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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od Transformation Feb 15. 2023

식품업계 M&A 시리즈 - 3. 안호이저 부시(2편)

[안호이저 부시(AB InBev), 집념의 맥주시장 제패기]

[안호이저 부시(AB InBev), 공룡다운 공룡]


진정한 공룡 AB InBev에 대해 마저 알아볼까요?

오늘은 1편에서의 배경을 바탕으로, 거대한 야망의 완성이자 다시 있기 힘든 희대의 빅딜인 ABInBev와 SABMiller의 합병 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역사에 길이남을 빅딜, ABInBev-SABMiller 합병]


관련한 Fact 몇 가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ABInBev는 당시 글로벌 1위, SABMiller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플레이어였으며(시장에 따라 다소 다름), SABMiller는 2015년 9월 15일 성명을 통해 ABInBev가 인수를 타진해왔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알려진 규모는 약 $104B(약 117.7조원, 2015년 연간평균환율 기준)로, F&B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이며 동시에 당시로서 전 산업을 통틀어 6번째 규모에 해당하는 거래였습니다.

ABInBev가 제안한 PER(Price per Share)는 $67(약 75천원) 수준이었으며, 당시 거래되던 주가 대비 약 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한 가격 수준이었습니다. 아울러 ABInBev는 (알려지기로) 약 382백만주를 인수하기로 하였으며 발행주식수의 약 58%에 달하는 물량으로 지배주주 지위를 일거에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재무적인데, 자금 조달에 있어서 특이한 거래였기 때문에 언급합니다. 본 거래에서 ABInBev는 순수 자본금 납입이 아니라 인수금융, 즉 Debt과 Equity의 조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였고 동원된 인수금융(Debt) 규모가 약 $70B(약 7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대급 딜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규모죠?)

합병이 성공한다면, 합병 회사는 50개국 이상의 지역에서 500개 이상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초 거대 맥주 제국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거래였습니다.


[소비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합병승인]


이러한 거대 규모 합병 과정을 다루는 관련 뉴스에서 익히 보셨을 독과점 이슈, 당연히 있었습니다.

혹여 독과점 이슈라는 단어가 생소하실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 드리면, 어떤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하고자 할 때 해당 합병으로 인해 시장의 질서를 교란, 특히 경쟁의 정도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각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아주 거칠게 말씀드리면, 특정 시장에서 경쟁의 강도가 약화되면 소비자 권익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되는 문제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뉴스와 같은 것들인데요,      

“유럽연합 내 에너지 소비량의 약 4분의 1은 천연가스에 해당하는데 대부분 수입산이다. (…) 대형 LNG 운반선이 LNG를 다른 지역에서 유럽으로 들여오는 만큼,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핵심 상품들은 LNG 공급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은 유럽 선사가 대형 LNG 운반선을 확보하는 데 있어 앞으로도 충분히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허에 대한 EU 집행위원회 발표문 발췌)

“중국 경쟁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두 항공사가 결합할 경우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의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 중국 당국이 경쟁 제한을 우려한 노선은 4개, 한국 경쟁당국이 경쟁 제한 우려를 표명한 노선은 5개다. (보도자료 인용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25180)


각국 경쟁 당국(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건전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것인데,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 주요한 축이 시장의 경쟁 수준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효율성을 추구하며 합병을 거듭하여 시장이 과점화되거나, 선두 기업 간 합병을 통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획득하여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게 되거나 하는 상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특정 조건(시장 현황과 해당 기업 점유율을 기반으로 종합적 판단)에 해당하는 경우 기업결합심사를 통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초 대형 맥주회사를 향해 나아가는 ABInBev의 경우, 당연하게도 독과점 이슈에 직면하게 되었고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이었던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어떤 식으로 승인을 받아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얻는다]


두 회사의 합병을 심사한 각국 정부는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조건을 내걸었는데, 긴 협상과 검토 끝에 회사는 각 시장 별로 이러한 조건들을 수용하고 합병을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모르긴 몰라도, 마치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각 당국에서 요구한 조건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ABInBev는 SABMiller가 보유하고 있는 MillerCoors (SABMiller와 Molson Coors의 합작회사)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이후 다른 맥주회사를 합병하고자 하는 모든 경우에 당국(미국의 경우 법무부)의 심사를 받을 것

유럽: 유럽 맥주 시장의 경쟁 저해를 방지하기 위해 SABMiller의 브랜드(페로니, 필스너 우르켈, 그롤쉬 등)및 관련 사업을 모두 매각할 것

중국: SABMiller가 보유하고 있던 중국 최대 맥주회사인 China Resources Beer 지분을 전량 처분할 것


말씀드린 대로 두 회사는 2015년 9월 합병 추진을 공식화하였는데 위 3국의 조건부 승인 발표가 2016년 6~7월경 이루어졌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인 뒤 같은 해 10월 경 합병 완료 뉴스를 전하였습니다. (물론 이후 뼈를 깎는 PMI 작업을 물밑에서 끝없이 수행했겠지요)


