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릿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글꼴의 무게 중심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전에 브런치에 썼던 글 중 가로 글꼴과 세로 글꼴의 차이는? 이라는 글을 미리 읽어보면 이 글이 좀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다음 그림은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의 예고편 영상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세 그림의 자막 차이를 비교해 보자
혹시 세 자막의 차이가 보이는지?
눈의 흐름에 어색함은 없는지?
자막 부분만을 따로 떼어서 보자.
일반 명조체를 세로로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첫 줄 자막인 "나에게"의 경우 "나"와 "에게"의 기준선이 다르고 "나"의 넓이가 "에게"의 넓이에 비하여 너무 좁게 보인다. 동일한 오류가 "우리에게"에서도 보이고"가족이란"에서도 보인다.
"나"와"에", "이"와 "란"은 붙어있는 글자들이므로 명확한 무게 중심의 오류가 눈에 보인다.
자막 제작자가 만일 글꼴 자체를 손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2번에서 보여준 정도의 줄 맞춤을 진행해 주었다면 훨씬 더 자막을 읽는 눈 흐름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기준선은 일치되었지만 "나에게"의 "나"가 가지는 글 자폭과 "ㅏ"의 가로 삐침 크기로 인한 불균형이 역시 눈에 거슬린다.
"가족이란"은 기준선은 맞았을지 모르나 그 줄이 왼쪽으로 넘어지려고 하는 듯한 불균형을 보이게 된다.
즉 무게 중심이 맞지 않는다.
"나에게"의 "나"는 가로 쓰기의 "나"에 비하여 조금 넓게 그려졌고, "우리에게"의 "리"와 마지막 줄은 "가"와 "란"을 조금 손 보았다. "우"의 위치도 조금 움직였다.
폰트 파일을 가지고 작업한 것이 아니고,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잠시 손 본 것이라 독자 분들은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세한 차이지만, 전체적인 무게 중심을 한번 손 본 것이다.
위의 원본에 쓰인 명조를 가로 쓰기로 썼을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좋을 글꼴일 것이다.
글자가 어느 방향으로 놓이냐에 따라 이런 어색함이 보일 뿐이다.
만일 내가 약간 손을 본 3번의 글꼴을 가지고 가로 쓰기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궁금하시다면 한번 샘플을 만들어서 확인해 보시길 ^^
참을성이 있으시다면 다음 이야기에서 보여드리겠다.
세로의 좌우가 중요한 것처럼 가로 쓰기에서는 어떤 형태로 글꼴의 상하 위치가 결정될까?
영문의 경우 Baseline에 기준을 잡고 대문자 X의 상하 크기, 소문자 x의 상하 크기, 소문자 g, j, y의 Baseline 아래 크기 등을 바탕으로 기준선을 잡아 템플릿을 만든다면, 한글의 경우 훨씬 다양한 변화를 줄 수가 있다.
물론 유행에 민감한 것이 시각디자인의 영역이므로 그 기준선의 변화가 끊임없이 있어왔고, 이를 기반으로 템플릿을 제작하여 글꼴을 디자인하게 된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가로 쓰기 글꼴의 기준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그다음 이야기에 가로 쓰기와 세로 쓰기의 템플릿이 각각 어떻게 만들어지냐에 대하여 다루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