
아마도 길을 건너려는 거 같은데?"
"호오 과연 그렇군요! 역시 반장님이십니다!
저는 아직 신참이라 괜한 오해를 했군요, 하핫!"
"아아.. 괜찮아~ 처음엔 다 그렇다구~"
뭐지, 이 그럴듯한 격려는.
이렇게까지 역할에 진지하게 몰입해 버리다니
대충 마무리할 수도 없겠는 걸.
"캬아 역시 반장님! 한 수 배웠습니다!"
나는 과장되게 느린 박수를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해 보였다.
어깨를 으쓱하는 아이의 콧구멍이 희미하게 벌름거린다.
아 진짜 녹화했어야 했는데...
신호가 다시 초록불로 바뀌었다.
나는 브레이크에 대고 있던 발을 떼어 부드럽게 액셀을 눌렀다.
"그런데 반장님, 도대체 도둑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거죠?
제 눈에는 왠지 다 수상해 보이는데요."
"흐음.. 그래?
근데.. 그건 너무 쉬운 문제야!"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게도 비법을 좀 알려주십시오!"
이번에는 나도 정말로 대답이 궁금해졌다.
도둑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대체 뭘까!
"도둑은 항상.. 그.. 꺼멍이랑 하양 줄무늬 옷을 입고 있거든...!"
#과연반장님
#이렇게또한수배웁니다
#엄마나이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