[맥주 제국의 탄생과 시사점]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 맥주 세 병 중에 한 병을 만들어 판매하는 맥주 제국이 탄생했습니다. 규모의 경제니 구매력이니, 그런 용어들을 다룰 때에는 회사가 크면 무조건 좋아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본 합병에서 기대되었던 시너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금까지를 돌아봤을 때 과연 달성이 되고 있어 보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당시 기대되었던 시너지 효과는 아래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Cost reduction - 기본적으로 비용 절감이 빠지면 섭섭한데요, 두 회사의 경우 1) 구매 최적화, 2) 물류비 절감, 3) 양조 및 포장 공정 효율 개선 정도의 주제가 가장 큰 비용 절감 항목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다음으로 영업망 통합 및 확대, 마케팅 자원 재분배 등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R&D - 새로운 기술을 개발, 제품을 기획하고 기존 제품을 고도화하는 등의 R&D 역량은 동종 카테고리 회사 간 합병인 경우 노려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서로의 암묵지가 얼마나 부드럽게 더해질 수 있는지, 또는 합병 후 어떤 형태와 수준의 PMI 절차를 수행할 것인지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Global footprint - 두 회사 모두 이미 세계적인 회사였습니다만, 서로 강점을 가지는 지역이 묘하게 달랐습니다. 예를 들면 AB InBev는 남미나 아프리카, 무엇보다 중국에서 SABMiller에 밀리는 상태였고, 반대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서로 강점을 살려나가면서 상호 경쟁을 위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음과 동시에, 각각 운용되던 distribution network을 최적화하는 등 많은 지역적 통합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일은 별로 없지요.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아래와 같이 많은 challenge 포인트들이 있었습니다.    

 

Regulatory approval - 각국 정부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아냈어야 하는데, 앞서 살펴보았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생각 외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오퍼레이션 통합 - 유구한 역사를 가진 회사일수록, 그리고 큰 회사일수록 오퍼레이션의 복잡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남부럽지 않은 역사를 가진, 동시에 규모를 가진 두 회사의 오퍼레이션 통합을 생각하면 과연 원하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지, 통합이 되긴 될 수나 있을지 싶은 수준임을 쉽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오퍼레이션 통합이란 두 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자산, 즉 제조시설과 설비, 물류망, 사무실 등 물리적 자산을 통합할지 유지할지, 또는 폐지할지 고민해보는 일이라거나 업무 수행 시 활용하는 수많은 IT 시스템을 통합할지, 각각 사용할지, 제 3의 솔루션을 이용할지 판단하는 일 등입니다. 양적으로 와닿지 않으시나요? 한국에서 있었던 일인데, 규모가 큰 모 전자회사의 IT 시스템 중 [품질 관리 업무] 수행을 위한 시스템을 통폐합하려고 들여다보았더니 181개였다고 합니다. 품질 관리 업무 관련된 시스템만요.

조직 통합 - 어찌 보면 오퍼레이션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이 있어 별도로 소개해 드립니다. 합병 이후 조직 통합은 반드시 필요한데, 조직 합병이라 하면 1) 말 그대로 조직도 형태를 띠고 있는 Hierarchy의 정리와 2) 일하는 방식, 조직의 문화에 대한 고민에 더하여 3) 필요하다면 중복되는, 또는 불필요한 인력의 구조조정 단계까지 포괄하게 됩니다.

재무 관리 - 앞서 언급된 내용이기도 한데, 약 80조원에 다다르는 막대한 규모의 인수금융을 동원한 거래이다 보니 예술의 경지에 이르도록 고도화된 Debt management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회사는 브릿지 론 등 여러 가지 방편을 통해 현금흐름을 관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만은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회사는 성공적으로 맥주 제국을 건설했고, 현재까지는 잘 지켜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통합 작업에 필요한 시간은 아직도 더욱 많이 필요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는 점, 합병 완료 직후 우리 모두에게 지극히 큰 영향을 미친 Pandemic 사태가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 평가를 지금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아래 정도의 시사점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현대 자본시장에서 용인되는 점유율 상한을 약 30% 수준으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카테고리와 시장 현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국가 경쟁 당국은 30%가 넘지 않는 수준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그 이상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범위는 매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맥주라는 전통 카테고리에서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 Brand loyalty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맥주 시장에서도 기존 전통 맥주에서 크래프트 맥주로 소비자의 변심이 조금 감지되고 있는데 (Kraft Heinz가 맞은 회초리같은!) 과연 회사의 반응이 기민할 수 있을지 관전해 볼 부분입니다.

거대 시스템의 작은 부분들을 세밀하게 조율하여 얼마나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브라마 맥주의 인수로 시작하여 전 세계 맥주 30%를 사버린 기염을 토한 3G Capital은 그 스스로가 약 20여년의 맥주 여정을 통해 이러한 비용 절감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ABInBev는 합병을 통해 약 $28억 달러 수준의 비용 절감이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인수합병 기획 단계에서 소위 Potential synergy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사전 기획은 1) 각국 경쟁 당국과의 협상에서 수용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할 수 있게 하고 2) 각 activity의 효과를 달성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하면서 3) 명시적인 목표를 부여함으로써 놀랍게도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정비하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금 동원력과 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습니다. 예상 밖의 거래를 추진하기 위해서 상상하기 쉽지 않았던 규모의 인수금융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과(물론 그런 능력이 된다는 것을 판단한 구조 설계를 포함), 이후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던 Debt을 예술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역량은 곧 어떤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된다는 매서운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 주었습니다.



[정리]


유구한 역사의 양조장들은 일찍이 기업화가 되었고 지속적인 서로 간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불려 왔습니다. 주변 국가들의 최고 부자는 주로 맥주 회사 오너임을 보고 자신의 투자 본능을 맥주 시장에 쏟아낸 파울로 레망은, 전 세계 맥주 회사의 30%를 사기까지 긴 여정을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모든것의 정점에 있는 호르헤 파울로 레만은, '항상 사람에 투자하라'는 것을 자신의 10대 원칙 중 첫 자리에 놓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은 어색하죠?


얽힌 이야기가 많은 회사이고 거래입니다. 3G Capital의 역동적인 인수합병 플레이나 역사적 규모의 인수금융을 위한 J.P.Morgan(또!)의 활약, 국내 맥주 제조사인 OB맥주와의 애틋한 인연 등을 함께 녹이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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