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덕온 공주의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운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의 필체는 유려하기도 하거니와 앞서 세로 쓰기 한글의 원칙에 모두 부합하는 글꼴이다. 폰트로 만든다고 하여도 그 중심잡기에 큰 힘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만큼 정돈되어 있다.
마지막 사진의 왼쪽 글꼴의 경우 좀 과할 정도로 위아래 맞춤을 지켜서 한글 세로 쓰기 원칙을 공부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해도 좋을 듯 한 좋은 보기이다.
일찍이 일반 서민들을 상대로 만들어진 목판 글꼴에도 관심을 가지고, 전주 완판본 글꼴을 가지고 글꼴을 만들기도 했던 터라 다른 왕가 사람들의 글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덕온공주의 단아한 글꼴은 그의 어머니 순원 왕후로부터 이어진 것 같다.
위의 그림은 순원 왕후 김 씨의 필체이다.
안동 김 씨 세도정치의 발단이 되는 분이나, 그 역사적 의미는 접어두고 필체만 보자 ^^;
흘려 쓴 글자이지만 그 균형은 원칙이 정해져 있다.
이 분의 정체 글꼴을 보면 기본적으로 한글의 글꼴에 대한 이해가 명확한 분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분들이 한글 글자꼴의 형태를 구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옛 글꼴을 디지털화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전주완판본 제작"에 관한 글을 통하여 이야기했으므로 20여 년 전에 제작한 "태-오행"체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태-오행"체는 조선 정조 21년에 간행된 오륜행실도의 한글 활자를 근간으로 만들었다.
네이버의 지식백과를 보면 이 글씨체는 오륜행실도의 간행을 위하여 별도로 만들어진 서체로 보인다.
세로 쓰기의 원칙은 후대의 손글씨와는 다르나 글자 하나하나의 조형은 현대의 한글과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균형은 맞추었고 글자 하나하나의 균형은 더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오륜행실도에서 만들어진 느낌이 모두 전해지지는 않은 것 같고, 고어까지 모두 제작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글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