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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logic Jan 04. 2018

가로 글꼴과 세로 글꼴의 차이는?

최초로 한글이 만들어지던 시절... 

그러니까 세종대왕 시절부터 한글은 세로로 쓰인 글꼴이다.

한자나 일어와 같이 정방형으로 만들어진 글꼴들은 세로로 사용하는 것과 가로로 사용하는 것에 별 구분이 없었다. 한글 역시 한자와 마찬가지로 세로로 사용되었고, 글꼴은 정방형 사각형에 어울리게 디자인되었다.


훈민정음에서 최초로 표현한 한글을 보면 받침이 있는 글자와 받침이 없는 글자, 심지어는 아래아가 들어가서 마치 초성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글자까지 모두 정방형 네모 안에 꽉 차있는 형태로 씌어있다. 

한자 해서나 예서를 쓸데 사용하는 공간 배분의 원칙이 한글에서도 적용된 것이라고 하겠다.


세로로 문장을 쓰고 이러한 글자 하나하나가 모두 같은 공간을 차지한다고 하면 당연히 정방형으로 만들어져야 했을 것이다. 

초기의 한글이 가진 기능 중 한자의 소리를 표현하는 것이 주요한 한 가지 기능이었다면 이렇게 디자인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근대의 목각들도 모두 세로로 새겨져 있다.

완판본 열여춘향슈절가 목판 인쇄물


세로 쓰기는 현대의 한글 출판에 까지 그 명맥을 계속 유지하였으며, 모든 신문이 가로 쓰기를 채택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88년 "한겨레신문"이 중앙일간지로는 최초로 창간 당시부터 가로 쓰기를 하며, 신문의 가로 쓰기를 주도하였고, 현재는 세로 쓰기를 하는 신문사는 없어 보인다. 

일반 문서에서도 탈네모꼴 글꼴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세로 쓰기를 본문의 편집에 적용하기는 어려워졌다. 

필자가 개발했던 한겨레신문사의 "한결체"는 우리나라 신문사의 본문 글꼴 중 최초이자 유일한 탈 네모꼴 신문 글꼴이다.

만일 이 글자로 세로 쓰기를 한다면 받침 없는 글자의 다음에는 큰 공간이 생길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탈네모꼴 글자로 세로 쓰기 편집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태-조합체 가로쓰기

옆의 보기와 같이 탈네모꼴 글꼴의 한 전형인 "태-조합체"의 경우, 가로로 쓰일 경우에는 각 글자들이 가지는 고유 넓이를 적절히 이용하여 아름다운 조판이 자동으로 가능하지만, 세로로 사용할 경우 받침이 없는 글자들의 아래 공간이 떨어져서 마치 띄어쓰기를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기게 된다.


태-조합체 세로쓰기


물론 최근의 폰트 형식(Format)에서는 세로 글꼴의 높이값을 지정할 수가 있지만 한글에서는 단지 그 글자가 가지는 높이 이외에도 모음의 세로획이 동일 선상에 놓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여 편집이 균형 있게 보이지 않게 된다. 












보통의 가로 쓰기용 한글을 세로 쓰기 편집하였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와 이를 보완한 글꼴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본다.

세로글꼴용 글꼴의 구분

위의 5개 글꼴 중 좌측 2개 글꼴은 세로 쓰기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글꼴이고 우측 3개 글꼴은 가로 쓰기 뿐 아니라 세로 쓰기로 사용하여도 좋은 글꼴로 보인다.  앞에 설명한 바와 같이 탈네모꼴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측 3개 글꼴은 모음의 세로획이 동일 선상에 보이고 좌측 2개 글꼴은 그렇지 않다.

이 작은 차이가 한글의 세로 글꼴 사용 시 조판 편집의 미려함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글꼴의 이름은 좌측부터 맑은고딕/태-조합체/궁서체/태-영화동판체/태-구름체 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로 쓰기 글꼴과 세로 쓰기 글꼴의 차이가 보이기는 하지만, 현대 시각디자인 및 편집에서 이러한 부분을 무시하고 편집을 할 경우도 많고 광고 및 홍보물의 경우 이러한 부조화가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본 글에서는 독자들의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글꼴 디자인 시 우리가 따랐던 원칙만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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