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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logic Feb 17. 2019

글꼴 썰(設) #10 오행체 그리고 조선시대의 한글

얼마 전 덕온 공주의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처: 국립 한글박물관]  덕온공주의 한글 궁체


[출처:문화재청] 덕온공주의 한글

비운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의 필체는 유려하기도 하거니와 앞서 세로 쓰기 한글의 원칙에 모두 부합하는 글꼴이다. 폰트로 만든다고 하여도 그 중심잡기에 큰 힘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만큼 정돈되어 있다.

마지막 사진의 왼쪽 글꼴의 경우 좀 과할 정도로 위아래 맞춤을 지켜서 한글 세로 쓰기 원칙을 공부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해도 좋을 듯 한 좋은 보기이다.


일찍이 일반 서민들을 상대로 만들어진 목판 글꼴에도 관심을 가지고, 전주 완판본 글꼴을 가지고 글꼴을 만들기도 했던 터라 다른 왕가 사람들의 글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출처:전주 이 씨 대동종약원] 순원왕후 김 씨의 한글 편지

덕온공주의 단아한 글꼴은 그의 어머니 순원 왕후로부터 이어진 것 같다.

위의 그림은 순원 왕후 김 씨의 필체이다.

안동 김 씨 세도정치의 발단이 되는 분이나, 그 역사적 의미는 접어두고 필체만 보자 ^^;

흘려 쓴 글자이지만 그 균형은 원칙이 정해져 있다. 

이 분의 정체 글꼴을 보면 기본적으로 한글의 글꼴에 대한 이해가 명확한 분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분들이 한글 글자꼴의 형태를 구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옛 글꼴을 디지털화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전주완판본 제작"에 관한 글을 통하여 이야기했으므로 20여 년 전에 제작한 "태-오행"체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태-오행"체는 조선 정조 21년에 간행된 오륜행실도의 한글 활자를 근간으로 만들었다. 

[출처:세종대왕기념사업회 / 세종고전]역주 오륜행실도의 한글 부분

네이버의 지식백과를 보면 이 글씨체는  오륜행실도의 간행을 위하여 별도로 만들어진 서체로 보인다.


세로 쓰기의 원칙은 후대의 손글씨와는 다르나 글자 하나하나의 조형은 현대의 한글과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균형은 맞추었고 글자 하나하나의 균형은 더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오륜행실도에서 만들어진 느낌이 모두 전해지지는 않은 것 같고, 고어까지 모두 제작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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